한낮에는 햇살이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완연하다. 산방 앞 들녘에는 벼가 고개를 숙이며 익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오려고 한다. 넓은 들판에 모심기를 하던 날이 어제 같았는데 벌써 벼가 추수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골에 살고 있으니 계절의 변화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성인(聖人)은 이를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다. 엊그제 같던 봄이 벌써 가을이 되려고 한다. 이제 곧 산하에는 단풍이 물들 것이고 싱싱한 과일은 붉게 익어갈 것이다. 벼도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게 될 수확의 계절이다. 봄부터 무더운 여름을 거치면서 땀 흘려 노력한 대가를 보상받는 것이 바로 가을 추수다.
대학에 있어서도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각가지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곧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농부가 애써 키운 곡식을 좋은 값에 시장에 팔듯이 제자 여러분은 자기의 가치를 알아줄 직장을 찾아 새 둥지를 마련해야 한다.
여러분은 25~30년을 열심히 노력했으니 인생에 막대한 원가(cost)를 투자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투자한 원가보다 더 높은 값(price)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을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원가 < 가격 …… 인생 부등식(1) [학생부등식]
다음으로 여러분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줄 기업(직장)의 입장을 고려해보자. 기업은 여러분에게 높은 가격(연봉)을 주고 여러분이 창출하는 가치로부터 이득을 얻는다. 즉, 기업은 여러분들로부터 보다 높은 기여(가치)를 받으려한다. 그래야 기업이 유지되고 발전한다. 따라서 기업은 자기가 지불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value)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가격 < 가치 …… 인생부등식(2) [기업부등식]
사회가 안정되고 발전하려면 위의 두 가지 부등식을 통합하는 제3의 인생부등식이 성립해야 한다. 학생 여러분에게도 유리하고 기업에게도 이익인 인생부등식이 되어야 세상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즉 윈-윈(win-win)전략이다. 이것이 순리(順理)이며 천리(天理)다.
원가 < 가격 < 가치 …… 인생부등식(3) [사회균형부등식]
여러분은 지금까지 투자한 원가보다 더 높은 값(price)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지불한 가격(price)보 더 높은 가치(value)를 보상 받을 수 있어야 여러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이것이 성립할 때 우리 사회의 균형이 유지된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좋은 직장에서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으려면 여러분이 받는 연봉보다 보다 높은 공헌(가치)을 기업에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자기가 지불하려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길게 보면 세상은 공평하다. 노력한 사람에게 그만한 대가가 주어져 왔다. 여러분은 많은 노력을 해 왔으며 미래의 지도자가 될 자격을 갖추었다. 10년, 20년, 30년 후에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인재들이다. 이제 여러분이 합당한 대가를 받으며 포부를 마음껏 펼쳐야 할 차례다. 시골집 서재에 앉아 가을의 문턱에서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며, 모두가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최덕규(경영학)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