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읽고 있나요
당신은 얼마나 읽고 있나요
  • 안희석, 유희선, 임정서, 최혜림 기자
  • 승인 2014.09.0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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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이승은 인턴기자>

마음의 여유가 없어 글 읽기가 힘들다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활자에 친숙하지 않아 거부감이 들다 보니 글 소화능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는 곧 독서량 저하로 이어진다.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데다 막상 읽으면 거북함을 느끼기 때문에 책을 멀리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놓은 '국민 독서 실태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20대 연간 독서량이 2009년 19.4권에서 2011년 16.3권, 2013년 13.3권으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이는 청소년의 한 해 평균 독서량 24.3권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독서량 감소 이유로는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16.4%)'이 1위를 차지했으며 △시간이 없어서(16.0%) △학업으로 인하여(7.6%) △바쁘다(5.9%) 등의 의견도 있었다.

어떤 이유였든 대학생은 지금 여유가 없다. 특히 신입생의 경우 늘 새로운 것을 접하다 보니 하루가 짧다. 대학생이 됨과 동시에 성인이 된 그들은 새로운 문화적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대학교 박현희(신문방송학 1) 학생은 "과제도 해야 하고 학과생활과 알바도 해야 해 시간 쪼개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주위에서도 책 읽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학년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이유는 취업이다. 이제 그들에게 '스펙 쌓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루 내내 참고서나 전공 서적을 끼고 산다. 활자를 즐기는 게 아니라, 외워서 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에 대한 염증이 생긴다.
시간이 생겨도 직접 책을 찾아 읽진 않는다. 여유를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다 보니 그 시간 동안 눈으로 활자 쫓기에 거부감을 느낀다. 독서보단 깊은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활동을 원한다. 정유경(경영학 4) 학생은 "평소 독서를 즐겼는데 4학년으로 올라오자마자 책과 멀어졌다. 자격증에다 토익, 전공과목까지 있어서 문제집을 안 보는 날이 없다. 그래서 쉴 땐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활동을 찾는 편이다"고 말했다.

책 '읽을' 시간은 많지만
책 '읽는' 시간은 적어

본지는 실제 우리 대학 학생들의 독서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동아대 학생 독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의 여가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 시간 중 독서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봤다. 학생들의 독서 목적을 알아보기 위해 '왜 읽는가'도 질문했다.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했으며 대상은 5개 단과대 12개 학과 재학생 210명이다. 방학 기간인 만큼, 온라인(구글 설문 서비스)을 이용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승은 인턴기자>

독서를 하는 이유로는 '새로운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해서(30.48%)'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양을 쌓고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서(30%)'가 다음을 차지했다. △학업, 취업을 위해서(16.19%) △책 읽는 것이 즐겁고 습관이 되어서(15.71%)가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사회에서 독서를 권유해서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등이 있었다. 과반수의 응답자가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교양을 쌓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독서의 장점을 알면서도 책 읽는 시간은 적었다.

응답자의 평일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4.53시간이었다. 그중 평균 독서 시간은 0.35시간(약 21분)이다. 평일 여가시간 중 독서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7.68%로 현저히 낮다. 주말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7.05시간이고, 평균 독서 시간은 0.53시간(약 32분)이었다. 비율은 7.58%로 평일 독서 시간 비율(7.68%)보다 0.1% 포인트 낮다. 주말 평균 여가시간이 평일보다 약 2.5시간 증가한 데 비해 평균 독서 시간은 11분 늘어난 것에 그쳤다. 주말이 평일보다 여가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독서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낮았다.

활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독서 자체가 거북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학생도 늘고 있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으니 긴 글 읽기에 부담을 느낀다. 가볍게 즐기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조차 '세 줄 요약'을 요구하고 있다. 전공 도서의 빽빽한 글을 읽는 시간이 아까워 요약본을 찾고 심지어 수업 자료 중 하나인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인쇄해 그것만 공부하기도 한다. 이들은 활자 자체에 싫증을 느낀다. 그러니 자연스레 활자를 바탕으로 하는 매체들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다.

우선순위의 윗자리는 이미지·영상매체들이 차지한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민(기계공학 1) 학생은 "아무래도 책보다는 영화가 소요 시간이 짧고 시각적인 자극도 강해 더욱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이 지속된다면 자칫 얕은 정보만 습득할 수도 있다. 이미지 기반 매체는 활자보다 깊은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다. 수용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세부요소를 걷어내고 빠르게 인식시키려 한다. 여과 없이 정보를 수용하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없어지고 비판 능력도 떨어진다.

시각 매체에 의존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정보를 얻는 습관은 대학생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정보 습득 시간 단축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양질의 지식을 얻을 수 없다. 정보를 얕게 얻는 습관을 유지하다 보면 전공 지식을 깊이 탐구하지 못한다. 배운 내용을 자기만의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도 힘들어진다. 결국 일반도서는 물론 전공도서마저도 멀리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책을 멀리하면서 대학생에게 나타나는 문제는 글쓰기 능력 저하다. 독서량이 부족하다 보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대학 교육대학원 이재형(독서교육전공) 교수는 "대학생들이 SNS나 블로그 등 디지털 글쓰기 환경에 노출돼 학문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줄고 있다"며 "레포트를 작성할 때도 주제와 관련된 일련의 지식들만 나열하거나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만 적어놓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만의 언어나 시선 등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독서량이 풍부하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쉽고 정확하게 글로 전달할 수 있다. 활자에 익숙해지는 덕분에 글의 구성이나 어휘력 면에서 경쟁력을 얻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주제의 글을 더 인상 깊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은 독서 할 시간이 없다 하고 굳이 읽을 필요성 또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독서량으로 길러지는 이해 능력 없이 자기소개서,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 2008)에 나온 18인의 글쟁이가 강조하는 부분 역시 '독서'다. 이 책에서는 '짧더라도 좋은 글을 선택하여 작가가 어떤 방법으로 글을 풀어썼는지 또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문체를 갖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표현하려면 읽기에 능해야

지금은 융합의 시대라고도 한다. 꾸준한 독서만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분야 외에 다른 영역에 관한 지식도 접해봐야 한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접해보면 다채로운 시각을 키울 수 있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은 단순히 의료직에만 매진하지 않았다. 철학이 담긴 글을 쓰고, 재벌을 꿈꾸는 투자자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그가 집필한 책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2011)을 통해 알 수 있다. 독자는 박경철의 글에 감동하고 그의 깊은 인문학 지식에 감탄한다. 차가운 메스만 다룰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 붓도 다루고 있는 반전 때문일까. 시골의사는 대중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대중은 정보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정보 전달 속도가 느린 활자 매체를 점점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는 추세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책은 최고의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뉴미디어가 올드미디어의 모든 단점을 보완할 수는 없다. 이재형 교수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과 동시에 그 매체의 활용이 한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생각을 펼치고 싶다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야 한다"며 "호흡이 긴 책을 읽어내는 과정을 통해 축적되고 재구성된 사고가 내 삶의 맥락에 현실적으로 적용돼 재조합될 때 비로소 비판적, 통찰적,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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