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자각타임] 천재도 다 못쓴 뇌의 비밀
[현실자각타임] 천재도 다 못쓴 뇌의 비밀
  • 서영우 기자
  • 승인 2014.10.06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루시>
▲ 영화 <루시>의 한 장면.

인간의 지성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사람의 뇌는 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다. 현재까지도 뇌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게 많다.

영화 <루시>는 인간이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가정 하에 만약 그 기능을 100% 발휘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특수한 마약을 다량으로 흡수해 뇌의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행동과 의식을 조종하고 자신의 신체를 포함해 물질을 복제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능력을 이용해 악당들을 물리치고, 나아가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까지 해나간다. 후반으로 갈수록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해져 사실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 호기심을 끄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루시>의 가정처럼 정말 사람은 뇌의 능력을 일부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평생 인간이 뇌의 극히 일부분만 사용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낭설에 불과하다. 현재 학계에선 인간이 이미 뇌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통 사람은 뇌의 일부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 출처 불분명한 말은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에서 시작됐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그가 죽고 난 뒤 사체 부검을 맡았던 의사가 따로 보관해 연구해왔다. 재밌는 사실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뇌용량은 15% 정도 더 작았다. '천재 아인슈타인이 의외로 뇌용량은 별로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인슈타인도 뇌기능을 많이 사용하지 못했다'는 말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부분의 기능과 형태를 사라지게 함으로써 유전자 단계에서부터 낭비를 막는 진화론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이 뇌의 90%를 그대로 방치했다면 기능이 퇴화하거나 축소됐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 순간 뇌 전체가 동시에 100% 가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는 뇌지만 신체에서 소비하는 산소량은 20%를 넘는다. 만약 10%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뇌 활동이 100%가 되는 순간 호흡하는 모든 산소가 뇌에서 모두 소비돼 인간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특정 두뇌 작용이 일어날 때 활동하는 영역은 뇌 속 수백억 개의 뉴런 중 약 5% 정도다. 뇌의 각 부분은 기능에 따라 전문화돼 있기 때문에 주어진 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활성화될 때가 다른 것이다. MRI 같은 촬영 장비를 통해 들여다봐도 인간이 사고를 할 때 얼마나 많은 영역이 동시에 활동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자가억제' 기능이 있어서 신체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게 돼있다. 근육의 경우 기능을 전부 사용하게 되면 손상이 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체 근력의 50~60%만 사용할 수 있다. 루시가 뇌를 80% 정도 쓰게 됐을 무렵, 갑작스럽게 피부가 사라져가고 신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이 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뇌가 동시에 100%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몸을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동장치 때문일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