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 석당박물관이 내년 1월 25일까지 박물관 서화실에서 '동아의 국보·보물 특별전'을 열고 있다. 여기서 단연 돋보이는 유물은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東闕圖)로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도 그럴 것이 크기가 가로 5.76m, 세로 2.73m나 되지만, 자연의 구릉과 능선, 전각·재실·정자 등이 입체감이 나도록 조감도식으로 그려져 생생할뿐더러 건물과 물체마다 이름이 다 쓰여 있는 등 세밀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전에 석당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3만여 점 중 국보 2점과 보물 12점, 중요민속문화재 1점, 등록문화재 2점 등 대표 유물(국가 지정 문화재) 17점이 선보이고 있다.
다른 국보 하나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1962년에 지정된 '심지백 개국원종공신녹권'(국보 제69호)이다. 이것은 1397년(태조 6) 10월 왕명에 따라 공신도감에서 심지백이 개국 공신임을 인정해 발행한 문서로 이두가 많이 사용되어 그 문체와 내용이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유물은 '도기 말머리장식 뿔잔'(보물 제598호)으로, '한국 미술 5000년 유럽 순회전'에 하나가 차출되면서 생이별했다 이번에 28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이렇게 많은 유물을 우리 대학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대학의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사랑뿐만 아니라 여타 대학들에 비해 인문학적인 정서가 깊음을 보여주는 증명인 셈이다.
개교 68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이번 특별전이 열리고 있지만, 우리 대학에는 이런 국가 지정 문화재 외에 귀중한 자산들이 많다. 보유 유물 가운데서 앞으로 지정될 유물이 많으며, 고서 수장고인 함진재에도 공개되지 않은 서책들이 상당하다.
게다가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인문학 연구기관인 석당학술원도 등재지 『석당논총』을 발행하며, 해마다 국제학술대회 등을 열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열린 『당현시범』 (唐賢詩範) 발견 관련 국제학술대회만 해도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현시범은 일찍이 궐실되어 이미 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에 팔만대장경 판목 및 우리 대학이 소장한 인쇄본을 통해 그 전모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 대학에는 당장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자산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점차적으로 살려내는 일이 우리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조해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