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자각타임] 영원히 산다는 것
[현실자각타임] 영원히 산다는 것
  • 안희석 기자
  • 승인 2014.11.1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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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 프롬 어스>
▲ 영화 <맨 프롬 어스> 포스터.

사람은 죽는다. 사고나 질병이 없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늙고 쇠약해져 생명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세상에서 내가 없어진다는 사실은 죽음을 두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영생은 인간의 오랜 욕망 중 하나였다.

영화 <맨 프롬 어스>의 주인공 '존 올드맨'은 영생을 얻은 남자다. 자신이 선사시대부터 살아왔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거쳐 부처의 가르침도 받았다고 주장한다. 1만 4,000년을 살아온 그는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걸 언제 깨달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영생하고 있는 걸 알았고, 꾸준한 세포분열로 인해 질병 치유능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존은 지구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10개 이상의 학위를 섭렵했고 각 나라의 문화를 모두 체험했다. 심지어 부처의 가르침을 서양문화에 접목해 전파했더니 그 시기의 자신을 신으로 추앙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그 신의 이름이 바로 '예수'다.

영화는 이런 내용 때문에 종교인들에게 신성모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상과 신념의 잣대를 치우고 나면 근원적인 의문이 존재한다. 과연 존 올드맨의 영생은 생물학적으로 가능할까. 모두가 알고 있듯 인간 중 불로불사의 존재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 살고 있어 우리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상상력을 접어두고 현대의 과학 수준으로 본다면 불로불사의 인간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동물 중에는 죽지 않고 사는 존재가 있다. 해산물 중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바닷가재는 찜통에 들어간 뒤 사람들 손에 망치질 당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살 수 있다. 가재는 해가 거듭될수록 껍질이 단단해지고 근육량이 증가한다. 늙는 것이 아니라 점점 건강해지고 힘이 세지는 격이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20kg에 달하는 가재가 1977년에 잡혔다. 1년에 100g씩 몸무게가 늘어나는 가재의 삶을 고려해본다면 약 200년 이상을 산 것이다.

모든 생물은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한다. 사람은 평생 약 60번의 세포분열을 하는데 이 분열이 멈추면 노화가 시작되고 죽는다. 죽음은 세포 속 DNA의 끝자락에 '텔로미어'라는 부분과 큰 연관이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될수록 길이가 짧아진다. 길이가 점점 줄어들다 아예 없어져 버리면 세포는 더이상 분열하지 않고 늙기 시작한다. 가재의 텔로미어는 굉장히 길고, 짧아져도 그 길이만큼 재생되기 때문에 영생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 몸에서도 가재처럼 텔로미어를 지속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을까. 실제로 과학자들은 그 해답을 암세포에서 찾고 있다. 암세포 속에는 텔로미어를 다시 증식시키는 '텔로머레이즈' 효소가 풍부하다. 암세포가 끈질기게 죽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세포 속의 텔로머레이즈를 건강하게 인간의 몸에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도 존 올드맨이나 가재처럼 영원히 살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한 세포 덩어리인 암에서 추출하는 물질인 만큼 아직 부작용이 많다. 몸 전체를 암세포로 도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수 억마리의 실험용 동물들이 인간을 위해 목숨을 더 바쳐야 임상실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맨 프롬 어스>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존 올드맨의 삶을 부러워했다. 과연 세상의 모든 것을 지켜보며 알아가는 삶이 정말로 행복할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존 올드맨은 "그다지 유쾌한 삶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유쾌한 삶일지 아닐지는 본인이 직접 체험해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텔로머레이즈 개발 성공 여부부터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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