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싫어해, 나만 미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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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석 기자
  • 승인 2014.11.1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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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사카린·카제인나트륨에 대한 오해

대학생 A양의 집은 아침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한다. 오늘 아침은 칼칼한 김치찌개다. 국물을 한술 뜬 A양의 아버지가 "오늘따라 간이 딱 맞네!"라며 감탄한다. A양도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사실 오늘은 간이 안 맞아서 미원을 살짝 넣었어요." 요즘 식단조절을 하는 A양은 기분이 확 상해 찌개에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맨밥을 다시마 쌈에 싸서 꾸역꾸역 입에 밀어넣고 학교로 향했다.

▲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건 모두의 소망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조금의 흠결이라도 보이는 먹거리가 있으면 사실관계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고 등 돌리기에 바쁘다. 그것이 정말 우리의 몸을 해치는지 안 해치는지 정확하게 판단 후에 등 돌려도 늦지 않다.

학교로 올라가기 전 카페에 들른 A양. 주문한 커피를 들고 나가는 찰나, 카페 입구에 있는 '그때 그 시절, 사카린의 추억을 아십니까?'라는 광고와 사카린 무료 나눔 테이블에 눈길이 갔다. 설탕보다 몸에 해로운 사카린을 감성팔이식 광고로 홍보하는 게 당최 이해되지 않는 A양은 두 번 다시 이 카페에 오지 않기로 한다.

하루일과를 모두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A양은 대형 마트에 들어갔다. 아침에 어머니께 받은 심부름 쪽지를 보면서 필요한 물품을 카트에 담는다. 물품을 담던 A양은 커피믹스를 고르며 한참을 갈등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제품은 '카제인 나트륨' 무첨가 커피믹스다. 좀 비싸더라도 화학성분보다는 우유 분말이 들어가 있는 게 덜 해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MSG는 식품첨가물 중 아직도 그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누구는 괜찮다 하고 누구는 안 좋다고 하니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대부분은 그냥 안 좋은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MSG가 몸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나 실험, 논문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MSG는 사탕수수를 발효해 '글루탐산'이라는 물질을 추출한 뒤 소금을 붙인 상태다. 그래서 천연재료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MSG의 핵심원료인 글루탐산은 자연계에 흔한 물질이다. 아미노산의 한 종류이며 우리 몸 안에서도 스스로 합성된다.

MSG, 제가 이미 먹고 있습니다

미원이 들어간 찌개가 싫어서 다시마 쌈에 밥을 싸먹은 A양은 오히려 더 많은 MSG를 섭취하고 집 밖을 나선 셈이다. 다시마에는 MSG의 핵심물질인 글루탐산이 미원보다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양은 MSG에 밥을 비벼 먹은 격이다. 다시마 외에도 △모유 △새우 △토마토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는 식품들에 다량의 글루탐산이 포함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세계보건기구(WHO)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는 MSG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천연 재료에서 합성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없어서다. 세계적으로 MSG에 대한 루머가 퍼지게 된 계기는 중국음식증후군(CRS) 때문이다. 중국음식을 먹고 난 후 속이 더부룩하고 두통을 느낀다는 점 때문에 MSG가 몸에 안 좋다는 소문이 퍼지게 됐다. 하지만 한 실험에서 MSG를 하나도 넣지 않은 중국 음식을 피실험자들에게 먹인 후 느낀 점을 말하게 했다. 대부분의 피실험자는 하나같이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다. MSG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중국 음식을 먹고 난 후에도 더부룩하게 느꼈다는 것은 MSG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 MSG가 들어간 음식을 맛보는 이영돈PD. <출처 : 채널A>

2013년 1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며 '착한 식당'을 찾아다니던 이영돈 PD는 MSG 특집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 MSG의 유해성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는데 그와 동시에 이영돈 PD는 각 식품전문가에게 질타를 받았다. 식당의 MSG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MSG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MSG 특유의 감칠맛 덕분에 최악의 재료로도 평균의 맛을 낼 수 있어 조미료를 쓰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영돈 PD는 마치 MSG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방송해서 조미료를 극미량만 쓰는 식당들의 생계까지 위협했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아니 그럼 MSG를 마구 퍼먹어도 된다는 말인가?'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물론 아니다. 약도 과하면 독이 되듯이 적정량을 지켜야한다. 무색, 무취, 무미의 증류수도 한번에 몇십 리터씩 마시면 저승사자와 조우할 수 있다.

달면 삼키지만, 사카린은 뱉는다

설탕보다 해로운 물질인 사카린을 홍보하는 게 싫었던 A양. 사카린은 설탕보다 약 300배 강한 단맛을 낸다. 당도 측정은 주관적이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설탕보다 엄청나게 달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카린의 열량은 거의 '0'에 가까워 설탕에 비해 매우 낮은 칼로리를 낸다. 게다가 물에도 훨씬 잘 녹는다. 가격도 저렴하다. 이쯤 하면 설탕보다 더 괜찮은 물질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사카린은 우리 생활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걸까.

▲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사카린이 첨가된 커피를 마시고 즐거워하는 기철이와 기영이. <출처 : 유튜브 캡처>

처음 사카린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을 땐 조미료의 혁명이었다. 당시 다소 높은 가격의 설탕을 대체할 수 있고 더 달콤한 맛까지 낼 수 있으니 효용성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았다.

그런데 1977년, 캐나다 보건부는 실험을 통해 사카린이 맹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했다. 쥐에게 사카린을 투입했더니 방광염에 쉽게 걸렸고 이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 후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각 나라는 사카린을 식품첨가물이 아닌 일종의 발암물질로 취급했다. 사카린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던 회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미국은 약 20년 동안 사카린을 발암물질 리스트에서 제거하지 않았다.

강산이 두어 번 정도 변한 뒤, 캐나다의 사카린 실험 방법이 잘못됐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드디어 사카린을 구제할 길이 생겼다. 실험 당시 캐나다 학자들은 보통 크기의 캔 음료 800개 정도에 포함되는 양의 사카린을 동물들에게 매일 투입한 것이다. 이는 사카린의 해악을 부각하겠다는 저의가 깔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실험이었다. 아무리 무해한 물질이라도 다량을 매일 투입한다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캐나다의 실험이 사카린의 독성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미국은 2001년부터 발암물질 목록에서 사카린을 지웠다. 우리나라는 사카린의 허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왔지만 빵·과자 등 기호식품에 대한 규제는 최근까지도 완화하지 않았다. 국내 한 사카린 제조업체는 지난해에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각종 기호식품에도 사카린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사카린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고정관념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서서히 허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아직 한 수저도 채 안 되는 양이긴 하지만 김치나 과자에 일정량을 허용하고 있다.

미인박명이 싫었던 N유업

A양의 마지막 선택은 '몸에 덜 해로운' 인스턴트 커피였다. 타 회사 제품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카제인 나트륨을 첨가하지 않아서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 N유업 커피믹스 광고. <출처 : 유튜브 캡처>

2011년, N유업은 자사 커피믹스에서는 카제인 나트륨을 뺀 대신 우유를 넣는다고 광고했다. 광고모델이었던 여배우는 커피잔을 한 손으로 엎으며 몸에 안 좋은 화학성분이 아닌 우유를 넣자고 말했다. 이 광고를 통해 N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늘어나는 점유율만큼 카제인 나트륨을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이후 N유업의 광고는 식약청으로부터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왜냐하면 카제인 나트륨이 우유보다 몸에 해롭다고 알렸다는 점 때문이다. 카제인 나트륨은 '카제인'이라는 성분이 물에 잘 녹도록 약간의 가공을 거친 물질인데, 이 카제인은 우유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단백질이다. 식물성 크림에 풍미를 더하는 단백질 공급원이자 물과 식물성 유지가 안정적으로 섞여 있도록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카제인 나트륨은 새롭게 창조한 화학물질이 아니라 기존 천연 물질에 나트륨을 붙이면서 용해성만 높인 것이다. 실제로 유제품의 80% 이상에 첨가돼 있는 카제인 나트륨은 단순히 맛이나 풍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제품에 단백질을 더 많이 용해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한국과 일본은 식품첨가물로 분류하고 유럽 및 호주, 미국 등에서는 일반식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카제인 나트륨이 다량 함유돼 있다. 과연 광고에서 말한 것처럼 해로운 물질이라면 분유에 첨가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미 왜곡된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카제인 나트륨이 달갑지만은 않은 존재다. 그래서 기존 커피믹스 제조회사들 역시 앞다퉈 카제인 나트륨 무첨가 제품을 출시 중이다.

그들은 우리를 해치지 않아요

이처럼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잘못된 상식 때문에 피해를 본 식품들이 늘고 있다. 위의 사례 외에도 몸에 좋은 것인데 좋지 않은 것처럼 혹은 무익한데 유익한 것처럼 알려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피부 미용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콜라겐 역시 사실무근이다. 콜라겐을 피부에 직접 발랐을 때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큰 단백질 덩어리이기 때문에 돼지 껍데기나 족발 등 콜라겐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도 전혀 흡수되지 않는다. 만약 콜라겐이 몸속에서 분해·흡수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에 빠진다. 왜냐하면 우리 몸, 특히 피부의 주성분이 콜라겐이기 때문에 우리 몸 자체가 분해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건 모두의 소망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조금의 흠결이라도 보이는 먹거리가 있으면 사실관계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고 등 돌리기에 바쁘다. 그것이 정말 우리의 몸을 해치는지 안 해치는지 정확하게 판단 후에 등 돌려도 늦지 않다.

MSG와 사카린 그리고 카제인 나트륨은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 과량 섭취만 하지 않으면 우리 혀를 좀 더 즐겁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그들에 대해 너무 큰 오해는 하지 말자.

※ 참고자료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 식품의약품안전처, 2013>
<『행복한 밥상』 서득현· 박지현· 배관지, 이지북, 2013>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최낙언, 지호, 2012>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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