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우아하게 혹은 힘있게
[맞수] 우아하게 혹은 힘있게
  • 안희석 기자
  • 승인 2014.12.0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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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과 이브 생 로랑
▲ 코코 샤넬(좌)과 이브 생로랑의 옷은 현재 여성복 디자인의 근간이 됐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그들이 등장하기 전, 여성들에게 패션은 고통이었다. 꽉 끼는 코르셋, 등줄기를 따라 옭아매는 단추, 양손 활동을 못 하게 하는 핸드백 등 아름다움을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해방감을 준 디자이너가 등장했다. 여성의 힘을 강조한 이브 생 로랑, 여성의 우아함을 강조했던 코코 샤넬. 정반대의 길을 걸은 듯하지만 두 디자이너 모두 '성의 해방'을 외쳤다.

이브 생 로랑과 코코 샤넬은 20세기 여성복에 혁신을 일으킨 디자이너다. 1900년대의 여자들은 어느 옷을 입든 꼭 코르셋을 착용하면서 온몸을 압박해야만 했다. 코코 샤넬은 무식할 정도로 몸선을 강요하는 패션계에서 20세기 여성들의 코르셋을 벗긴 디자이너다. 그는 단순히 여성의 우아함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기존 기성복보다 훨씬 예쁜 것은 물론 편하기까지 한 옷을 만들었다. 그녀는 발목에서 펄럭거리던 치맛자락을 과감히 무릎선까지 재단해버리고 더 이상 코르셋이 필요하지 않은 옷들을 만들었다. 여성복의 과도한 옥죔을 지양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옷을 디자인한 것이다. 코코 샤넬이 여성들의 몸에 자유를 준 뒤 여성복 시장은 굉장히 활발해졌다. 샤넬을 주축으로 당시 남성복에 쓰이던 소재가 여성복에 쓰였고 다양한 스타일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브 생 로랑은 여성의 힘을 재조명했다. '여자는 반드시 곡선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박살내면서 여자만이 입을 수 있는 슈트를 만들었다. 그는 남성의 전유물인 턱시도를 여자의 몸에 맞게 디자인해 최초로 여자를 위한 슈트를 만들었다. '르 스모킹'이라는 이름의 여성 슈트는 남성복인 듯 아닌 듯 오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재킷의 어깨선은 직각으로 떨어지지만 허리선은 잘록하게 들어간다. 바지는 골반부터 발목까지 갈수록 그 너비가 점점 좁아지는 형태다. 셔츠의 목 부분에는 '자보'라 불리는 일종의 주름장식이 달려있다. 여성 신체 라인을 살린 르 스모킹은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정장에 색다른 매력을 기워냈다. 급변하던 여성복 시장은 이브 생 로랑의 등장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성의 해방을 추구하면서도 그 표현 방식이 달랐던 만큼 그들의 성장배경도 달랐다. 이브 생 로랑은 패션의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어린 시절부터 인형 옷 만들기를 좋아한 그는 파리의 패션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정규 교육에 흥미를 잃어 금방 그만두고 '크리스티앙 디올'을 만난다. 그의 조수로 일을 시작한 이브 생 로랑은 디올 컬렉션 디자인의 절반을 맡을 정도로 신뢰받았다. 그러던 중 디올이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21살의 이브 생 로랑은 디올을 이끌 후계자로 발탁됐다. 브랜드를 이끌어가기엔 다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브 생 로랑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발표해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그 후에도 그는 더욱 여성복에 집중했고 1961년 12월, 자신의 이름을 딴 '이브 생 로랑 쿠튀르 하우스'를 설립했다.

반면 코코 샤넬은 이브 생 로랑에 비해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다. 코코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그녀의 본명은 '가브리엘 샤넬'이다. 그녀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보육원에서 성장했다. 보육원에서 바느질을 배운 뒤 술집의 가수로 활동한 샤넬은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감추고자 '코코'라는 별칭을 사용했다. 오늘날 샤넬 브랜드의 심볼 마크는 코코(Coco)의 앞 글자 C에서 가져왔다. 밝지만은 않았던 성장배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보육원에서 배운 바느질을 바탕으로 패션 디자인에 집중했다. 사회에서 여성을 인형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싫었던 코코 샤넬의 사고방식은 좀 더 편안한 여성복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작은 모자가게부터 시작해 오늘날 샤넬 브랜드로 오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패션에 투자했다.

코코 샤넬과 이브 생 로랑 모두 패션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틀에 얽매이지 않은 디자인을 창출했고 그들의 옷은 현재 여성복 디자인의 근간이 됐다. 우아함을 강조하는 코코 샤넬과 여성의 힘을 강조하는 이브 생 로랑은 당시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사이였다. 20세기 소녀들을 더욱 우아하게 혹은 아예 소년으로 만들어버리고 떠난 그들은 이제 다른 세상에서 옷을 재단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이브 생 로랑 디자인에 표현된 아트 인스피레이션 :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중심으로』 이예은, 조규화, 2010>
<『가브리엘 샤넬의 모더니즘 : 패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이미숙, 조규화, 1997>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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