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기] 24시간이 모자라
[일상탈출기] 24시간이 모자라
  • 서영우 기자
  • 승인 2014.12.0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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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게임하기
▲ 게임플레이 21시간째의 기자 모습.

 지난달 20일부터 4일간 부산에서 '지스타 2014'가 개최됐다. 게임이라곤 스타크래프트 밖에 모르는 기자로서는 축제까지 벌여가며 게임에 몰입하는 그들의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게임이 그렇게 재밌냐고 묻자 '문명5'라는 게임을 추천해줬다. 아무리 게임에 흥미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 시작하면 온종일 할 수도 있는 게임이라는 게 친구의 설명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과연 하루 종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정말로 해봤다. 하루 종일.

"기껏 대학 보내놨더니… 차라리 잠이나 자는 게 낫지." 하나뿐인 자식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부모님의 관심에 힘입어 아침 10시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문명'은 나라를 정해 군사력과 기술을 발전시켜 외교, 전쟁의 방법으로 세계를 정복해 나가는 턴제 게임이다. 한 번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해서 '인류 최초의 타임머신'이란 별명까지 갖고 있다. 잔뜩 기대했다. 정작 플레이해보니 별로 재미가 없어서 실망이다. 그나저나 아침 먹은 지 얼마 안됐는데 왜 계속 저녁 먹으라고 부르시는지 모르겠다.

플레이한 지 12시간이 지났다. 처음엔 재미없는 것 같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점점 마우스를 놓기가 힘들어진다. 게임에 온전히 집중하려고 일부러 오늘 하루 인간관계도 포기했다. 열두 시가 넘어서 카톡을 열어봤더니 안 읽은 메시지 숫자가 300이 넘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카톡으로 조별 과제 회의가 있었던 것 같은데….

17시간째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마우스를 잡고 있던 오른 손목에 통증이 느껴진다. 근육과 관절이 끊어질 듯이 아프다. 손목의 통증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멀쩡한 줄 알았던 몸 구석구석이 삐거덕거리는 것만 같다. 계속 굽어있었던 허리와 뒷골도 아프고 골반, 어깨, 옆구리 안 아픈 곳이 없다. 하반신은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피가 제대로 통하지 못하는 게 느껴진다.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도 쉬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많은 영토를 차지해서 기쁘다. 국민들이 더 넓은 영토에서 살 수만 있다면 이까짓 몸 좀 아픈 게 무슨 대수일까 생각하니 더욱 힘이 난다.

플레이 22시간이 넘어가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아침 8시였는데 턴을 넘기려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자 의식이 흐려지더니 어느새 9시가 됐다. 좀 전까지 밖에서 아침식사 하던 가족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래서 이 게임이 타임머신으로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턴을 마치고 오른쪽 클릭을 했다. 이번에는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것 같다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잠에서, 아니 시간여행에서 깼다. 아무래도 시간여행 도중 반고리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래도 목적지에는 잘 도착했는지 시계바늘이 10시 5분전을 가리키고 있다. 비록 모든 영토를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아주 유익하고 보람찬 일을 해낸 기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24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시작하기 전엔 게임에 흥미도 없는데다가 한 가지 게임만 하면 분명 질려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24시간을 채우고 나니 '한 턴만, 한 턴만 더…'를 중얼거리며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보였다. 24시간을 해 놓고도 끝을 내지 못하게 만드는 게임의 중독성은 정말 대단했다. 왜 게임만 하다가 죽는 사람이 생기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집과 학교만 오고 가며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친 대학생이라면, 하루쯤 모든 걸 잊고 재밌는 게임 하나를 정해 원 없이 해보는 것도 소소한 '일생'탈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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