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자각타임] 조선의 적? 조선 의적!
[현실자각타임] 조선의 적? 조선 의적!
  • 김경은 기자
  • 승인 2014.12.0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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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 영화<군도:민란의 시대> 포스터.

 가진 자가 권력을 업고 가난한 자를 부리는 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슬픈 사실이다. 민초는 이러한 불평등 속에서 영웅의 등장을 기대한다. 하지만 옛날 배고픔과 추위가 절박했던 이들을 돕던 영웅들은 '의적'이라 불리던 도적들이었다. 게다가 이들 또한 도적질이 좋아서가 아닌, 하루 연명을 위해 도적질을 하던 백성이었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1862년 철종 13년, 탐관오리들과 양반의 착취에 삶이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담았다. 당시 거듭된 흉년에 핍박까지 더해져 전국 각지에서 백성들의 봉기가 끊일 날이 없었다. 특히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태어나 삼남지방의 최고 대부호로 성장한 조윤의 약탈이 극심했다. 많은 백성들이 반상의 법도를 어겼다 하여 참수를 면치 못했고, 나머지 산으로 도망친 자들은 도적이 되어 생을 영위해야 했다. 지리산 추설은 조윤에 맞서 백성들을 지켜내고 그들의 영웅이 된다.

1860년 철종 13년에는 금술 민란의 해라고 부를 만큼 전국적으로 민란이 많이 일어났던 시대였다.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백성들은 함께 손을 잡고 도적 떼를 이끌어 나갔다. 영화 군도의 모티브가 된 지리산 추설은 실제 구월산 목단설과 함께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삼남 지방에서 활약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조선 3대 의적 중 한 명인 홍길동의 후예라고 주장했다. 18세기부터 일제 강점기 시작 무렵까지 200여 년 동안 그 역사가 이어져 기근과 흉년, 탐관오리들의 착취와 횡포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편에서 그들을 보호했다. 지리산 추설은 탐관오리와 토호들에게 빼앗은 재물을 백성들에 나눠 줬다. 그들은 지주의 수탈과 과도한 세금에 토지를 떠난 농민들과 생계가 불확실한 천민들을 받아들이며 수를 늘려 나갔다.

추설이 후예를 자처한 홍길동 역시 실존 인물이다. 당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명성을 떨쳤다. 대낮에 관리 복장을 갖추고 관청을 드나들기도 하며 변신에 능했던 인물이었고, 관청에서 빼앗은 재물들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탐관오리가 아니더라도 고위급 관리들의 재산을 훔쳐 빈민들을 도왔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6년 기록에는 "듣건대, 강도 홍길동을 잡았다 하니 기쁨을 견딜 수 없습니다. 백성을 위하여 해독을 제거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으니, 청컨대 이 시기에 그 무리들을 다 잡도록 하소서"란 대목이 있다. 의정부의 삼정승이 직접 임금에게 홍길동을 잡았다는 사실을 올릴 정도니 엄청난 도적이었던 듯하다.

도적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을 정도였던 조선 명조 대에는 임꺽정이 활약을 했다. 그는 백정 출신이었지만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의적이었다. 임꺽정의 난은 조선 전체를 뒤흔들 만큼 대단했다. 그가 이끄는 군도는 황해도 구월산을 중심으로 활약하며 주로 부자, 탐관오리들이 있는 관청을 습격해 그들의 재물을 빼앗고 빈민들에게 나눠줬다. 백성들은 관군의 토벌이 있을 경우 미리 정보를 알려주며 임꺽정의 군도가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임꺽정의 뒤를 이어 나타난 장길산은 홍길동이나 임꺽정과 달리 끝까지 잡히지 않아 전설로 남았다. 그는 조선시대 천민 광대출신으로, 사대부의 횡포로부터 가난한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승려와 결탁해 궁궐을 침범하려하기도 했다.

오늘날 도적은 우리에게 해로운 존재지만 그 시절 도적은 백성들에게 환영받는 존재였다. 이름난 의적들 외에 이름 없는 의적들도 많았다. 이름 없는 영웅이 된 백성들은 분명 시대가 낳은 슬픈 영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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