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모교에서 이룬 만학의 꿈
[화제의 인물] 모교에서 이룬 만학의 꿈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5.03.02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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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狂)면 미친(及)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지난달 71살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따낸 정병윤(정치외교학 64학번) 동문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70대에 박사학위를 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입학부터 복학, 그리고 석사에 이어 박사학위 수여식에 서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 정병윤(정치외교학 64학번) 동문

그의 소싯적 꿈은 국회의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넉넉하지 않은 살림 탓에 신문배달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자신감 넘치고 호기로운 성품은 물론 공부도 꽤 잘했던 터라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당시 배달하던 신문사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았다. 똑똑하고 성실해 주변에서 "나중에 국회의원 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정 동문은 1964년 우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정병윤 동문은 학업을 채 마치지 못하고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직했다. 당시는 일하는 게 더 우선이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늘 못다 이룬 꿈과 모교를 향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60세라는 나이에 학부 생활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터라 부산에 내려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이틀, 첫 교시부터 야간까지 하루 종일 강의를 듣는 방법을 택했다.

또 체력 단련을 위해 집 근처 산을 1,0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등산하는 열정도 보였다. 학교에선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간식거리를 들고 다니며 공부했고 구덕캠퍼스 근처 사우나를 이용해 잠을 청했다. 도서관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이었던 학부생 시절, 그는 도서관에서 이미 유명인사였다.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를 듣는 게 걱정도 됐지만 정 동문은 해낼 자신이 있었다. 학교에서 만큼은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했다. 선배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학생들과 어울렸다. "젊은 학생들과의 토론 수업에도 곧잘 참여했고 학교생활 내내 단 한 번의 결석이나 지각도 없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학부부터 석·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10년 동안 모든 초점을 공부에 맞췄다. 이런 모습에 자연스레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졌다. 학교 직원 뿐 아니라 교수들도 그를 인정했다. 가족 역시 그의 꿈을 묵묵히 응원해줬다. 특히 아내의 내조가 큰 힘이 됐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나만의 방법이었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앞으로 국내 NGO에서 시민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후배들에게 "사회의 조류에 맞춰 변화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자랑스런 동아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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