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유혹에 빠진 청년들
IS의 유혹에 빠진 청년들
  • 안희석 기자
  • 승인 2015.03.0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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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던 아이가 오랜만에 하고 싶은 걸 말했을 때 정말 반가웠습니다. 터키 여행 후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했습니다. 고립된 방에서 나와 꿈과 희망을 펼치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여유가 없는 집안 살림이었지만 패키지 가이드를 마다하고 개인 가이드를 수소문해 붙였습니다.
('시사IN' 제385호, 2015년 1월 31일)

2015년 1월, 김 군의 아버지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로 떠난 아들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김 군은 터키 여행 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허울뿐인 약속이었다. 그는 터키를 통해 IS로 떠났다. 정황상 김 군이 IS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초기의 추측은 사실이 됐다. 국정원은 지난달 김 군이 IS에서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 군은 친구가 없었다. 중학교 자퇴 후 자기만의 세상에서 자랐다. 본인 방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부모님과의 대화는 쪽지로 했다. 은둔형 외톨이였던 그는 자연스레 컴퓨터와 친구가 됐다. 인터넷만이 유일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구였다. 그렇게 점점 세상과 벽을 쌓던 중, IS를 만났다.

▲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약 30일 동안 IS 가입 의사를 밝힌 글이 게재돼 있었고, 컴퓨터 배경화면도 IS 깃발 사진이었다. 하지만 IS 관련인 외에 김 군의 게시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고, 김 군 부모님도 모니터 속 배경화면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속칭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것이다.

국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사고방식이 부정적이다. 그리고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해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런 김 군에게 IS가 손을 내민 것이다.

국제 정세 이용해 협박

IS는 소규모 테러 집단이 아니다. 현재 정확한 수치는 추산되지 않지만, 최소 20만 명의 IS 대원이 이라크 및 시리아 일부를 점령 중이다. 그들은 테러와 게릴라전으로 영토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 자칭 이슬람 '국가'라고 홍보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IS 내부에는 그들만의 사회구조가 있으며, 인질을 포획할 경우 재판을 연다. 재판을 통해 당장 죽일 것인지, 살려둬서 몸값 요구에 사용할지 결정한다.

IS는 이슬람 제국의 부활을 꿈꾼다. 이슬람 제국은 이슬람 역사에서 칼리파 제도가 있던 시대의 나라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슬람 제국의 최고 지도자를 뜻하는 칼리파는 당시 종교권력과 세속권력 모두 쥐고 있었다. 절대적 존재인 칼리파가 통치하는 이슬람 제국은 포르투갈부터 이란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IS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그들만의 칼리파로 옹립해 옛 이슬람 제국의 명성을 도둑질하고 있다.

IS는 전 세계를 상대로 침략을 일삼으며, 인질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국가를 협박한다.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건 테러 단체들의 주된 돈벌이 방식이다. 그런데 IS는 단순히 수익을 위한 협박을 넘어 국제 정세를 이용하는 영악함을 보였다. 그들은 일본인 인질 두 명을 잡아두고 일본 정부에 2억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인질 한 명을 참수하고, 요르단에 수감 중인 테러리스트 석방을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다.

요르단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으로부터 약 3조 원을 지원받았다. 게다가 당시 요르단의 관광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던 차에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요르단에 1억 달러 차관을 약속했다. 요르단은 자국 경제에 단비를 내려준 일본을 모른 척할 수 없는 판국이었다. IS는 뜬금없이 요르단을 언급한 게 아니다.

요르단이 망설이는 것을 눈치챈 IS는 또 다른 인질을 심판대에 올렸다. 바로 요르단 출신의 공군 조종사다. 요르단은 자국민 조종사와 일본인 모두 구하고 싶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미국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이며 미국은 테러리스트 석방에 굉장히 예민하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자국민 보호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사이에서 요르단 정부는 고민에 빠진다.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IS 측이 요구한 시간은 끝났고, 일본인 인질과 요르단 공군 조종사는 살아서든 죽어서든 고국으로 갈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은 그들이 국제 관계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IS는 요르단 공군 조종사 화형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출처 : YTN>

IS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성사되지 않으면 인질을 무참히 살해한다. 인질들은 밧줄에 목이 매달린 채 숨을 거두거나 살아있는 상태에서 참수당하기도 한다. IS는 인질을 화형하고 그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세계 젊은이 끌어들여

이렇게 영악하고 극악무도한 곳에 각국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세계의 20대 청년들은 김 군과 같이 인터넷으로 IS를 만난다. IS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 혹은 반사회적 성향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배포한다. 각 서비스 관리자들이 이런 홍보물에 제재를 가하고는 있지만, IS가 아닌척하며 비밀리에 행하는 홍보까지는 막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IS에 가담한 대부분의 젊은이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알아낸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두현(건축학 4) 학생은 "인터넷을 하다 보면 IS 정보 페이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직접 본 적도 있다"며 "살인을 주도하는 집단이 버젓이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들을 인터넷에서 완벽하게 차단할 방도가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IS는 SNS 활동과 더불어, 게임 영상을 각색해 홍보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게임을 자주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현실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반사회적 성향을 띠거나, 홀로 고립된 청년은 영상에 현혹되어 잘못된 영웅 심리를 품을 수도 있다. 그들이 해당 홍보 영상을 본다면 IS에서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할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IS 포섭 활동에 노출된 청년은 여러 국가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0대 소녀 두 명이 '알라를 위해 죽겠다'는 메모를 남긴 채 IS로 떠났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두 소녀 모두 페이스북을 통해 IS에 접한 것으로 추정되며, 각자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슬람 전통 여성복을 입고 소총을 든 모습의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보스니아 이민자의 자녀로 밝혀진 두 소녀는 서구의 어린 여성들에게 IS 가담을 홍보하는 모델로 활동해왔다.

일본에도 IS에 가담하려고 했던 청년이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가담을 계획하다 '사전 예비 및 음모' 혐의를 받고 경찰에 붙잡혔다. 취직이 안돼서 IS 전투 요원이 되려고 한 청년은 당시 홋카이도 대학을 휴학한 상태였다. 그는 "친구, 일, 학업을 모두 버리고 시리아에 가서 죽으려고 했다"며 "일본에 있어도 언젠가는 자살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 → 잘못된 판단

보스니아 이민자 자녀들과 일본의 20대, 우리나라의 김 군 모두 사회적 혹은 심리적으로 극단적인 고립을경험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의 핵심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난 집단이거나 주변에 손을 뻗기 힘든 청년들이다. 우리 대학 윤상우(사회학) 교수는 "그들의 특징을 획일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공통점은 사회적 박탈감과 기존 질서에 대한 반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공통점이 반드시 하층민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며 IS에 가담한 청년들의 주변 관계망이나 개인 성장배경도 살펴봐야 정확한 동기를 분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IS 대원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 <출처 : Newscom>

국내의 한 연구논문은 집단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본인의 정체성 확립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IS는 정체성 확립을 미루는 그들에게 나치 독일의 히틀러, 북한의 김정은, 이슬람 극단주의 등과 같이 절대적인 숭배의 대상을 제시한다. 그래서 '알라를 위해 죽고 이슬람의 전사가 되자'는 IS의 구호는 불완전한 그들을 쉽게 포섭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게다가 IS는 일면식도 없는 그들에게 형제라고 부르거나, 새로운 국가 설립, 유토피아 건설, 해방 등을 주 키워드로 사용하며 존재 의미를 부여한다.
사회의 가장자리를 걷는 청년들에게 IS는 유일하게 그들을 인정해 주는 곳이 됐다. '월 1,000달러의 급여와 주택 제공'은 IS의 복지 정책이다. 새로운 곳에서 영웅으로 활동하며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궤변에 청년들이 현혹되고 있다.

신예림(정치외교학 2) 학생은 "보통 IS보다 우리나라가 더 좋은데 왜 갔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김 군처럼 사회로부터 격리된 청년들은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일반적이지 않다"며 "그런 그들의 행동을 우리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힘든 것 같다"고 전했다.

윤상우 교수는 "김 군은 인터넷에서 유대감을 느꼈고, 한국 사회에는 본인의 자리가 없지만 IS에는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하게 은둔형 외톨이거나 하위 구역에 있어서 가담했다고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관련된 여러 요인을 모은 뒤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 참고자료
<고스게 유코, 「은둔형 외톨이 사례연구 : 한국과 일본사례를 중심으로」,

숭실대 석사학위논문, 2012>
<한민, 「정체성 관리전략의 차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정체성의 관계 :

개인차원 대 집단차원을 중심으로」, 고려대 석사학위논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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