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행 모티] 천마산에서 세상 내려다보기
[지역기행 모티] 천마산에서 세상 내려다보기
  • 안혜진 기자
  • 승인 2015.03.02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티 :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 잘못된 일이나 엉뚱한 장소라는 의미로도 쓰임

▲ 전망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부산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택가에 둘러싸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주택가 배경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온 정신을 집중하면 이내 회갈색의 풀들이 쓸쓸한 냄새를 풍기고, 지저귀는 새소리가 생동감을 주는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을지라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그 곳.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천마산으로 가족나들이를 떠났다.

천마산은 서구 남부민동과 사하구 감천동 경계에 있다.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에서 하차해 서구 2번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천마산 트래킹 코스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천마산 가는 길 부근에 있는 감천문화마을에 들렀다 간다면 또 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천마산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 편백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가 펼치는 장관은 감탄을 자아낸다. 오르는 내내 부모님은 편백나무 열매가 아토피에 좋다며 떨어진 열매를 줍느라 부산했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로 오장육부가 씻기는 것 같아 상쾌했다. 앞쪽에서 걸어가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장난으로 솔방울을 던졌다. 문득 결혼 전 부모님이 데이트하던 모습이 궁금해졌다.

조금 더 올라가면 저 멀리 '대원사'라는 푯말이 보인다. 대원사에는 대웅전으로 추정되는 큰 건물 양옆으로 작은 건물 두 채가 있다. 마치 큰 불상 양옆으로 작은 불상들이 있는 삼존불처럼 보인다. 대원사를 둘러보다 우연히 동전이 놓인 두꺼비 조각상을 발견했다. 누군가 두꺼비에게 소원을 빌었던 모양이다. 어머니에게 40원을 빌려 두꺼비 위에 올려놓았다. 40원어치 소원 정도는 들어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 천마산조각공원의 모습

20분가량 더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천마산 정상에는 '천마산조각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44개의 조각들이 언덕마다 드문드문 서 있다. 공원에는 산책로, 체육시설, 쉼터 등도 있어 인근 주민들이 가볍게 이용할 수 있다. 어떤 가족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개는 주인의 자전거를 따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상상 속 천마의 모습이 실제로 저렇지 않았을까.

천마산 조각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로 올라가면 부산 동구와 서구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하늘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중앙을 바라보면 에메랄드빛의 송도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오른쪽을 바라보면 레고 같은 주택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내 눈앞으로 옮긴 모양새다. 전망대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부산의 멋진 광경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다. 괜히 부산 최고의 출사 명소가 아니다.

전망대 근처에는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천마바위'라고 불린다. 천마바위를 살펴보면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있다. 주민의 구전(口傳)에 따르면 하늘에서 용마가 내려와 대마도로 건너간 발자국이라고 한다. 신라시대 천마산에서 군사용 말을 키우던 목마장이 영도(당시 절영도)로 옮겨간 데서 유래했다는데, 옛날 사람들은 참 순수했던 모양이다. 목마장이 옮겨간 것을 천마가 내려와 대마도로 간 거라고 여겼다니 말이다.

천마산은 부산 시민들에게도 덜 알려진 장소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것 같은 편백나무와 말을 건넬 것처럼 생동감 있는 조각상 등은 묻혀있기엔 매력이 뚝뚝 흘러넘친다. 3월,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는 짜릿한 즐거움을 느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