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기]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일상탈출기] 너의 목소리가 들려
  • 박현재 기자
  • 승인 2015.04.0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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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센터 자원봉사

기자가 사는 동네엔 길고양이가 많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길고양이를 위해 통조림이나 사료를 챙겨 길가에 놓아둔다. 눈치 보며 먹는 길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치 않다. 예전에 사정이 있어 다른 곳으로 떠나보낸 고양이 생각이 나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고 있는 보호소로 봉사하러 가는 것을 제안했다. 동물들을 볼 생각에 냉큼 따라 나섰다.

강서구 대저동에 위치한 부산동물보호센터는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하지만 한적한 곳에 있다 보니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하단에서 출발하는 버스 배차간격도 길고, 내려서 10분 정도 논밭 사이를 걸어가야 했다. 간신히 도착한 보호센터의 문을 열자 수십 마리의 동물이 짖어댔다.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동물이 동시에 짖는 소리에 위압감마저 느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다. 케이지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그 안에 대형견부터 소형견, 고양이까지 많은 동물이 있었다. 주인의 보살핌 속에서 활발하게 뛰어 놀아야 할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 기자가 호빵이와 다정하게 놀고 있다.

평일 오전임에도 동물보호센터에는 많은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바닥은 동물들의 털이나 변, 흘린 사료로 지저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묵묵히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들을 도와 청소를 시작했다. 쉬는 시간, 기자는 개 한 마리와 친해졌다. 인상적인 검은빛 털에다 덩치가 큰 개였다. 쓰다듬어주고 같이 장난을 치다보니 개의 얼굴이 호빵처럼 보여서 기자는 '호빵'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다른 개들과 달리 짖지도 않고 사람이 가까이 오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서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순한 개였다. 꽃샘추위에 몸을 녹이려 난로 근처에 있었는데 갑자기 달려들어 애교를 부리는 바람에 뒤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호빵이와 정이 많이 들었다. 부산동물보호센터에는 점심식사 이후 자원봉사자와 동물들의 산책시간이 있다. 호빵이를 데리고 산책을 가고 싶었지만 이날은 비가 많이 내려 산책이 취소됐다. 자원봉사자와 동물 모두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청소를 하려는 순간, 한 아저씨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급하게 뛰어왔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큰 사고를 당한 동물들은 격리실에서 보호한다. 저 정도 다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며 덤덤하게 말하는 관계자의 모습에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인 것 같아 씁쓸했다.

이곳은 발견 장소나 건강상태에 따라 동물을 구분해 보호하고 있다. 그중 다치거나 아픈 동물은 격리실에서 집중관리한다. 격리실은 다른 방과 다르게 짖는 소리 하나 없이 적막만 흘렀다. 동물들은 미동도 없이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그중에서 고양이 한 마리는 입이 전부 헐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침만 흘리고 있기도 했다. 참혹한 모습에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같이 간 지인은 격리실 안 동물들의 눈망울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어느덧 봉사활동 시간이 끝났다. 그들의 슬픈 눈망울을 뒤로하고 격리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처음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섰을 때 동물들이 쉼 없이 짖어대는 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소음은 점점 기자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인지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때 동물들의 울음소리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귓가에는 아직 동물들의 소리가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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