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원치 않아", 흡연자 "눈치 보지 않고 흡연하고 싶다"
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원치 않아", 흡연자 "눈치 보지 않고 흡연하고 싶다"
  • 임정서 기자
  • 승인 2015.04.07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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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흡연구역 실태취재

지난해 9월 정부는 담뱃값 인상안이 포함된 '종합금연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외국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 가격이 2,000원씩 인상됐다. 또한 음식점과 PC방에서도 흡연석을 따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대신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대학에서도 흡연 문제는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안이다.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 피해를 주는 흡연자들에게 불만을 내비친다. 흡연자들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흡연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러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대학 내 흡연구역 지정에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흡연구역 설치 기준

"건물 내 흡연실은 실내와 완전히 차단"
"금연구역 표시 부착해야"
"가급적 실외에 흡연실 설치해야"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 7호에 따르면 대학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 경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설치해야 한다'가 아니라 '설치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대학은 흡연구역 지정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흡연구역이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대학도 있고, 있다 해도 잘 지켜지지 않아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불편을 겪는 대학도 있다.

현재 정부가 종합금연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학에서도 이제 관망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하지만 정부가 금연을 기조로 내세우고 대학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이라고 해도 학내 흡연자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흡연구역 설치에 대학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부민 양호, 승학·구덕 열악

우리 대학 각 캠퍼스를 취재해 확인해본 결과 각 캠퍼스 간의 흡연구역 환경 격차가 심했다. 흡연구역 환경이 가장 우수한 곳은 부민캠퍼스였다. 현재 부민캠퍼스에 설치된 흡연실과 금연구역은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고 있다.

▲ 학생회실, 동아리방 부근 흡연구역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부민캠퍼스에 공식적으로 지정된 흡연구역은 총 13곳으로 △법대 정·후문 △국제관 옆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 △학생회실·동아리방 부근 △종합강의동 2·4·5·6·9·12층 등이다. 경영대와 사회대를 연결하는 복도에 위치한 종합강의동 2·9·12층 흡연실은 각 단과대학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종합강의동 4·5·6층 흡연실은 경영대와 사회대 두 단과대학 건물에 모두 설치돼 있다.

종합강의동 흡연실은 모두 유리벽으로 된 테라스 형태라서 실내로 담배연기가 유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끼칠 염려가 없다. 부민캠퍼스 건물 외부에 위치한 흡연구역도 흡연구역 표지판을 설치해 경계를 명확하게 표시해 놓고 있다. 또한 모든 흡연구역마다 재떨이가 구비돼 있어 담배꽁초와 담뱃재 때문에 바닥이 지저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과에서는 "부민캠퍼스의 모든 흡연구역은 학교와 학생회 간의 협의 하에 지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장소들을 제외한 석당박물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생교육원 등 부민캠퍼스의 모든 건물에는 내부가 금연구역임을 알려주는 표시가 입구마다 존재했다. 기자는 현재 흡연구역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부민캠퍼스 내 흡연구역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관찰했다. 오전은 건물 내·외부를 청소하는 시간이고, 캠퍼스 내 유동인구가 적어 흡연구역이 깨끗했다. 오후는 캠퍼스 내 유동인구가 많은 2층의 흡연구역 바닥에 담뱃재가 날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깨끗한 모습이었다.

▲ 금연구역인 인문대 화장실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반면 승학캠퍼스와 구덕캠퍼스의 경우 흡연구역 환경이 열악했다. 승학캠퍼스는 우리 대학의 세 캠퍼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건물 수도 많은 곳이지만 현재 한 곳을 제외하고는 흡연구역이 따로 지정돼 있지 않다. 각 건물 입구에 내부가 금연구역이라는 표시만 있을 뿐 흡연구역 표시는 찾을 수 없었다. 승학캠퍼스의 흡연구역은 관리과에서 지정한 공과대학 2호관의 구름다리 한 곳뿐이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흡연구역은 아니지만 인문과학대학 4층과 학생회관을 잇는 통로의 쉼터와 인문대 행정지원실 옆의 쉼터 등 야외공간이 흡연 가능한 장소다. 다른 단과대학 건물 또한 야외공간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구덕캠퍼스의 경우 건물과 휴식공간마다 금연구역 표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건물의 실내·외에서 명확하게 흡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는 찾을 수 없었다. 흡연자들은 건물과 가까운 실외에서 주로 흡연하고 있었다. 한 경비원에게 구덕캠퍼스에 따로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느냐고 묻자 "흡연구역은 따로 지정된 장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암묵적 흡연구역'에서 갈등 발생

금연구역임에도 흡연을 하거나, 흡연구역이 아니지만 접근성 때문에 흡연자들의 암묵적 흡연구역으로 굳어진 장소들이 있다. 부민캠퍼스 국제관과 종합강의동 1층을 잇는 실외복도 부근은 금연구역 표시가 있지만 흡연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두세 명씩 모여 담배를 피운 후,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발로 비벼 끄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이 장소가 암묵적인 흡연구역으로 굳어진 것에 대해 "국제관과 종합강의동 사이는 출입문이 많아 부민캠퍼스에서 실외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장소이기 때문에 흡연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제관 뒤편 오토바이 주차장 부근에 흡연구역이 있지만 왕래가 적은 편이다.

▲ 생명자원과학대학 화장실에 붙은 부착물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

승학캠퍼스의 경우 학생들이 많은 한림도서관과 자연대 사이, 운동장 스탠드가 주된 흡연 장소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문대 8층 화장실에서 흡연하는 한 학생에게 실외에서 흡연이 가능한데도 굳이 화장실에서 흡연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건물 층수에 비해 흡연할 수 있는 곳이 적다"며 "담배 한 대 피러 아래층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흡연자인 김희열(윤리문화학 2) 학생은 "화장실과 같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것이 불쾌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화장실 흡연문제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극심하다. 심지어 지난달 13일 생명자원과학대학 4층 화장실에서는 '화장실 흡연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부착물에 흡연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담배자국을 남기고 담배꽁초를 붙여놓은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학당국은 실내흡연이 금지인 것은 확실하지만 실외흡연 행위까지 제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학칙에도 금연구역에서 흡연행위를 할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조항은 없다. 금연구역 내 흡연 시 제재를 가하는 학칙 제정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리과 담당자는 "선도는 가능하겠지만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학칙 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건물마다 흡연구역 설치해야"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는 "혐연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뿐 아니라 건강권과 생명권에 대해서도 인정되므로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에 있다고 해서 흡연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흡연권 또한 엄연히 국가에서 인정하는 권리 중 하나다. 따라서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마음껏 흡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장소에 흡연구역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흡연구역 지정은 실내 또는 공공장소 흡연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 대학 내 흡연구역 설치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만약 흡연구역 지정을 강제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흡연구역 설치 의무화에 대해 보건복지부 조철수 담당자는 "국가가 금연사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흡연구역보다는 금연구역 지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라며 "흡연구역 지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김회경(도시계획공학) 교수는 "캠퍼스는 열린 공간이므로 흡연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각 단과대 건물마다 흡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연구역 내의 흡연을 규제하는 대신 교내기구나 학생회 차원에서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상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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