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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기자] 세속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안희석 기자  |  inside_hsk@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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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7  16: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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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물정의 사회학』, 책 표지

사회학은 사람 사는 세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연구자는 사회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탐구하느라 개개인이 마주하는 현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는 현실과 괴리된 연구실에서 나와 실제 사회학의 장인 세속을 마주했다. 그 뒤 연구실로 돌아가 마르크스, 베버 등 유명한 사회학자의 저작들을 세상 물정에 연결했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사계절, 2013)이라는 책은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맥도날드, 해외여행, 이웃, 집 등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마주하는 요소 중 25가지를 추려 사회학적으로 풀어냈다. 기자는 그중에서도 자본의 족쇄가 우리의 발목을 노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설명하고자, 관련된 핵심적인 요소 몇 가지만 언급하려 한다.

자본의 지배, 그리고 자살률의 고공 정체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의 지배로 파생된 사회문제가 만연해 있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는 상처받는 개인을 양산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프렌차이즈 범람을 진단한다. 맥도날드는 표준화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합리성'의 결과물이다. 합리적인 것의 대표격인 맥도날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확실성을 보장하는 예측 가능한 장소"(47쪽)다. 우리는 맥도날드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평균적인 맛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맥도날드 뉴욕 지점의 빅맥과 부산 하단 지점의 빅맥은 똑같은 맛의 햄버거다. 예측 가능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로 인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는 적은 위험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가 확실성을 보장하다 보니, 합리성이라는 프레임 속에 전 세계가 맥도날드화돼간다. 우리는 가맹점 바로 옆에 또 다른 가맹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선 기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스타벅스 옆의 카페베네, 파리바게뜨 옆 뚜레쥬르 등 합리성의 결과물이 한데 모여 비합리적인 현상을 만든다. 지역의 다채로운 삶이나 특색있는 장소를 찾기 힘들어지고, 독자적 브랜드인 동네 빵집이나 개인 카페는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의 축적과 유동만을 읽어낼 수 있는 현 상황이 짙어질수록, 우리는 자본의 울타리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어 저자는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을 펼쳐, 자본의 울타리에 갇힌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말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10만명당 자살률은 29.69명이다. 전년도 수치(19.69명)와 비교하면 1년 동안 10명이 늘었다. 16년이 지난 2014년, IMF 시절보다 경기가 회복됐다는 우리나라의 10만명당 자살률은 29.1명이다. "1998년 이후 한 번 높아진 자살률은 '경제 성적표'와 상관없이 고공 정체 중"(176쪽)이며, 경기만 좋아지면 자살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현재의 자살률이 배반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에 학습하고 IMF 시절로 복습한 '부자 되기'라는 물신적 욕망이 만연해 있다. "부자 되기에 대한 욕망이 강해질수록,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의 강도 또한 커지는 법"(177쪽)이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성장률 회복으로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 16년의 세월이 지나도 고공 정체 중인 자살률의 원인은 '사회적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 부자가 되지 못한 이들이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본인을 인생의 패배자 범주에 몰아넣는 현실을 타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순하게 자살을 개인의 비극적 운명이라고만 해석한다면 자살률은 꾸준히 오를 것이다.

 

 

▲ 세속에 살고 있지만, 이 세속에 어떤 사회학적 메시지가 담겨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사계절)은 25개의 세상 물정을 사회학 도서를 매개로 풀어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승은 기자>

개인보다 사회가 먼저 치유돼야

날이 갈수록 자본의 지배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고통을 무조건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상처받은 개인을 치유하기 위해선 상처받은 사회부터 치유해야 한다. '다 내 팔자다'라는 말처럼 내 불행의 근원이 모두 기구한 운명 탓이라는 한탄은 접어두고, 내가 살고 있는 세속의 리얼리티를 뜯어봐야 할 것이다.

해체한 세속에서 고통의 진짜 이유, 즉 '콜드 팩트'를 찾아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콜드 팩트(Cold Fact)는 자본의 족쇄처럼 표면적인 모습을 숨긴 채 우리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만들어 내는 존재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콜드 팩트, 즉 자본의 족쇄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치유의 대상은 내 마음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사회임을 깨달을 수 있다.

상처받은 사회를 치유하지 않아도 개인의 아픔을 달랠 수 있다는 주장은 공허한 위로다. 이런 위로는 누구든 환경에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긍정성으로 뒤범벅된 자기계발서만큼이나 거짓말에 가깝다."(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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