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기자] 세계를 진화시킨 협력과 연대이론
[책 읽어주는 기자] 세계를 진화시킨 협력과 연대이론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5.05.12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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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크로포트킨, 『만물은 서로 돕는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을 표현한 개념이다.

이후 홉스의 이 개념은 '다윈의 불독'이라 불릴 정도로 열렬한 다윈 추종자였던 영국의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의 「인간사회에서의 생존경쟁」이라는 논문으로 재탄생한다. 헉슬리는 "삶은 경쟁의 연속"이라며 홉스의 이론을 지지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인 P.A.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르네상스, 2005)는 이러한 '생존경쟁 이론'을 철저하게 반박한다.

자연의 통제에서 살아남는 법

▲『만물은 서로 돕는다』(르네상스, 2005), 책 표지

크로포트킨은 생존경쟁이 생물의 진화 요인 중 하나인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헉슬리를 포함한 다윈 추종자들이 다윈이 주장한 '생존경쟁'의 의미를 굉장히 협소하게 만들었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곡해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다윈 추종자들이 동물의 세계를 '반쯤 굶어 서로 피에 주린 개체들이 벌이는 끝없는 투쟁의 세계'로 정의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한 이들이 정의내린 생존경쟁의 영향을 받은 근대 저작물들 때문에 '피정복자는 약해서 정복당하고, 정복자는 강해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 것'이 진리처럼 여겨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와 식민지 형성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한다.

생존경쟁 비판에 이어 크로포트킨은 이 책을 집필하기 이전 유라시아 대륙의 북쪽 지역을 탐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부조를 설명한다.

그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언급한 '과잉 번식에 대한 자연의 통제'에 동의하면서도 그 자연의 통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물이 선택한 것은 치열하고 냉정한 생존경쟁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는 상호부조라고 주장한다. 그는 곤충, 포유류 등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통제에도 상호부조를 통해서 진화해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크로포트킨은 개별적인 투쟁을 하는 대신 상호부조를 발전시킨 종이야말로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며 가장 번성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인간도 상호부조로 성장"

크로포트킨은 인간도 상호부조로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의 상호부조를 증명하기 위해 구석기시대부터 언급한다. 구석기시대 유물인 석기는 따로 떨어져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 어디서든 석기가 발견되면 다른 석기들도 주변에서 대량으로 발견된다는 점을 말한다.

또한 남프랑스의 오리냐크 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부족들이 모두 식사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통해 크로포트킨은 인간이 아득히 먼 과거에서부터 군집을 이루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어 크로포트킨은 원시인이 아닌, 현존하는 야만인의 예도 제시한다.

"부시맨들은 작은 부족 단위로 살았고 때로는 서로 연합되어 있었으며 공동 사냥에 익숙했고 서로 다투지 않고 전리품을 나누었으며 부상당한 사람들을 절대로 내버리지 않고 동료에 대해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중략) 부시맨들은 자신들에게 잘 대해준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가장 감동적인 애정을 보이며 감사를 표시했다고 한다."(121~122쪽)

▲ 지금까지 인간의 발전단계에는 많은 반작용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상호부조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근대의 상호부조, 노동조합·협동조합

크로포트킨은 야만인에 이어 중세와 근대의 상호부조 사례로 길드와 길드 이후의 노동조합을 예로 든다. 그는 노동조합에게 가혹하게 법이 집행되었어도 노동조합 생성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당시 노동조합은 음모단체라는 이유로 기소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은 비밀결사의 형태를 취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었다.

유럽의 경우에는 많은 국가에서 공유제도가 존속하고 있었다. 개인이 수확물을 독점하기 보다는 공동으로 소유한 것이다. 이런 나라들의 촌락 생활에는 공유적인 습속과 관습이 존재했다.

특히 크로포트킨은 스위스를 주목한다. 스위스는 모든 땅이 공유지였고, 그런 공유지를 민회에서 관리했다. 그들은 타 유럽지역의 관습적인 상호부조를 넘어 협동조합 등을 통해 더 나은 상호부조로 나아갔다.

크로포트킨이 살았던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도 적자생존과 생존경쟁이 격렬하고,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크로포트킨은 이런 사회에서 생존경쟁보다 상호부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호부조를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최대한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살아남으려 사력을 다해 경쟁하는 것보다, 서로 같이 살아남는 것이 그가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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