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에는 '국가대표 비트박서(beat boxer)'가 있다. 비트박스H-has라고 불리는 그는 바로 하태현(수학 2) 학생이다. 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의 비트박스를 즉석으로 부탁했다. 그는 장비를 잠시 만지더니 곧바로 프리스타일로 비트박스를 들려줬다.
거침없이 내뱉은 것 같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킥(kick)과 스네어(snare) 소리는 그의 실력을 증명하는 듯했다. 비트박서로서의 꿈과 목표, 일명 '씬'이라고 불리는 비트박스 시장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그에게 '국가대표'란 타이틀은 정말 잘 어울렸다.
그의 주변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비트박스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중2 때 힙합에 관심이 많아 가사를 쓰고 랩을 했는데, 함께 놀던 친구들의 비트박스가 문득 멋있게 느껴져서 따라 해 본 것이 계기가 됐어요." 그러던 그는 중3 때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비트박스 공연을 했다. "그 때 받았던 호응에 '이거다! 정말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비트박스만 파고 들었어요."
지금은 비트박스 챔피언이지만 그도 처음에는 원하는 소리를 잘 낼 수 없었다. 그저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는 방법으로 연습을 했다. 그는 비트박서들의 영상을 보며 '와, 저걸 어떻게 사람 입에서 낼 수 있지?'가 아니라 '사람 입은 다 똑같은 거니까, 저 사람이 내는 소리라면 나도 언젠가는 낼 수 있는 소리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습했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입술이 찢어졌던 기억도 있지만 그게 정말 재밌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발전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하나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올해 2월 그가 우승을 차지한 '한국 비트박스 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은 말 그대로 국가대표를 뽑는 자리다. '마이크 몬스터', 'KBA 친목배틀' 등 여러 사설 대회가 있지만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가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승하면 세계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는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비트박스를 업으로 삼고 활동하면서 언젠가는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챔피언이 됐지만 그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우승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없죠. 음악과 관련된 수익은 전혀 없는 상태에요." 그는 챔피언이라고 '씬'에서는 인정받을지는 몰라도 밖에서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했다.
이어 "대중들은 비트박스를 접하게 되면 좋아해주지만, 아직은 그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인맥도 키우고 소위 '명함뿌리고 다닌다'는 말처럼 홍보도 알아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힙합씬, 댄스씬, 뮤지컬씬 등과의 콜라보를 통해야만 성공의 길로 간다"며 자조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비트박스로 가장 영향력 있고 돈 잘 버는 비트박서가 되는 것과 세계대회 중 하나인 월드 비트박스 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비트박스 하나로 내 꿈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 그는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연습을 했다.
비트박스를 시작한 날부터 챔피언이 된 지금까지, 하루에 2시간은 꼭 연습을 하고 있다는 그는 한마디로 '끼 있는 연습벌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