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어렵지 않아요
'착한' 소비, 어렵지 않아요
  • 송혜민 기자
  • 승인 2015.05.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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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이승은 기자

소비(消費)란, 인간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소모하는 일을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재화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현대사회의 소비규모는 매우 커졌다. 이는 환경오염, 노동자 인권유린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

이로 인해 '현명하고 착한 소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착한 소비란, 보다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한국 사회의 소비 주체가 될 대학생으로서 '착한 소비'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재활용을 넘어 새 가치를, 업사이클링

현대인들은 재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삼성, 애플 같은 기업은 한 해가 채 가기 전에 새로운 휴대폰을 출시한다. 번화가 곳곳에 자리 잡은 유명 SPA브랜드 의류매장의 쇼윈도에는 매주 새로운 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자태를 뽐낸다.

유명 연예인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여기에 발 맞춰 유행을 좇는 소비자들은 더 민첩하게 상품을 소비한다. 이런 소비태도로 인해 재화의 생산에서 폐기까지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렇게 짧아진 재화의 이용주기는 자원낭비, 환경오염 등의 부산물을 낳았다. 엘리자베스 L. 클라인은 『나는 왜 패스트 패션에 열광했는가』(세종서적, 2013)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엄청나게 많은 옷을 사서 일회용품처럼 다루는 지금의 소비태도는 환경을 심하게 압박하고,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현대 사회의 무분별한 소비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환경을 살리자는 취지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업사이클링이란 단순히 고쳐 쓰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상위개념으로,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미해 다른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기업 '프라이탁(Freitag)'은 1993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이래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형트럭의 방수천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어낸다. 프라이탁의 인기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버려진 방수천이 원재료인 프라이탁은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라 하더라도 무늬나 색깔이 모두 달라 '희소가치'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요인이다.

국내에서도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동주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13년 25억 원에서 지난해 40억 원대로, 올해는 1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업체 '리나시타'는 영산대 패션디자인학과 출신 학생들로 구성된 창업동아리에서 시작됐다. 프라이탁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이곳은 버려지는 헌 옷으로 가방을 제작하고 있다. 직원들은 한 해 동안 폐기되는 엄청난 양의 의류로 어떻게 하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 리나시타 직원 최두현(24) 씨가 직접 헌 옷을 재단하고 있다. <사진제공=리나시타>

유행이 지나고 손상돼 가치가 없어진 옷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덧댄 리나시타의 가방들은 해운대구 반송동에 위치한 작은 작업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원재료가 되는 헌 옷을 고르는 일부터 세탁, 제작까지의 모든 과정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리나시타 팀원 최두현(24) 씨는 "창업 초기에 품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디자인이나 내구성 면에서도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작의 특성상 버려지는 물건이 원재료로 쓰이다 보니, 위생이나 품질 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팀원 신현용(24) 씨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료 선정부터 세탁까지 직접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며 "정직하게 만들고 운영하다보면 한 사람의 인식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업사이클링은 빠른 소비 패턴이 가져오는 환경오염이나 자원낭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런 흐름 덕에 폐기물은 '버려져야 할 것'이 아닌, '대체 자원'의 의미로 탈바꿈 중이다.

소비와 기부의 연결고리

착한 소비로 환경은 물론,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얼마 전 한 매체의 기사사진에 찍힌 걸그룹 멤버의 휴대전화 케이스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른바 '수지 폰케이스'로 유명해진 이 휴대전화 케이스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의 대표제품이다.

마리몬드에서는 휴대전화 케이스 외에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소비와 연결된 기부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 수익금을 특정 계층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하는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 마리몬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 <출처=마리몬드 인스타그램>

마리몬드의 마케팅팀 조성아씨는 "올해 들어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져 직원들이 잠을 줄여가며 일할 정도였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줘 고맙다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 피곤함도 잊을 만큼 뿌듯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순한 기부라고 여기기보다는 공감과 동행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마리몬드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기억과 존경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리몬드는 사업 시작 이후 지난해까지 약 1억 원의 판매 수익금을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했다.

수익금은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전시자금이나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할머니의 지원금으로 쓰인다.

뿐만 아니라 마리몬드의 직원 일부는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도 참여해 위안부 피해 사실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이밖에도 소원 팔찌 판매 수익금으로 △심장병 어린이 △유기견 보호소 건립 △저소득층 아동 교육 사업에 후원하는 주얼리 브랜드 '모리(Moree)'가 있다. 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재정적 지원을 목적으로 '기억 팔찌'를 판매하는 시민단체 등이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이어가는 힘이 되는 소비가 최근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후원 물품을 몇 차례 구입한 적 있다는 이원주(응용생물공학 4) 학생은 "이런 물건을 몇 번 사다보니 비슷한 물건이라면 기부까지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며 "금전적 기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학생이지만, 물건을 구입하면서 기부도 할 수 있으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소비와 기부가 함께 이루어지는 방식은 소비자와 기업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된다. 소비자에게는 기부의 문턱을 낮춰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공정무역

이 밖에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면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생산자는 재화의 생산을 위해 정성을 다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제3세계의 노동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개념이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이란 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무역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제 값'으로 무역하는 것을 떠나 제3세계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와 그들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쉽게 말해, '평등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파트너십'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무역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유럽에서 난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수입한 것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후 공정무역 시장은 점차 성장해 왔으며, 세계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현재 공정무역을 목표로 하는 공정무역단체(FTO, Fair Trade Organisation)는 전 세계적으로 70개국, 400여 개가 있으며, 그 품목은 △커피 △코코아 △바나나 등 400여 가지나 된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농부와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되찾거나 살 집을 얻고,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공정무역의 시작은 2000년대 초 무렵이다.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의 공정무역 시장이지만 2014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에서 실시한 '공정무역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5%가 공정무역의 내용이 좋아서 적극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같은 조사(2010년 66.6%, 2011년 69.5%, 2013년 67.7%)와 비교했을 때 공정무역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방송된 뒤로 2011년 한국에 첫 매장을 연 '띵크 커피(Think Coffee)'는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커피를 공정무역으로 사들여 판매하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카페다.

▲ 공정무역으로 사들인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띵크 커피'. <출처=Think coffee Korea 페이스북 페이지>

기업이 긍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책임감 있는 소비'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증가하는 커피수요에 발맞춰 프랜차이즈 업체로 나선 띵크 커피는 공정무역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지은(국제학 4) 학생은 "무한도전에 나왔던 카페라고 해서 띵크 커피를 처음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 공정무역으로 사들인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커피는 평소에 자주 찾는 것인 만큼 띵크 커피가 공정무역을 알리는 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창순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시대의창, 2010)에서 "공정무역은 가격결정 과정에서 생산자를 첫째로 생각한다. 이는 생산자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가 가격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공정무역이란 소비자들이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어차피 '소비'해야 한다면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뜻 있는 곳으로 그 방향을 옮겨 보자.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 착한 소비를 위해 끊임없이 되뇌어야 할 짧지만 강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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