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말의 대의(大義)에 대하여
[나들목] 말의 대의(大義)에 대하여
  • 학보편집국
  • 승인 2015.05.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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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한 친구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다. 요지는 대충 이렇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말을 잘하고 현란하지만 깊이가 없다. 생각 또는 가슴 저 아래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마치 입 언저리에서만 나불나불 새어 나오는 소리 같다."

말을 잘 하는 건 자신을 표현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절대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속에 먹물이 많으면 말에 그 먹물이 묻어 나온다'는 말이 있다. 직장생활 30년쯤 된 친구들이다보니 입사 준비생들이 말 하는 걸 들어보면 소위 먹물이 어느 정도로 들어 있는지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은 사고를 바탕으로 사실을 전달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19세기 철학자인 혜강 최한기는 '추측'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많은 말 중에 정확히 확인된 말, 이치에 맞는 말을 가려내어 그것을 토대로 추론하고(推) 사고력을 최대한 발휘해 말 그 너머에 있는 사실과 진실을 헤아려(測) 낸다. 즉 면접관들은 이런 추측을 통해 말의 진실을 헤아려 낸다는 것이다.

"요즘 공부하는 자들을 보건대 손으로 물 뿌리고 빗자루질 하는 절도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리를 말하여 헛된 이름이나 훔쳐서 남들을 속이려 한다." 남명 조식 선생이 말에 대해 질책을 한 것으로, 뒷부분의 표현이 등짝을 내리친다.

82세의 문신 이의만이 영조 임금에게 불려가 '수양의 공부와 천수를 누리는 비결'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게 있다. "'절(節)' 한 글자를 붙들고 공부를 하였는데, 그 도움이 컸다"고 했다. '절'자가 대의(大義)였다. 선비들은 자신의 공부에 글자 하나에 뜻을 두고서 깊이 있게 사색하는 삶을 살았다는 말이다. 성호 이익도 평생 '시(是)' 자만을 구하며 살았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만들었을 만큼 언어와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탁월한 민족이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면접관들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감동을 주지는 않더라도, 빈 깡통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우리 대학이 취업박람회를 열었고,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고삐를 바짝 죄는 시기여서 잔소리를 해본 것이다.

조해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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