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류(韓流), 통일의 바람
[기고] 한류(韓流), 통일의 바람
  • 학보편집국
  • 승인 2015.06.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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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교수 정치외교학과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류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남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질문하면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류가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로 확산되는 곳이 있다. 바로 분단 70여 년의 장벽이 드리운 북한이다.

북한 하면 독재, 폐쇄국가, 김정일, 핵무기 등 아마도 정치군사 부분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를 보는 또 하나의 창이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영화나 드라마, 대중가요를 통해 남한을 새롭게 인식하고 간접적이나마 자유의 가치를 경험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남한 영화나 드라마 등 흥미나 재미를 넘어 뉴스와 교양정보 등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방법과 매체 종류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북한에서 일명 '노트텔'로 불리는 EVD플레이어는 물론 중국산 저가 태블릿PC, MP5 등의 미디어 기기도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으로부터 사상학습교양을 통해 주입받은 '헐벗고 굶주린 남한'이 아닌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자유가 있는 남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가와 정권의 부속물로서의 인간이 아닌, 사적 욕망과 감정을 가진 하나의 주체로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는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미약하나마 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북한에서 한류 확산의 근저에는 '시장'이라는 새로운 생존방식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이는 단순히 상품의 거래뿐만 아니라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남한 영상매체의 유입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추동하며, 더 나아가 영상매체의 유통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상이 형성되고 있다. 남한 영상물이라는 매개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개별 행위자의 출현으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북한체제에 일정 부분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사회로 인식되던 북한 체제에 외부정보 유입에 의한 사상의 이완과 사회적 일탈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북한사회 변화를 넘어 북한체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문제로 확대된다. 북한 당국은 외부정보 및 외래문화 유입을 제국주의 사상 문화적 침투로 보면서 이를 막기 위한 통제 수단을 강구해 왔다. 이런 와중에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해 남한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즐기고 배우들의 헤어, 옷 스타일 등을 모방하기도 한다.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세련되어진다'고 표현하는데 스타일을 모방하는 이른바 '남한 따라하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내에 불고 있는 한류는 분명 분단의 시기를 살아가는 남북한 사람들을 '상상의 세계'에서나마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남북한 통일에 주는 함의가 크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시간 속에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 간 차이뿐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두려움이 쌓여서 인식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광복 70주년이나 분단 70년을 맞으며 남북한은 그동안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북한 통합을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식적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문화를 통한 남북한 통합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의 남한 영상물 시청을 통한 남북한 사람 간의 '같은 추억' 만들기 과정은 남북한 '사람'의 '공감대' 형성과 거리 좁히기로 작용한다.

남북한 통일은 곧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정치·경제적 통합과 함께 문화적, 인식적, 정서적 통합이 중요한 과제다. 북한주민의 남한에 대한 동경과 문화적 수용, 문화접변 등의 영향은 향후 남북한 통합 시 남북한주민 간의 이질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동인이 될 수 있다. 통일을 여는 통로로서 한류가 통일의 바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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