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영광, 무거운 현실… 희망은 '독자'
빛바랜 영광, 무거운 현실… 희망은 '독자'
  • 임정서, 안희석 기자
  • 승인 2015.09.07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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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의 어제와 오늘

민주화운동 시기- 학내여론 선도
90년대 이후- 대학언론에 무관심
대다수가 현상유지에만 급급
"홍보에 도움 안되면 압박도…"
판형축소, 온라인 강화…변화물결

대학신문, 대학방송국, 교지 등 학내 구성원이 꾸려나가는 언론 매체를 통틀어 '대학언론'이라고 부른다. 대학언론은 기성언론처럼 학내 구성원의 알 권리를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다. 간단한 학내 소식 전달뿐만 아니라 비판과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나 칭찬과 위로가 필요한 사안까지 다룬다. 대학언론은 단순한 학내소식통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 '대학언론의 위기'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과거 대학언론은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의 최일선에 있었다. 반면 현재 대학언론은 학내 구성원의 무관심이라는 늪에 빠져 있다. 대학언론도 이제 시대에 맞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의 영광은 빛바랬고 현실의 무게는 무겁다.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한 대학언론

한국 대학언론의 시작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19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이 경영하던 평양의 숭실학교 대학부(1906년 설치)에서 최초의 대학신문인 <숭대시보>가 창간됐다. 이어 1923년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에서도 <성대학보>를 주간으로 발행했다.

대학신문이 본격적으로 창간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부터다. 광복을 맞은 후 대학설립 조건이 완화되면서 대학이 속속 생겨났기 때문이다. 1946년 경성대학 예과 학생회에서 창간한 <경성대학 예과신문>을 필두로 서울대, 고려대, 단국대 등 수도권 지역 대학들의 대학신문 창간이 줄을 이었다. <동아대학보>도 이 시기인 1948년 6월 15일 창간했다.

대학언론은 한국전쟁과 4·19혁명을 거치면서, 좌파 논란과 개혁 선동 논란 등 수많은 이데올로기적 혼란 때문에 발행 중단이나 폐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대학언론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동참하고, 교내·외 비리척결을 요구하고, 학내 구성원의 여론을 선도하는 등 언론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예를 들면 1970년대 초 서울대의 <대학신문>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언론은 철저한 사전 검열 속에서도 '교련반대운동'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또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회는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에 변사체로 발견된 조선대 이철규 군을 추모하는 추모대회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기성언론의 보도 태도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대학언론은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이후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탄압을 받았다. 1989년 문교부(현 교육부)는 전국 대학언론을 대상으로 '5·6 조치'를 단행했다. '대학언론지도지침'이라고도 불리는 이 조치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편집권을 이양하게 함으로써 대학언론을 대학당국으로부터 분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편집권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대학언론이 대학에서 분리됨으로써 대학당국이 아닌 학생기자가 법적 처벌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는 편집자를 구속하는 등 대학언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대학 각종 간행물의 지도조치계획'을 통해 대학언론 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일부 대학은 검열과 통제를 거부하는 학생기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 이로 인해 수원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이 신문발행을 중단하거나 스스로 휴간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언론은 학내·외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를 통해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민주화를 위해 전력 질주하는 시대는 끝났다. 민주화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사그라졌다. 학내 구성원은 더 이상 대학언론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대학언론의 위기는 시작됐다.

무관심+재정난+인력난=?

대학언론은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무관심이다. 과거 대학은 열띤 학생들과 학생운동에 투신한 총학생회가 있었고, 각종 시위가 비일비재할 만큼 시끄러웠다. 이와 달리 현재 대학은 고요하다. 학내 여론은 이제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혜주(국제무역학 3) 학생은 "주변 친구들이 학보나 방송을 보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학내 사안에도 특별히 관심 있는 내용이 아니면 무관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시대 변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날이 '볼 것'이 늘어나는 오늘날 독특한 콘텐츠가 없는 대학언론의 독자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힘든 대학언론의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당국은 학내 구성원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언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뿐만 아니라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학언론사 예산을 삭감하거나 비판적인 기사를 쓸라치면 취재에 호의적으로 응하지 않기도 한다.

예산 삭감은 대학언론 전체가 겪는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언론이 학보사·방송국·영자신문을 통합한 형태의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국립대의 경우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잇따른 패소로 인한 예산감소 때문에 대학언론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몇몇 국립대 학보사에서는 학보를 학생기자 사비로 발행하거나 아예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실제로 부산대 <부대신문>은 예산 삭감으로 지난 2013년부터 방학 중 발간을 중단했다. 부경대 역시 '부경대신문사'를 포함한 대학 내 부서 예산이 전년 대비 평균 55% 감소했다. 이에 부경언론사는 학보 발행 지원금을 포함한 기타 물품비나 신문 구독료까지 줄여야 했다.

사립대 언론사도 예산난에 허덕이는 건 마찬가지다. 본지와 동아대방송(DUBS)을 제작하는 다우미디어센터도 학교 전체의 재정난 때문에 전년의 80% 수준으로 올해 예산을 배정받았으며, 방송스튜디오 시설도 80~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사립대 언론사 기자는 "타 대학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점점 예산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열리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언론사에 들어가는 예산이 너무 많지 않느냐고 할 정도"라며 "학생들이 잘 보지도 않는 신문을 너무 과하게 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학언론사에 지원하는 학생도 매년 줄고 있다. 이는 대학언론사에서 일한 경험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기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우미디어센터도 매학기 인턴 지원자가 많지 않고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항상 인력난에 시달린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할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고민은 인근 대학도 마찬가지다. <부경대신문> 조경건 편집국장은 "학생기자 개인이 부담하는 업무량이 많아 여유로운 작업 환경을 갖추지 못한다"고 전했다. <부대신문> 박성제 편집국장은 "인원이 적어 기획물의 개수나 질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자 개인마다 쓰는 기사 수를 줄여 심층적인 내용을 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질적인 인력난은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게 해 학생기자의 개인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한다.

게다가 취재환경도 열악하다. 대학당국이 취재에 비협조적일 경우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언론은 주로 학내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대학당국이 정보를 차단하면 내용 없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학당국의 압박 때문에 기사의 방향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실제로 본지나 동아대방송의 경우에도 지면 기사나 보도 방송을 내보내기 전 민감한 발언을 자체 수위조절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언론사 기자는 "학교 교통난 기사를 1면에 크게 냈는데, 대학당국이 주간교수에게 압력을 가했다"며 "대학당국은 심지어 학교 홍보에 도움 안 되는 기사를 내면 기자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부경대신문> 조경건 편집국장은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는 취재원들이 불친절하고 비협조적인 경우가 사실"이라며 "답변을 꺼리거나 연락 자체를 피하기도 해 신문 발행이 코앞일 때는 상당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활로 모색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대학언론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언론의 힘은 독자에게서 나온다. 콘텐츠가 뛰어나고 환경이 좋다고 해도 독자가 없다면 실패한 언론이다. 대학언론도 마찬가지다. 이에 여러 대학언론이 온라인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에게 접근하려고 노력 중이다.

▲ 각 대학언론사는 인터넷 뉴스, SNS를 활발히 운영한다. 왼쪽 위부터 다우미디어센터 페이스북, 다우미디어센터 인터넷뉴스 '동안', 경희대 대학주보 카드 뉴스.

다우미디어센터는 SNS를 활용해 독자에게 인터넷뉴스(http://dongan.dau.ac.kr)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에 '동아대 다우미디어센터' 페이지를 개설해 학보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학생들의 뉴스피드에 학보와 방송 콘텐츠를 노출시킬 수 있어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부대신문>은 "편집국을 뉴스팀과 이벤트팀으로 나눠 일을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팀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뉴스팀은 발행된 신문이나 인터넷뉴스 기사를 공유한다. 이벤트팀은 학사 일정을 게재하거나 퀴즈 풀기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부경대신문> 조경건 편집국장은 "대판 학보는 읽거나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올해부터 절반 크기인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경희대 <대학주보>는 기사를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SNS에 게재하고 있다. 긴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대학생 독자는 기사의 핵심이 요약된 이미지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정보를 얻는다. 이는 SNS의 전파력과 SNS에 최적화된 기사 형태를 구현해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각 대학언론사들은 학생을 우선순위에 두고 독자층 확보에 힘쓰는 중이다. 학생은 학내 구성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학언론이 그들을 잡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전국대학언론사주간교수협의회장 박상준(포항공대) 교수는 "대학언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독자 맞춤형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고도 시급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요 독자층인 대학 구성원 각각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즘을 강화해 대학 구성원들에게 '읽을 만한 신문'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참고자료
<민주화시대의 대학언론, 유일상, 1989>
<민주 공동체와 대학신문, 한국언론재단, 2008>
<대학 언론 현황과 활성화 방안, 경상대학교 신문방송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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