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데스크 칼럼 l 녹슨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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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석 기자
  • 승인 2015.09.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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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석 편집국장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절, 대학언론은 사회 전반의 비민주적 요소를 부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대학언론의 파급력은 상당했고 실제로 사회의 여러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민주화시대가 오고 사회가 안정권에 들어서자, 대학언론은 기나긴 '회색 시대'를 지나고 있다.

흑도 백도 아닌 회색의 대학언론은 변화한 시대 속에서 정처 없이 부유 중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역할을 찾지 못한 채 과거의 위상만 바라고 있다. 민주화 운동 시절에 형성된 '대학언론' 이미지를 오늘날에도 적용하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대학언론의 모든 위기가 시작된다.

학내 소통의 중심에 있어야 할 대학언론은 그동안 학내 구성원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왔다. 독자의 성격은 확연히 달라졌는데, 그들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다우미디어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학보편집국은 '신문의 무게'를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독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거나, 독자 개개인의 이야기를 실어내려 해도 늘 신문의 무게가 엄습한다. 결국 "에이, 그래도 신문인데"라는 진부함으로 기획회의가 마무리된다. 이후 발간된 학보는 당연하다는 듯 독자들의 눈에 들지 않는다.

이는 대학당국이 대학언론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학내 구성원들이 찾지 않으니 존폐를 논할 수밖에 없다. 독자를 외면한 대학언론이 예산이 줄어든 것을 걱정하거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현 상황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더불어 '그래도 언론인데 설마 없어지겠어?'라는 무모한 기대감은 꺼져가는 불씨마저 되살리기 어렵게 하는 위험한 관성이다.

독자를 확보하고 존재가치를 확립하려면 대학언론 내부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언론사들은 언론의 숙명적인 역할은 유지하되, 학내 구성원들이 쉽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비판만이 대학언론의 콘텐츠일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어쩌면 독자들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더 궁금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어당긴 후에 과거의 파급력을 좇아도 늦지 않다.

이제 대학언론은 녹슨 왕관을 내려놓을 때다. 경직된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대학사회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은 멈추지 않되,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독자들이 끼어들 수 있는 '틈'을 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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