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꽁초를 줍고, 쓰레기를 치우고…
누군가는 꽁초를 줍고, 쓰레기를 치우고…
  • 서영우 선임기자
  • 승인 2015.10.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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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우리가 담배 한 개비를 태울 때
▲ 부민캠퍼스 국제관 7층에서 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새벽 6시 10분이 되면 미화원들은 청소를 시작한다. 한 건물을 다 돌면 두 세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 <사진=김승연 기자>

"이렇게 얘기하면 좀 고쳐지는겨?" 지난해 4월, '학생들의 무분별한 포스터 부착'(본지 제1110호 2면 '포스터 전쟁… 뒤처리는 미화원 몫' 참조)에 관해 취재하다 만난 미화원 아주머니가 불쑥 말을 건넸다. "글쎄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좀 나아지겠죠." 그렇게 대답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하지만 변한 건 없다. 여전히 게시판은 부착기한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대자보와 포스터들로 빽빽하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붙여선 안 될 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피워선 안 되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까? 이틀 동안 우리 대학교 승학캠퍼스와 부민캠퍼스를 면밀히 관찰했다.

달라지는 건 없다

부민캠퍼스 사회대 과제도서관은 아침부터 학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런데 과제도서관은 자리마다 주인 모를 책이 가득 쌓여있고, 형형색색 텀블러가 놓여있다. 그 모습은 이곳에 네가 낄 자리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최근에도 지적한 바 있는 도서관 사석화 문제(본지 제1119호 2면 '시험기간 열람실 사용의식 개선 절실')는 우리 대학의 고질병 중 하나다. 늘 문제라고 지적받지만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른 곳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캠퍼스엔 활기가 넘친다. 학생들은 새로 개업한 카페에서 산 대용량 커피를 든 채 여유롭게 걸어간다. 몇몇은 캠퍼스 앞에서 하고 있는 장기기증 캠페인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다. 하지만 불과 몇 분만 지나면 상황은 반전된다. 강의 시작까지 5분도 채 안 남게 되면 남녀 할 것 없이 지각을 면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자기 성이 김 씨라는 것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종합강의동에 도달하면 학생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계단인가 엘리베이터인가. 엘리베이터를 선택한 사회대·경영대 혹은 인문대 학생들은 지각할 각오를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고 해서 무조건 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곧 문이 열릴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 같은 건 있지도 않을뿐더러 의미도 없다. 적당히 눈치를 봐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

▲ 인문대 엘리베이터 내부. 정원초과임에도 불구하고 위로 올라간다.

이윽고 문이 열린다. 그런데 이게 웬걸, 타고 있던 학생들이 내리질 않는다. 내리는 건 대여섯 명 정도. 내리지 않는 학생들은 미리 다른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후 내려갔다 올라가려는 것이다.

그나마 생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면 빨갛게 '정원초과'라고 불이 들어온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 타기 미션'에 실패해 고개를 숙이며 계단으로 향하거나, 몰래 교수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을 뒤로한 채 엘리베이터는 올라간다. 엘리베이터를 탄 학생들은 선택받은 인류 같다.

"계단이 이렇게 좁아터졌으니 엘베(엘리베이터)에 몰리지. 진짜 학교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지었는지 모르겠다니까." 강의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여섯 층을 계단으로 '등반'한다는 한 학생이 투덜거렸다. "겨우 두 사람 어깨 안 부딪힐 정도 폭으로 계단을 만들어놓고 뭐하자는 건지. 차라리 엘베 대수라도 늘려주든가."

이런 학생들의 불만을 기사(본지 제1118호 2면 '승강기도 계단도 불편한 종합강의동' 참조)로 다룬 적이 있지만 별로 바뀐 것은 없다. "저번에 학교에서 뭐라더라. 옆쪽에 계단 하나 더 있으니까 그것도 같이 이용하면 된다고 했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지 진짜. 거기로 가려면 2층에서 건물 밖으로 나와서 또 다른 곳으로 들어가야 하잖아. 바쁜데 잘도 그렇게 되겠다. 차라리 인문대처럼 계단을 크게 하나로 만들어주든가."

"어차피 거기서 피우지 말라 해도
피잖어. 그런 거 바라지도 않어.
그냥 소변기에 꽁초 안 버리면
그렇게만 해줘도 고맙제."

"다 남의 집 귀한 아들딸인데
함부로 뭐라 할 수 있나"

옆에 있던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맞는 말인 양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딴 건 모르겠는디, 고거 화장실에서 담배는 좀 피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잉." 인문대 건물을 담당하는 미화원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여자(화장실)는 좀 적은 편인데, 남자(화장실)는 심하거든. 또 담배 피우고 가래침 같은 거 뱉다보면, 딴에는 창밖으로 뱉는다고 하는데 창문에 많이 묻거든. 그것도 일일이 닦아줘야 해. 냄새 빼려고 환기도 해보고 뭣도 뿌려보고 하는데, 안 된다카이."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열변을 토했다. "그랴도 이해는 해주지. 흡연 장소로 지정된 곳이 4층인가 거 하나뿐인가 그라제. 그래도 금연이라고 써 붙여놓은 곳에는 좀 안 피워줬으면 하는 바람이제. 부민에도 화장실에서 담배 피고 막 그러능가?"

부민캠퍼스에는 2층 간격으로 테라스가 있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진 않는다고 대답했다. "역시 새로 지으니까 다른가베. 여는 하도 오래돼가, 그런 게 안 갖춰져있으." 어지간히 담배에 시달리신 모양이다. 확실히 승학캠퍼스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잠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는 학생들 때문이다.

물론 승학캠퍼스의 열악한 흡연구역도 크게 한몫했다. 그렇다고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행위가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편을 들어주기 어렵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을 하기 이전에, 누군가는 담배꽁초를 줍고, 가래침을 닦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길 바라는 수밖에.

점심시간쯤. 생명대 4층에서 남학생 두 명이 컵라면 국물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고 있었다. '생명대를 청소하는 미화원 아주머니가 고생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지 두 학생은 기자와 눈이 마주치고도 겸연쩍어하거나 개의치 않았다. 쓰레기통을 살펴보니 컵라면 국물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오물과 음식물이 그득하다.

"여기는 학생들이 배달을 많이 시켜먹으니깐, 아무래도 음식 쓰레기들이 많지." 승학캠퍼스의 한 미화원 아주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쓰레기를 비운다고 했다. "먹다가 남은 것까지 대충 싸서 버리다 보니 벌레도 많아. 지네한테 물릴 뻔한 적도 있었지. 여기가 산이잖아. 지네가 많어."

네 것은 내 것이오 학교 것도 내 것이오

부민캠퍼스라고 다를 건 없다. 한 미화원은 학생들에게 "음료수 내용물을 다 비우고 버려 달라"고 부탁했다. 화장실 앞에 있는 쓰레기통 주변엔 먹다 남은 음료들이 일회용 컵에 담겨 일렬로 늘어서 있다. 색깔도 가지가지다. 그나마 내용물이 든 채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따로 올려뒀으니 잘했다고 해야 할까. 난감하다.

▲ 부민캠퍼스 종합강의동 복도 쓰레기통 위에 마시다 남은 음료수들이 놓여있다.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지만 음료수를 비우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청소를 하고 있는 미화원 아주머니들에게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잘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했다. "학생들은 그런 거 잘하기가 힘들지. 어찌 됐든 그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까, 우리가 해야지." 물어본 미화원 아주머니들에게 모두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학생 윤리의식에 대해 기사를 쓴다고 하자 주변에서 많은 제보를 해줬다. "학교 화장실에 있는 엄청 큰 두루마리 휴지 있잖아요. 가끔 그거 가져가는 학생들도 있어요. 내가 그런 적이 있거든." 부민캠퍼스 주변에서 자취하는 후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한 번은 과방엘 갔는데, 아무도 없는데도 문을 열어놓고 불도 켜놓고 에어컨도 틀어놨더라고. 에어컨이 안 꺼지게 볼펜으로 고정까지 해놓고 말이야." 조금만 신경 쓰면 아낄 수 있는 에너지들인데도 그냥 낭비하고 마는 학생들. 사소하지만 지키면 좋을 일들을 무시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 돈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이 정도쯤이야…

학교도 결국 '작은 사회' …
더불어 살지 않고선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이틀 동안 학교를 돌아다니며 바라본 학생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 자신의 행동이 크게 잘못됐다고 여기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것에 대해, 학생이 교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에 대해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제멋대로일 수 있는 것일까. 평소에 뭐든 분석하기 좋아하는 친구가 말을 꺼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우리가 학교 시설을 너무 제 것인 양 여기는 게 없지 않은 것 같아. 등록금 냈으니까 막 써도 된다 이런 거지. 비뚤어진 주인의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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