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이번 역은 부산입니다ㅣ 부산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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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재 기자
  • 승인 2015.10.06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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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 지난 8월 31일 북항 3·4부두 일원으로 이전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전경.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지난 8월 31일 개장했다. 북항 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부산역 인근에 새로운 건물을 마련해 중앙동에서 이전한 것이다. 재개발이 끝나지 않은 탓인지 건물 주변은 공사가 한창이다. 여객터미널에 들어서자 새집 냄새가 훅 밀려왔다. 건물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여객터미널의 새벽은 적막만 흐른다. 오전 6시 반, 입국장이 있는 2층에는 10명도 채 안 되는 여행객들이 의자에 앉아 이른 아침의 피곤을 달래고 있다. 가게들도 문을 열지 않는다. 오직 휴대전화 로밍센터와 편의점만이 영업 중이다.

1시간 뒤, 환전소와 구내식당이 문을 연다. 여행객들이 여행용 가방을 끌고 속속 들어온다. 그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대부분 일본이다. 여객터미널에서 운영하는 국외 노선이 일본밖에 없어서다. 여행가이드들이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입으로는 자신이 맡은 여행객들의 이름을 외치고, 손으로는 출국수속 서류를 작성하느라 분주하다.

출국을 기다리는 여행객은 대부분 학생이나 어르신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도 있지만, 오늘 처음 만났는지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도 있다. 30분쯤 지나자 여객터미널 3층에 늘어선 여러 선사 사무실들이 문을 열어젖힌다. 고요하던 여객터미널이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적막과 분주함의 '콜라보'

테라스로 나가 밖을 내다보니 날씨는 화창했고 바다 역시 잔잔해 보인다. 하지만 선사 게시판에는 '금일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전편 조건부 운행 실시'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출항해도 해상날씨가 나빠지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상날씨는 육지와는 또 다르다.

7시 30분쯤 되자 여행객들이 분주하다. 8시에 첫배가 출항하기 때문이다. 미리 환전해두지 않은 이들은 환전소로 달려가고, 아침을 거른 이들은 구내식당을 찾는다. 첫배에 오를 여행객들은 출국심사대로 향했다. '출국 수속이 곧 종료되니 아직 수속을 밟지 않은 여행객들은 빨리 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몇몇 여행객이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첫배가 출항하자 여객터미널이 다시 잠잠해진다. 이따금 다음 배를 기다리는 사람 몇몇이 올라온다. 조금 전 분주했던 여행객들과 달리 여유가 넘친다. 그들은 여객터미널 내 카페에서 커피를 사 들고 테라스에서 바다와 배를 감상한다. 또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출국 수속 시간을 기다린다.

오전 8시엔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첫배가 도착하기도 한다. 입국수속을 밟고 8시 30분쯤부터 사람들이 터미널에 나오기 시작한다. 다시 여객터미널이 분주해진다. 배에서 내린 여행객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긴 항해의 피곤이 묻어있거나,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단체여행인 듯 대부분 비슷한 옷이다. 여행가이드가 인원 확인을 끝내자 각기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다. 몇몇은 한동안 의자에 앉아 여행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입국한 여행객들이 떠나면 또 한 번 적막이 찾아온다.

사실 여객터미널에는 특별한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부산역처럼 큰 광장도 없고, 하루에 운항하는 배가 제한돼 있어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에만 잠깐 북적인다. 다만 해가 지고 달빛이 내릴 때면, 여객터미널은 둘도 없는 전망대로 변한다. 밤바다 너머 야경이 아름다운 부산항대교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바다의 도시 부산의 상징

▲ 여객터미널에서 바라본 부산항대교.

부산항대교의 조명이 켜지면, 배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테라스로 나가 사진을 찍는다. 여객터미널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부산항대교는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 하나 없다. 그래서 밤바다의 반짝이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연인들은 아무런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오후 7시가 됐다. 이날 마지막 승객들이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으로 향한다. 입국한 승객들도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여객터미널을 떠난다. 이제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행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식당, 약국 등 여객터미널 내 가게들도 셔터를 내린다.

여객터미널의 하루가 끝났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여타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보다 일찍 하루를 마감하는 편이다. 유동 인구도 비교적 적다. 또 배는 비행기처럼 빠르지도 않고, 기차나 버스처럼 접근성이 뛰어나지도 않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여객터미널은 부산의 출입구 치고는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하지만 여객터미널은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즉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다른 교통수단보다 조금 비효율적이긴 해도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는 상징적인 출입구다.

그뿐만 아니라 여객터미널에서는 배를 기다리며 바닷바람을 쐬거나, 곧 지나갈 바닷길을 관망할 수 있다. 또 배를 탄 후에는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느끼며 육지에서의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도 있다. 바다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기에,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차츰 활기가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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