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때 집 인근 카페에 가니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노트북으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쓰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이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 부류로 해석해 봤다. 첫째는 하반기 공채 준비를 위해 추석연휴를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족(族)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 하반기 공개채용 규모를 연초보다 10% 늘어난 10만2,592명을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추석연휴지만 묵묵히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모 취업정보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1,000명의 취업준비생 중 73%가 '연휴 기간 중 취업준비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둘째는 고향에 내려가면 진로에 대한 주위의 질문과 관심이 부담스러워 이처럼 도심의 카페에서 지내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족이다. 집안 어른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볼 경우 대답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구인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추석을 앞두고 대학생 7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70%가량이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 '취업부터 학점까지 쏟아지는 친척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31.1%)'이 가장 많았으며, '덕담을 가장해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잔소리(19.4%)', '이렇다 하게 자랑할 것이 없는 처지와 신분(11.9%)', '친하지도 않은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부담감(10.1%)'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다보니 추석 연휴에 부산지역 대부분 스터디 카페 등이 꽉 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죽했으면 친척들의 고문(?)을 피하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했을까. 이들의 머릿속에는 '취업'이라는 고민이 잠시라도 떠나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소서 작성인데, 최근 기업들의 공채에서 서류전형의 성패는 자소서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많다. 기업들이 틀에 박힌 자소서 문항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는 추세이며, 자격증과 토익점수 등 정량적 기준을 폐지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또한 응시자의 지적 잠재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인·적성검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검증할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는 것도 참고해봄직하다.
조해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