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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영화의 도시'
박현재 기자  |  hyunj9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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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9  10: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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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스무 번째 막을 내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산 삭감과 표적감사 등 각종 악재가 겹쳤는데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등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영화제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우리 대학교 최시헌(관광경영학 3) 학생은 "이른 아침부터 예매를 위해 줄을 서는 등 사람들이 영화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며 "대규모 영화 축제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것에 부산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출처=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2013년 영화정책 실행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이전해 자리 잡은 부산은 2014년 말,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3번째로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선정되는 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앞으로 부산시는 영화 관련 활동과 사업을 진행할 때 유네스코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유네스코를 통해 문화산업 부분에서의 국제협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창의도시 간 교류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부산 = 바다, 부산 = 영화?

부산은 일제에 의한 개항 이후 극장이 성업했고, 최초의 근대식 영화제작사도 들어서는 등 일찍이 영화와 연관이 깊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개항 이후 교류가 잦았던 탓에 부산은 극장이 어느 도시보다 성업했고 영화 상영에서도 전국에서 선두였다. 지금도 부산시는 영화의 전당, 영화의 거리와 같은 영화 관련 시설 개발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부산역사문화대전에서 발행한 『2010년 부산 로케이션 영화』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 촬영된 영화의 40% 이상이 부산을 거쳐 갔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도 약 30% 이상의 영화를 부산에서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부산의 지형적 특색,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촬영 유치활동, 시민들의 협조 등 다양한 요소가 겹쳐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부산의 영화산업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금성근 선임연구원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은 영화도시 부산'(2011)에서 "부산 영화산업의 전국 비중은 사업체 수 5.6%(167개), 매출액 3.8%(1,210억 원) 수준"이라며 "부산지역 영화 산업 분야에서 제작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부산은 지난 2009년 322억 원을 투자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후반 작업 시설을 설립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인력과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탓에 촬영은 부산에서 해도 후반 작업은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또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는 이미지 메이킹도 부족하다. 부산은 바다 관련 산업이 꾸준하게 성장했던 터라, 외부인에게는 '해양수도'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다. 이 상황에서 '부산=바다'와 더불어 '부산=영화'를 같이 떠올리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부경대 남인용 교수의 논문 '영화를 통한 도시 이미지의 홍보 효과에 관한 탐색적 연구'(2010)에서도 서울권 시민들은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인식하는 경우가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부산 시민은 18%로 서울권보다 낮았다. 대전·광주·대구는 0.3%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성균관대 엄익호(철학) 학생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부산 하면 일단 바다가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범죄 잦고 낙후된 곳으로 등장

   
▲영화 <영도>의 한 장면

영화인들 사이에서 부산은 영화 촬영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자체와 정부의 각종 지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산이 첨단도시, 낙후된 달동네, 바다, 산 등 다양한 지형과 배경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다.

하지만 유독 부산은 영화에서 범죄가 성행하고 낙후된 모습으로만 비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

지난해와 올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국제시장>(2014)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대표적인 영화다.

이 밖에도 <친구>(2001), <바람>(2009), <해운대>(2009), <범죄와의 전쟁>(2011), <영도>(2015)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들 모두 부산을 범죄와 낙후된 지역으로 투영한다는 것이다. <해운대>는 범죄나 낙후와는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엄청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재난 영화로서 부산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물론 영화의 구성상 위험한 장소가 필요할 수 있다. 게다가 부산에서 많은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분명히 도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영화촬영지의 메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부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가 지속적으로 제작됨에 따라 부산의 발전적인 이미지가 점점 옅어진다면, 부산은 그저 '낙후되고 위험한 도시'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다.

   
▲영화 <바람>의 한 장면

앞서 언급한 남인용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폭력과 범죄, 혹은 서민영화로 대별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대학 이승민(전자공학 4) 학생은 "범죄, 낙후된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계속 개봉된다면 부산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며 "혹시나 외국인이 그런 영화를 본다면 관광도시이기도 한 부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홍보활동과 적극적 지원책 필요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반지의 제왕>(2001~2003)은 3부작 모두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 웅장하고 장엄한 뉴질랜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흥행하자 인구 400여만 명의 작은 섬나라인 뉴질랜드는 최고의 관광지로 떠올랐다.

영화 한 편이 뉴질랜드의 국가 이미지를 크게 상승시킨 것이다. 김민주의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 법칙 101』(위즈덤하우스, 2011)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으로 상승한 뉴질랜드의 국가 이미지를 광고 효과로 산출하면 4,800만 달러에 이른다"며 "뉴질랜드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평균 5.6% 증가해 38억 달러에 달하는 관광산업을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산업 면에서도 대규모 해외로케이션 장소로 주목받게 되었고, 뉴질랜드의 경제적 효과를 <반지의 제왕>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프로도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은 이러한 프로도 효과 같은 사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해운대>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지자체는 기대했었다. 하지만 해운대는 그전부터 유명한 관광지였다. 오히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화의 배경이 해운대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다루고 있어 실제 해운대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영화사 간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을 이룬 <국제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방문한 관광객은 그저 '꽃분이네'의 사진만 찍어갈 뿐이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꽃분이네 상가 주인이 임대료를 크게 올려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현재는 부산시의 중재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부산에서 영화를 촬영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영화 <아저씨>(2010)는 부산 동구 좌천동에 있는 매축지 마을에서 촬영했다. 우리 대학 임다솔(경영학 4) 학생은 "<아저씨>를 부산에서 촬영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대부분의 영화가 서울에서 촬영했을 것으로 생각했지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영화를 촬영한지 몰랐다"고 했다. 이처럼 부산은 영화 촬영지라는 색깔도 부족하고 그에 따르는 홍보방안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부산시청 영상콘텐츠산업과 이금선 담당자는 "영화 촬영지 홍보를 위해 부산영화·영상물촬영통합 DB 및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며, 웹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를 활용해 촬영 로케이션지 홍보와 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관광지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2000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부산영상위원회를 설립했고,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다져 영화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왔다"며 "앞으로 영화촬영 지원도시에서 제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영상산업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영화제작 생태계를 조성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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