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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 기자  |  als258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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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7  1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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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1996년 데뷔한 H.O.T.에 열광하던 소녀팬이 2012년 데뷔한 EXO 팬의 엄마가 된 시대다. 과거 '아이돌'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전환기를 겪으면서 이제 하나의 문화로 성장했다. '가수나 따라다니는 철없는 10대들'로 치부되던 아이돌 문화가 어느새 세대를 잇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소방차(1987)는 아이돌 그룹의 효시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덕분에 15학번 새내기 대학생이라도 '소방차'를 알 것이다. 날렵한 안무를 선보이고, 마이크를 공중에 던졌다 잡아내는 세련된 무대매너를 갖춘 소방차는 단숨에 10대 소녀팬들을 끌어 모았다.

당시 <경향신문>은 "이들의 무대매너는 비디오형 가수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방차를 평가했다. 듣는 콘텐츠였던 대중음악이 보고 듣는 콘텐츠로 진화한 것이다.

소방차의 대유행은 아이돌 산업의 토대로 작용했다. 서태지와 아이들(1992)과 H.O.T.(1996)의 등장은 아이돌 열풍을 가요계 전체로 확산시켰다. 특히 H.O.T.의 성공은 '기획형 아이돌' 시대를 열었다. 이후 젝스키스(1997), S.E.S.(1999) 등의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잇따라 쏟아져 나온다.

다년간의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은 가창력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예쁜 외모와 화려한 군무로 이른바 '1세대 아이돌 시대'의 막을 올렸다.

   
▲ H.O.T.의 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응답하라 1997>

1세대 아이돌 시대는 가요계에 '팬덤 문화'를 정착시켰다. 당시 '오빠들'의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전날 밤부터 음반매장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섰다.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날에는 은행 앞이 팬들로 문전성시였다. 오빠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은 한 번 놓치면 다시보기 힘들기 때문에 비디오테이프를 동원해 녹화도 해둬야 했다.

그 시절 팬 활동은 아날로그 그 자체였던 셈이다. 발로 직접 뛰어야 사랑하는 오빠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팬클럽이 생겨난 것도 이때다. 당시 팬클럽은 고유의 색깔을 정하고 해당 색깔의 응원도구(야광봉, 우비, 풍선 등)로 응원했다. 심지어 야광봉을 만들기 위해 팬클럽이 직접 다른 나라에서 특정 색깔의 LED를 직수입하기도 했다.

이런 응원도구는 팬클럽에 가입해야만 받을 수 있었는데, 이는 요즘 아이돌 팬들이 수집하는 굿즈(아이돌의 사진, 로고, 캐릭터 등을 이용해 만든 상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1세대 아이돌 열풍이 한 풀 꺾인 2000년대 초, 가요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는다. CD, 카세트테이프로 대표되던 음반시장이 무너진 것이다. 당시 '소리바다'란 P2P 프로그램 때문에 음성적인 음원 공유가 만연했던 것을 떠올려보라. 음반시장의 침체에 가요계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대형 연예기획사가 찾은 방법은 해외 진출이었다. 당시 보아(2000)는 '아시아의 별'로 불리며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동방신기(2003)가 그 뒤를 따랐다.

이 시기 한국에서는 슈퍼주니어(2005), 빅뱅(2006), 원더걸스(2007), 소녀시대(2007) 등의 데뷔로 아이돌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2000년대 팬클럽 활동은 1세대 아이돌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음반 매장, 은행 앞에서 밤을 새웠지만, 지금은 각자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이른바 '피켓팅 (피 튀는 티켓팅의 줄임말)'을 준비한다.

오빠들이 나오는 음악 방송, TV예능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유튜브(YouTube)를 비롯한 각종 SNS에 방송 영상이 업로드되기 때문이다.

해외 콘서트 역시 대포 같은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대포 팬'들 덕에 고화질로 오빠들의 공연 현장을 볼 수 있다. 또 굿즈라고는 풍선, 우비, 야광봉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연예 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의 다양한 공식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명 금손(손재주가 있어서 이것저것 잘 만드는 사람을 칭찬하는 말)으로 불리는 팬들이 비공식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이돌 문화도 변했다. 아이돌 산업 역시 20여 년의 시간 동안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아이돌 팬덤을 향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나이 어린 팬들에게는 '오빠들 앨범, 굿즈 살 돈으로 부모님 생신이나 챙기라'하고, 성인 팬들에게는 '나이 먹고 아이돌이나 따라 다니느냐'며 혀를 차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아이돌 팬들의 활동은 한층 성숙해졌다. '오빠들'에 한정됐던 팬들의 지갑이 '오빠들'의 이름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수의 콘서트장 앞에는 기부용 쌀 화환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또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내건 숲이 조성되거나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우물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제 팬들은 '오빠들밖에 모르는 철부지'가 아닌 셈이다.

현재 아이돌 문화는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생겨나고 성숙한 팬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 아이돌 팬이라면, '토토가' 열풍이 있었던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 세대가 함께 공감할 문화를 실시간으로 누리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뭐든 '좋은 건 같이 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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