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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이번 역은 부산입니다 l 공항에서의 하루④ 김해국제공항
송혜민 기자  |  als258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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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7  11: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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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새벽이다. 동네 도로에는 차가 드문드문 지나다닌다. 하지만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아지더니, 국제선청사 앞 도로는 거의 주차장 같다.

자동문을 통과해 들어선 출국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사람이 '정말' 많다.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한가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김해국제공항은 한낮처럼 북적거린다.

청소부 아주머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대걸레질 중이다. 공항직원은 외국인 단체손님의 거대한 짐 꾸러미를 차례차례 옮기고 있다. 그 뒤로 곧 출발할 비행기의 항공사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바쁘게 출국게이트로 향하고 있다. 이처럼 새벽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청사의 공기는 한껏 분주하다.

   
▲ 항공편 정보와 세계시간을 알려주는 김해국제공항 출국게이트의 전광판.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분주한 공기 사이사이, 사람들은 저마다 떠날 채비를 한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거나, 캠코더로 공항 풍경과 일행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한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이리저리 다니는 어른들 틈에, 조그만 펭귄 가방을 멘 아기도 엄마 손을 잡은 채 종종걸음으로 따라간다.

등산복을 갖춰 입고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있는 중년 단체여행객이 눈에 띈다. 모두 들뜬 표정으로 인사를 주고받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에 바쁘다.

마침 주변에 앉은 중년 부부 일행의 대화가 들려왔다. "여행 간다고 즐거워서 잠이 잘 안 오더라. 새벽 한 시 넘어서 잤다이가." 소녀처럼 웃으며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 뒤로 부부는 한참이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배낭을 메고 출국게이트로 향하는 부부의 발걸음이 가볍다.

뒤이어 3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중년 남성 여행객들이 밀려들어온다. 일행 가장 끝에 뒤따라 온 사람의 카트에는 소주와 라면이 3박스씩 실려 있다. 일행은 능숙하게 빈 곳에 자리를 잡고 여행가방을 열어 카트에 실려 있던 것들을 나눠 담기 시작한다.

특히 소주를 참 꼼꼼하게 나눠 담는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저 정도 열정이라면, 외국에서도 소주를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속으로 박수를 쳤다.

보이지 않는 손

정오가 가까워오자 출국장과 입국장은 한결 한가해졌다. 공항을 지키는 '손'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객으로서 공항을 찾았을 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손'들이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에게 높이 들고 흔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손, 출국장으로 들어가며 서로 아쉬운 인사를 나누는 손, 티켓을 받고 수화물을 부치는 체크인 데스크 안 항공사 직원들의 분주한 손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공항을 한 바퀴 쭉 둘러보는데, 고무장갑을 낀 손이 출국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번쩍거리는 공항과 고무장갑이라니, 정말 안 어울리는 한 쌍이다. 하지만 이 손은 그 어떤 손보다 공항에 꼭 필요한 존재다. 고무장갑을 끼고 대걸레를 든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쉴 새 없이 공항을 누비고 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도 공항 시설물들이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이유는 다 이분들 덕분이다.

한편 공항 경비대의 총을 든 손도 보인다. 최근 각종 국제 문제로 공항 경비와 보안검색을 강화했다더니, 왠지 든든하다.

만나고 헤어지는 자리

공항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멀리 보내야 하고, 멀리서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김해국제공항에는 다양한 만남과 이별의 모습이 있다.

출국게이트에서는 때마다 이별이 반복된다. 여행인지, 유학인지,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은 어머니와 긴 포옹을 한다. 아들 혼자 게이트로 들어가고, 어머니는 자동문이 닫힐 때까지 문 안쪽을 향해 손을 흔든다.

이윽고 문이 닫히자, 한 발 뒤에 서서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와 손을 잡고 천천히 공항을 빠져나간다. 출국장에는 온종일 이런 이별의 순간이 되풀이된다.

입국장은 출국게이트와 사뭇 다르다. 비행기가 도착할 때마다 다양한 모습의 여행자들을 볼 수 있다.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왔는지, 민소매 차림의 커플이 보인다. 슬리퍼를 신고 심지어 밀짚모자도 썼다. 여기는 한국인데. 저기 출입문만 열리면 찬바람이 황소처럼 들이닥칠 텐데. 다행히 커플은 그 상태로 공항 여기저기를 바쁘게 다니더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다.

다음 비행기가 도착할 때가 됐는지 입국장 앞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 중에도 큰 꽃다발을 든 사람들이 눈에 띈다. 전광판에 '도착' 표시가 뜨자 발을 동동 구르며 입국 게이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저 꽃다발을 받을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 기자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10분쯤 지났을까, 마침내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걸어 나온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여자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서로 다독거리는 모습이 '울지 마세요' 하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누구기에 눈물까지 흘리시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들의 만남의 순간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비행기는 출발도 도착도 오후 11시 전에 마무리된다. 그래서인지 9시가 지나면 출국장과 입국장 모두 조용해진다. 수속을 마친 체크인 데스크 직원들이 자리를 뜬다. 이날 마지막 비행기인 필리핀 앙헬레스행 22시 20분 항공편의 항공사 데스크 앞에 몇 명의 여행객이 남아있을 뿐이다.

여행객의 발길이 뜸해지는 시간에도, 공항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오늘 그랬듯 내일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이곳에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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