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88>의 웃음포인트는 2015년과 판이한 당시 사회 분위기다. 예를 들면, 강남구의 아파트 한 채 값이 5,000만 원이라는 사실에 놀라거나 15%의 은행 금리가 낮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등의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생들은 <응답하라 1988년>을 보며 웃는 와중에도 과거가 부럽다. 지금 집값이 5,000만 원에다 은행 금리도 15%라면 훨씬 윤택한 삶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1988년은 5,000만 원의 아파트값에 혀를 내두르고 15%의 은행 금리가 적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다.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꿈 같은 일이지만, 당시의 물가나 경제 상황에 빗대면 상당히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놀라웠던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되려 부러워지는 현상이 우리 대학교에도 곧 펼쳐질지 모른다. 올해엔 우리 대학교의 많은 것이 변했다. 승학캠퍼스 중심에 있던 운동장에 승용차가 가득하다거나, 구덕캠퍼스의 편의시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는 등의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에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일처리를 지적하며 부당하다고 외쳤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2020년대의 후배들은 '응답하라 2015 동아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오늘날 우리의 충격에 동감할까 아니면 '오히려 저때가 더 좋았겠다'고 부러워할까.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대학당국이 지향하는 미래상을 보면 후자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10월 30일, 우리 대학교 69돌을 맞이해 열린 개교기념식에서 권오창 총장은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그 개혁의 구체적인 그림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까지 대학당국이 행했던 '개혁'은 학생들의 의견이 수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었다.
지금 같은 일방적 개혁의 강도를 더욱 높인다면 2020년의 후배들은 2015년의 우리를 마냥 부러워할 것이다. '저때는 그래도 반대하는 학생들이 모여 기자회견이라도 했지' 혹은 '학보에 기사라도 나갔지' 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할 것이다.
지금의 강도만으로도 학생들은 충분히 버겁다. 대학당국은 개혁의 의미를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새 건물을 몇 개 더 짓거나, 취업률 낮은 학과를 통폐합시키는 게 아닌, 학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개혁이 진정한 대학 개혁이다.
먼 훗날, 후배들이 2015년을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응답하라 2015 동아대'가 언제 보든 비극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