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기 고 l 샌더스 돌풍을 보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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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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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준 교수 경제학과

 미국 대선의 샌더스 돌풍이 이목을 끌고 있다. 1980년 자본주의가 약속했던 '인류 모두의 번영'이 2008년 경제위기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나고 오히려 더욱 심화된 불평등에 실망한 사람들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 돌풍을 바라보는 느낌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그가 집권 중에 벌여놓은 4대강 사업이 공공부문의 막대한 적자는 물론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의 재앙을 가져왔는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집권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의 대부분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해진 지금 총선과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는 샌더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왜 샌더스가 없는가? 당장 눈에 드러나는 분명한 해답은 샌더스가 40년이 넘도록 일관된 견해를 표방해 왔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밝히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이다. 반면 우리에게는 이런 지속성을 가진 사람도 노선도 없다. 지금의 야당은 모두 지속적인 노선은 커녕 어떤 노선도 제대로 내세운 적이 없다. 그 결과 당명은 물론 조직을 지속적으로 지킨 적도 없다. 선거 때마다 보다 유리한 점을 좇아서 이리저리 헤매기만 하면서 끊임없이 당명을 바꾸고 이합집산의 조직적 분열을 거듭해 왔다. 최근만 해도 야당 진영은 모두 분열했고 기가 막히게도 여당의 선거참모였던 사람들이 두 야당의 새로운 지도부로 들어갔다. 노선도 없고 조직적 지속성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샌더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도 사실은 이미 주어져 있다. 그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속한 미국의 민주당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지속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그 이념을 지켜나가야 한다. 사람은 수명이 짧고 이념의 실천에는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실 샌더스가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독일 사회민주당은 1863년에 창당됐다. 무려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이 정당은 당명을 바꾼 적이 없고 기간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한 번도 이 정당과의 연대를 끊은 적이 없다. 노선과 조직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그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모범적인 대안을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많이 이루어 놓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탄탄한 사회안전망, 승자독식에 비해 소수파도 보호하는 포괄적 민주주의, 노사의 균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공동결정제도,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제도, 그리고 미국에 비해 훨씬 짧은 노동시간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 성과는 모두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핀란드의 유명한 교육제도는 30년 이상의 사회적 합의과정이 있었고 독일의 사무직과 생산직을 통합하는 직무체제도 40년 정도 노사가 꾸준히 협상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다. 그것들은 모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서 고작 10여년 이상을 근무하기 어려운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100년이 넘게 지속되는 조직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샌더스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당장의 이익을 좇아서 헤매지 않고 100년을 지속할 이념과 조직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원래 마르크스에게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그 단서가 숨겨져 있다.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이념과 조직적 원리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원고가 2013년 '인류의 기록유산'에 선정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마르크스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있는가? 샌더스 돌풍을 보는 착잡한 소회에 숨겨져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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