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조로 시간강사를 본 것이 문제
경제구조로 시간강사를 본 것이 문제
  • 유선영
  • 승인 2016.03.0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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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9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강의하던 김민섭 강사가 '309동1201호'라는 필명으로 쓴 글이었다. 그는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시간강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말했다. 이 글은 많은 이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11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은행나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그러나 동료들의 비난과 압력에 결국 강의를 그만두었다.

시간강사법 유예 …
처우는 더 열악해져

시간강사의 비극은 특정 대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대 대학본부 앞에서는 음대 강사 집단해고와 새로운 강사를 채용하는 오디션 철회를 요구하며 성악과 강사들과 비정규교수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달 24일 경희대에서는 시간강사 45명이 '강의 미개설' 메일을 받았다. 사실상 해고 통보다. 부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부산대에서는 강사법 개정안 시행에 반대하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가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시간강사법이 시행된다면 1만 명의 시간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경성대에서는 동양철학 과목 강사를 해고하고, 서양철학을 전공한 교수가 대신 강의를 맡도록 해 논란이 됐다. 사실상 시간강사법 시행을 우려한 조치다.

이 같은 강사의 대량해고는 2016년 1월 1일 시행예정이었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시간강사법)과 관련 있다. 2010년 5월 조선대에서 한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법이 발의됐다. 이 법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주고, 임용 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는 내용이다. 또 주당 9시간 이상의 강의를 보장하고 4대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시간강사를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부작용 등의 우려로 시간강사법이 수차례 유예되면서 현재도 강사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장치는 미비한 상태다.

현재 시간강사는 대학으로부터 전임교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며 신분, 재산상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계약기간이 한 학기 기준이기 때문에 심한 경우 사전 공지 없이 강의가 없어지거나 담당 강사가 바뀌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적 재산물인 강의계획서를 일방적으로 다른 강사에게 넘겨주는 경우도 있다고 우리 대학교 모 강사는 말했다. 기본적인 복지 역시 부족하다. 시간강사는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시간강사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2013년부터 세 차례 시행이 유예됐다. 그동안 시간강사의 처지는 오히려 열악해졌다. 한국교육개발원 '고등통계조사' 자료를 보면 2010년 6개월 미만 계약을 맺은 시간강사의 비율은 94.7%였지만 2015년 4월 98.9%로 늘었다.

 

우리 대학,
비전임교원 강의 비율 40%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현황지표에 따르면 2015년도 비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이 부산지역 9개 사립대학 중 우리 대학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를 포함한 부산 지역 12개 대학의 학기별 평균이 각각 33.4%, 31.9%인 것에 비하면 우리 대학은 39.2%, 40.3%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는 우리 대학의 규모가 부산지역 사립대학 중 가장 큰 이유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시간강사들은 과연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우리 대학 시간강사 두 사람을 직접 만나 봤다.

우리 대학 A강사는 지난 학기 동안 월급으로 70만 원을 받았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년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직위별 보수현황'에 따르면 사립대 조교수 평균연봉은 5,013만 4,000원으로 월 417만 원 선이다. 시간당 5만 원가량의 강의료를 받는 시간강사의 보수는 이에 비해 초라하다. A강사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던 중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2009년부터 우리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다. 지난 학기 A강사가 맡은 강의는 두 개, 일주일에 여섯 시간을 강의했다. 받는 월급은 80만 원이지만 이마저도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70만 원 정도가 된다. A강사와 같은 시간강사들의 월급이 정규직 교수들과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강의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과제물을 채점하는 시간도 있지만 이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고용 불안정도 문제다. 강사들에게는 매 학기가 시작되기 전 강의 개설 메일이 온다. 메일에 강의가 미개설된다고 적혀있다면 해고 통보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약을 해도 사실상 월급이 나오는 건 4개월뿐이다. 계약서상으로는 6개월 계약이지만 2개월은 계절학기 강의가 없다면 수입이 없다. 2014년도부터 우리 대학에서 강의해 온 B강사는 이때 학원이나 과외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강사들에 대한 복지도 부족하다. 현재 대다수의 시간강사들은 4대보험 중 고용보험만 제공받고 있다. 그 외의 국민연금, 산재보험, 건강보험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 A강사와 B강사도 4대보험 중 고용보험만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 저자도 4대보험을 얻기 위해 강의를 하며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 "강사법, 강의의 질 하락
가져올 것"

각 대학은 시간강사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행정, 재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4대보험 의무화로 인한 보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제도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전임교원들의 부담 역시 커진다. 강의가 통합되면서 현재보다 소수의 강사만 채용하게 된다면 늘어난 강의 시간은 전임교원들이 담당하게 된다. 우리 대학 교무처에서도 시간강사법 시행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해우 교무처장은 "(시간강사법이 시행된다면) 주당 9시간 시수를 맞추기 위해 강사가 전공 외 수업을 맡게 될 우려도 있어 강의의 질적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현재 우리 대학의 전임교원 강의율 58%를 2~3년 내로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시간강사들도 이 법을 반기지 않는다. 실질적으로는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며 처우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A강사는 시간강사법의 유예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A강사는 시간강사법에 대해 "세부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정된 법"이라고 말했다. B강사 역시 시간강사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이 시행될 시 강의 할 수 있는 인원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강사 5명이 24학점을 배분해서 강의 할 수 있었다면 시행 후에는 두 명만 고용되고 나머지 강사들은 실직자가 된다. 이 경우 젊은 시간강사들 중 다수가 실직한다. 강의경력과 연구경력이 많은 강사가 우선 채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강사는 가르치면서 얻는 게 있을 거라는 지도교수의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낸 아이디어들이 몇 년 후 실제로 시행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취직 전 단계로만 대학을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A씨는 "(공부에 대한) 생각 하나 바뀌는 게 세상을 보는 눈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을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강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더 유익하고 집중도 높은 강의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B강사는 "학생들이 과제물을 제출한 것에 그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질 높은 강의를 위해서는 강사 한 명당 학생 수가 적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강사는 강사와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나 시간강사나 학교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며 "폐과나 학과통합 문제들도 (공통의 분모가 있는 만큼) 학생들과 강사간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강사는 학교 측에서 시간강사의 발언권을 강화해 주기를 바랐다. 그는 "학문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노동과 고용이라는 경제 구조 안에서 시간강사를 파악한 것이 시간강사법의 문제"라고 하며 "학교들 자체적으로도 시간강사의 권익을 보장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유선영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전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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