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기적을 잃어버린 오디션프로그램
꿈과 기적을 잃어버린 오디션프로그램
  • 유선영
  • 승인 2016.04.0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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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기적을 잃어버린 오디션프로그램

 "pick me pick me pick me up!" 최근 화제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참가자들이 다 같이 부른 노래다. 삼각형의 무대 위 각자의 순위에 따라 아래위로 선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며 나를 뽑아달라고 외친다. 참가자들은 이 같은 가사를 부르며 미소 짓고 있지만 그 뒤에는 절박함이 숨겨져 있다. 웃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이유다.

▲ 무대를 펼치고 있는

가수의 꿈이 있다면 누구나!

 매주 일요일 낮 1시에 실로폰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전국~노래자랑!"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1, 2차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 장기를 뽐내고 송해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꽃다발과 이런저런 상들을 받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슈퍼스타K>는 이러한 기존의 플랫폼에다 유명가수들을 심사위원으로 삼아 신뢰도를 높이고 서바이벌 형식을 더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프로그램 형식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당시 케이블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7.7%를 기록했다.
 

<슈퍼스타K>가 높은 인기를 얻자 <K팝스타>,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보이스 코리아>와 같은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프로그램에서의 우승과 화려한 데뷔를 꿈꾸며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고 또 우승을 거머쥐었다. <슈퍼스타K2>의 참가자 허각의 우승은 큰 화제가 되었다. 배관공으로 일하던 허각은 한순간에 인기스타가 됐다. 허각의 우승은 '연령, 지역, 계층 차별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비슷한 유형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시청자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한다.

 

내가 아닌 나, 악마의 편집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에게 문자 투표 한 표의 가치는 굉장히 크다. 참가자들은 문자투표를 많이 받아야 안정적으로 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다. 또 득표수는 그 자체로 참가자의 스타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참가자들이 문자 투표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에게 표를 받는 방법 중 기본적인 것은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는 것이다. 거기다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이야기까지 있다면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가창력과 스토리가 있는 참가자는 인기가 꽤 높다. 당연히 데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모든 것들을 가지기 위해서는 60분 남짓한 방송에서 자주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화면에 나오고 싶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방송이 나가더라도 쉽게 항의하지 못할 출연자들의 간절함도 알고 있다. 이것이 더해져 악마의 편집이 탄생한다. 출연자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거나 실수하는 모습들을 일부러 보여줌으로써 특정 출연자에게 불편한 이미지를 덧씌운다. 화면 속 참가자가 자극적인 말을 내뱉을수록 프로그램은 더욱 화제가 되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쇼미더머니3>에 출연한 래퍼 '타래'는 탈락과정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심사도중 "잘 먹고 잘사세요!"라는 말과 함께 녹화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방송 후 자신의 sns에 "무슨 사람을 예의 없는 놈으로 만드시네요" 라며 제작진의 편집에 대해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러한 악역 이미지는 한 프로그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프로듀스101>에 참여한 오세정 참가자는 과거 <슈퍼스타K3>에 참가해 인성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그 후 조별무대평가에서 현장투표수가 제일 저조하자 오세정 참가자는 과거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을'이 된 참가자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슬퍼도 웃어야 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

. 참가자들은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 악마의 편집을 피해 우승자가 되기 위해선 개인적인 감정까지 내비쳐서는 안 된다. 때로는 본인의 개성과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미션으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참가자들은 최선을 다해 부른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독설과 비난 역시 참가자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관행에 대해 참가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개성을 없애 대형기획사들의 입맛에 맞게 성형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여전히 참가자들에게 프로그램은 절대적인 '갑'으로 행세하고 있다.

최근 <슈퍼스타k7>에서 태도 논란에 휩싸였던 신예영 참가자는 개인 sns를 통해 프로그램 내의 부조리를 폭로했다. 신예영 참가자는 "방송에서 비춰진 저의 모습은 거의 만들어진 콘셉트"라며 "연예인 심사 때 부를 곡이나 인터뷰 같은 것에 100% 제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프로그램)섭외 제의를 결정하자 프로그램 관련 회사의 신생 기획사 계약 제의를 학교 겸임교수님으로부터 받았다"면서 "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방송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교수님의 대답을 받은 채로 슈퍼위크에 가게 됐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불이익이 과연 악마의 편집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분명 악마의 편집 피해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송 전 신예영 참가자는 작가로부터 "방송이 좀 억울하게 나와도 SNS나 공개적인 곳에 절대 해명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신예영 참가자와 같이 부조리를 겪고 있는 참가자들이 많다. 하지만 데뷔가 간절한 그들은 인격적인 권리마저 포기한다. <프로듀스101>의 참가자들이 작성한 '노예계약서'는 이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계약서에서는 '어떠한 사유로도 이의나 민사형사상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어떠한 출연료도 받지 못한다'는 부분이 명시되어 있다. 잘못된 것이 있어도 항의할 수도 없는 계약서, 출연만으로도 인지도를 올릴 수 있으니 출연료는 주지 않겠다며 '열정페이' 조항을 당당히 계약서에 실어 놓은 계약서는 '헬조선'의 모습을 쉽게 연상시킨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에 예전만큼 큰 환호성을 보내지 않는 것도 프로그램들이 다수 생겨나면서 이러한 내막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시 꿈을 꾸게 하는 오디션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승과 가수 데뷔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런 참가자들에게 화려한 데뷔를 약속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재능을 인정받으면 빛나는 무대 위에 올라설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가능성이 일어나는 것을 보기위해 많은 시청자들이 오디션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을 신데렐라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악마의 편집과 참가자의 권리를 무시한 계약서로 그 민낯을 드러냈다. 현재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인 <슈퍼스타k>를 제작했던 김용범PD는 최근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탈락자가 없는 어린이 오디션프로그램 <위키드>가 그것이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위키드>의 계약서에는 수면권 보장이나 녹화시간 제한 등 출연자의 권리를 위한 문구가 있다. 방송이 나가기 전 편집 방향에 대해 미리 들려주고, 상담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용범PD는 제작발표회에서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동요를 같이 만들고 노래를 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우리 프로그램에는 순위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고 추억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주홍글씨를 덧씌우는 오디션 대신 꿈을 지켜주는 따뜻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글 = 유선영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전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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