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영화, 원작을 만나다ㅣ 〈마이시스터즈 키퍼〉
ㅣ영화, 원작을 만나다ㅣ 〈마이시스터즈 키퍼〉
  • 박상은
  • 승인 2016.04.0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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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어떻게 태어났니?

 평범하게 태어난 우리는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감독 닉 카사베츠, 2009)의 주인공 안나는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신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안나의 부모님은 큰딸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안나를 낳았다. 케이트는 전골수구백혈병 환자다. 치료를 위해선 골수 이식이 필요한데 아빠 브라이언, 엄마 사라, 장남 제시는 그것을 줄 수 없다. 그래서 브라이언과 사라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케이트와 세포 조직이 완전히 일치하는 '맞춤아기' 안나를 탄생시켰다.
 

영화와 원작 책의 제목은 『마이 시스터즈 키퍼』(조디 키퍼, Pocket Books, 2005)로 같다. 안나는 태어날 때부터 끊임없이 언니에게 신체를 기증한다. 태어나자마자 탯줄 혈액인 제대혈을 주었다. 그러나 케이트의 병은 끊임없이 재발했다. 다음은 림프구, 또 다음은 골수를 줘야 했다. 케이트가 아플 때마다 안나는 신체 기증을 위해 수술해야 했다. 그 강도는 다르겠지만, 케이프와 안나는 똑같이 아팠다. 하지만, 아무도 안나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 케이트가 안나의 신장이 필요해졌을 때, 안나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의무로 부여된 이식수술을 거부하기로 하고, 변호사 캠벨을 찾아가 엄마를 고소한다.
 

안나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모든 수술이 부모님 동의로 이루어졌다. 언니인 케이트를 위해 유전자 아기로 태어난 안나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안나가 엄마를 고소한 이유는 안나 본인이 의료행위 판단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 케이트가 안나(아래)에게 이젠 편히 쉬고 싶다고 부탁하고 있다

 원작에서 안나는 림프구 수술을 위해 친구의 생일 파티 도중 나와야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안나에게 사라는 "다섯 살짜리처럼 굴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때 안나는 다섯 살이었다. 이식 수술 후에도 엄마 사라는 안나 곁을 떠나 케이트에게 간다. 그 후에도 안나의 생명을 건 이식 수술은 계속되었다. 언니가 살아있는 한, 언니의 병이 계속 재발하는 한 끝나지 않을 굴레였다.
 

영화에선 나오지 않지만, 원작에서 안나의 꿈은 하키 선수다. 골키퍼로서의 재능이 있다고 코치도 말한다. 하지만, 안나는 케이트를 지켜야 해서 그 꿈을 지지받지 못한다. 엄마인 사라는 안나가 하키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신장 수술 후 부작용으로 평생 운동을 삼가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엄마 사라의 시야 밖이었다.
 

영화에선 안나의 의지가 아닌 케이트의 의지로만 고소가 진행되었다고 풀어버린다. 단순히 언니가 '이젠 죽고 싶다'고 말해서 고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원작에서도 케이트가 그런 말을 했지만, 그것은 촉진제가 되었을 뿐 시발점은 아니다. 원작의 안나가 좀 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고자 한다.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결말에 있다. 재판이 진행되고, 안나와 케이트의 이야기를 들은 판사는 안나의 손을 들어준다. 안나는 언니에게 장기를 이식해줄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진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 뒤 원작에서 안나는 재판 후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이른다. 안나의 대리인 캠벨 변호사는 언니를 사랑하는 안나의 뜻을 이해하고, 케이트에게 안나의 신장을 기증한다. 가족들은 건강해진 케이트와 함께 안나가 없는 시간을 살아간다. 반면, 영화에서 케이트는 죽음을 선택한 것을 존중받아,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한다.
 

결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만, 원작과 영화가 담고 있는 안나의 마음은 같다. 의료행위의 중단이 언니를 죽일 수 있다는 걸 안나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언니가 죽길 바라는 마음도 아니다. 안나는 그저 스스로 자기 삶을 선택하고 싶었을 뿐이다. 때론 자신으로 존재하는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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