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전성시대, 그 이면에는?
반려동물 전성시대, 그 이면에는?
  • 조은진
  • 승인 2016.05.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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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동물은 이제 서로를 돕고 산다는 뜻의 '반려(伴侶)' 동물로 불리고 가족구성원으로까지 여겨진다. ' Pet(애완동물)'과 ' Family(가족)'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신조어 '펫팸족(Petfam 族)'도 생겨났다. 하지만 반대로 동물유기, 동물학대 등 사회문제도 늘고 있다.


 속담사전을 펼쳐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등 동물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전부터 우리는 동물과 가까이 지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동물들이 대부분 농사에 쓰이거나 재산의 일부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이제는 동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 인간의 동반자가 됐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가족으로 확대됐고 그 종류도 새, 햄스터, 고슴도치, 거북이 등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와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화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 돌보미사업 등장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서 2010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17.4%였던 것에서 2015년 21.8%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도구로 사용됐던 동물들이 인간의 삶의 일부가 되면서 그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에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동물의 권리나 편의를 생각하게 됐다.
전에는 여행을 떠날 때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갔다면, 지금은 반려동물 혼자 집에서 외롭지 않게 사람의 보호를 받고 다른 동물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애완동물 호텔이 생겼다. 애완동물 호텔은 돈을 지불하면 주인이 없는 동안 맡아주는 곳이다. 하지만 사람의 편의에 의해 생겨난 것들을 동물도 좋아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 대학교 우주연(사회학 3) 학생은 "동물병원에서도 호텔 기능을 하는 곳이 있어 맡긴 적이 있는데, 강아지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다른 사람과 강아지들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는 황보정화(경영학 4) 학생은 "주인과 떨어져 낯선 공간에 가는 것은 강아지에게 굉장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집에 며칠 정도 먹을 수 있는 밥을 두고 평소 반려견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중간중간 봐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애완동물 호텔의 단점을 보완한 펫 시터라는 것도 등장했다. 펫 시터는 애완동물 호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을 보다 편하고 낯설지 않은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열린 '제3회 창인발굴 오디션'에서 우리 대학 김성령(경영정보학 4) 학생은 여행, 장기출장 등으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을 경우 가까운 곳에 검증된 펫 시터를 소개해주는 서비스인 '펫 시터 매칭 서비스'를 발표했다. 김성령 학생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펫 시터 매칭 서비스는 강아지를 키우는 일반인들이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불편했던 점이나 평소 관심을 가지던 내용을 아이디어로 확장해서 좋은 평을 얻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식을 하려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가지 못 해 집에 두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요새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반려동물과 동반입장 가능한 식당과 카페가 생기고 아예 애완동물 카페로 이름을 걸고 연 곳도 생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과 부담 없이 식당이나 카페에 갈 수 있고, 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애완동물 카페나 식당에 가서 동물들과 놀며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남구 대연동에 있는 한 애견동반 카페를 찾은 적이 있다는 박현애(사회학 2) 학생은 "전에는 카페에 혼자 갔는데 애견동반 카페가 생기고 나서는 강아지와 함께 제약 없이 갈 수 있다"며 "다른 강아지 주인들과도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3월 26일부터 6일간 전국의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4.1%가 반려동물을 현재 기르고 있거나(22.5%), 과거 양육한 경험(31.6%)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려동물을 양육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동물을 좋아하고 친구와 가족이 갖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게 됐다고 답했다. 그밖에 가족이 원하고, 자녀의 정서를 함양하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웠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려동물 양육 경험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친구와 가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웃을 일이 많아지고, 가족 분위기가 활기차진다는 응답도 많았다. 또한 외로움을 달래주고, 아이들 정서함양에 좋으며, 본인 및 가족들의 성격을 온화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많은 것을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서적인 측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황보정화 학생은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자식이나 친구"라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김소연(문예창작학 3) 학생은 "동물과 함께 살면 허전하지 않다. 형제가 없는 나에게 고양이는 친구이자 동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인간이 얻는 다양한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과학저널 '호르몬과 행동'에 개와 주인이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면 집단 내 유대를 강화하는 옥시토신의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동물과의 교감으로 피해자의 심리를 치유했으며, 일본에서는 유기견 '치로리'가 동물 매개 활동견으로 활약한 이후 동물 매개 치료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황보정화 학생은 "학업으로 힘들 때 반려견과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눈치가 빨라 주인의 기분을 쉽게 파악하고 말을 가만히 들어준다. 반려견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학생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안 좋은 일이 있어 집에 와서 혼자 운 적이 있다. 그 당시 키웠던 강아지는 내 옆에 와서 위로하려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우울하고 외로울 때 옆에 있어주는 반려동물은 그 자체로 심리치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늘어가는 관심, 줄어드는 윤리의식

 반려동물의 증가에 비례해 유기동물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버려진 애완동물의 수가 37만2,767마리에 달하고 그중 개는 24만8,263마리(66%), 고양이는 11만9,701마리(32%)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동물들은 휴가철에 가장 많이 버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2014년 2월 전국에 최고 3,000여 개로 추산되는 번식농장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 생산된 동물은 경매장과 소매업소를 거쳐 판매된다. 팔린 뒤 버려지거나 팔리지 않은 상당수 반려동물은 식용으로 쓰인다.

 유기동물 수가 늘면서 보호시설의 환경도 나빠졌다. 보호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 만으로 많은 동물을 다 돌보기 쉽지 않다. 동물 수도 많아 청결 유지가 쉽지 않고 동물들이 질병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겹쳐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해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호시설의 동물들은 일정 보호기간 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대부분 안락사 된다.

 대학생동물보호연합동아리 '애니메이트' 이지연 팀장은 "보호소에 더 이상 한 마리도 들일 수 없는 실정인데 무턱대고 구조할 수는 없다.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보호소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 길 위의 동물들을 더 구조하기 위해서는 안락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현재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고, 동물 구조 요청은 계속되고 있다. 모두 동물을 위한 마음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충돌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덧붙여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구조방식 개선을 통해 이런 딜레마를 풀어가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전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유기동물의 증가에 따라 보호시설에 대한 민원도 많은데, 부산의 경우 대부분 위탁보호소에서 운영한다. 위탁보호소는 동물보호가 목적이라고 내세우지만 실상은 영리 위주라 동물 복지보다는 돈을 남겨야하는 영업의 문제가 된다"며 "환경이 열악해 동물들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더라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입양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은 폐사나 안락사 된다"고 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제보 받은 동물 학대 건수는 1,836건이다. 이 수치에는 다른 동물보호단체가 접수한 학대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고, 신고 되지 않은 학대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동물학대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헤아릴 수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번식장의 강아지들에게 장애가 있으면 식용이나 동물실험용으로 넘겨지는 등 동물학대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리감독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며 "모든 동물 문제의 뒤에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동물보호법이 있다. 동물보호법에는 한계가 많아 대부분 상식적으로 학대라고 여기는 상황조차도 무죄판결이 난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나 처벌을 하지 않고 사법부에서 인간 위주로 판단해 동물학대 사건을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덧붙여 "동물의 문제는 비단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 FBI에서 동물학대자가 인간에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보고서도 발간했다"며 "동물의 문제는 인간과 연결된 생명권의 문제로 얘기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물과 인간은 공생하는 관계"

 독일에서는 애완동물 매매가 법으로 금지돼있다. 한국에서는 마트나 시장에서도 동물을 살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해야 한다. 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 주인은 기본 상식과 방법을 배우고 훈련을 이수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동물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번식농장에서 무분별하게 동물을 생산하는 한국과 달리 애완동물의 교배도 금지한다. 새끼가 태어날 경우에는 수의사가 가정에 방문해 출생신고를 하고 식별번호까지 부여한다. 독일에 있는 모든 동물은 법적보호를 받는다.
동물자유연대 정윤경 간사는 "번식장의 모견은 죽을 때까지 철장에 갇혀 새끼 낳기만 반복하고 치료도 받지 못 한다. 동물 판매장의 동물을 사는 것은 번식장 모견의 고통을 방조하는 것"이라며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정착해야 한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가는 추세에 걸맞는 인식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학생들 중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책임감이 중요하다. 김소연 학생은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한없이 베푸는 존재다. 약육강식의 서식 구조 안에서 인간이 동물의 우위에 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윤리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동물보호연합동아리 '애니메이트' 이지연 팀장은 "인간이 지금보다 더 노력해 동물과 공존했으면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의 필요를 위해 만든 것임을 기억하고, 그에 대한 책임으로 동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이자 생명으로 인식하는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로의 변화, 반려동물 등록제, 반려인 교육 등 제도의 변화로 생명 하나하나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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