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스크 칼럼 ㅣ 아픈 나라, 더 아픈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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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서 기자
  • 승인 2016.05.1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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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서 편집국장

교육부가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사업)에 이어 지난 3일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사업) 선정대학을 발표했다. 3년간 6,000억 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의 선정 기준에는 인문사회 분야 정원은 축소하고 공학 분야 정원은 늘리는 구조조정과 학과 개편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많은 대학이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선정된 대학과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정된 대학은 안도와 기쁨의 축배를, 탈락한 대학은 또다시 절망에 휩싸인다.

 매년 교육부에 들어가는 예산만 해도 60조가 넘는다. 올해는 총 63조 969억 원으로,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잘 가르치는 대학'의 확산을 목표로 하는 ACE사업, 세계적 우수 대학원 양성을 목표로 하는 BK21사업과 같이 이름도 형태도 흐릿한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교육부는 몇 십억씩 쏟아 붓는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은 이러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이제는 대학에 대놓고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를 내놓으라고 해도 이에 반박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일뿐더러, 이미 너무 많은 길을 지나왔다.

 사업계획과 목표는 항상 거창하고 원대하다. 마치 암울한 이 시대의 청춘을 구원해 미래인재로 양성하고, 각 분야에서 겪고 있는 모든 위기를 타파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간절한 바람이 현실로 이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육뿐 아니라 대학 행정의 대부분이 오로지 효율성과 결과만을 따지게 된 지는 오래됐다. 많은 대학 구성원이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상아탑의 붕괴'를 말한다. 누군가는 '대학이 기업이냐'고 따지지만, 사실상 이제 대학을 다른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시대가 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프라임사업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룬 대학들은 계획대로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쓴잔을 마신 대학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옆 동네의 '복권당첨'에 흔들리지 않고 자구적인 노력으로 재기하느냐, 아니면 슬픔을 딛고 복권을 다시 사러 가느냐다. 대부분 후자를 택하리라 예상해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정자립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 나라가 취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대학은 더 아프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데 학내구성원의 반응조차 냉담하다. 몇몇 수도권 대학 학생들은 프라임 사업 선정을 위한 학교의 구조조정이 일방적이라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후에 여차저차 합의가 이뤄졌다지만 지극히 표면적이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일제 치하의 지식인들은 민족의 운명이 오직 교육에 달려 있다는 일념으로 대학 설립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광복 전까지 단 한 개의 민립대학도 설립되지 못했다. 한 많았을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대학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됐는데, 이젠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니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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