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스크 칼럼ㅣ 기억하자, 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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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서 기자
  • 승인 2016.06.07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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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서편집국장

으레 문화는 보편성을 목적으로 한다. 작곡가가 노래를 만들고,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고, 시인이 시를 지을 때, 그들은 오랜 창작의 고통으로 얻은 결과물이 최대한 많은 이에게 향유되길 원한다. 하다못해 초등학교에서 독후감 짓기 대회를 하더라도, 자신의 글이 학급게시판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걸린 학생은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지난달 광주 5·18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인가 합창할 것인가 하는 다툼이 있었다. '다 함께' 부를 것인지 말 것인지의 사전적 의미 차이로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논란도 결국 보편성에 기인한 것이다. 작곡을 맡은 김종률을 비롯해 제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염원도 그러했을 것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광주만의 노래가 아닌 민주·인권·평화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의 확산"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2030세대 200명을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8.7%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잘 모르거나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고, 65.2%는 가사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겐 어쩌면 당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특별한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09년 바로 이맘때 기자의 아버지는 말로만 듣던 정리해고를 당했고, 동료들과 평택으로 올라갔다. 들어주는 이 없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어김없이 세상에 울려 퍼졌었다. 며칠 전, 늦은 밤 아버지는 아르바이트로 지친 나의 손을 잡고 돌아오며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당시의 기억이 생각나 아직도 힘들다고 고백하셨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이 기자와 같은 경험이 없다고 해서 곡에 담긴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몰라도 괜찮은 걸까. 이번 논란이 유독 씁쓸한 이유는 남겨진 혼들을 진정으로 위로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곡의 의미를 넘어서 노래한 이들의 순수한 의도마저 모독당하는 것을 두 눈 뜨고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곡이 새긴 수많은 역사 중에서도 청년들이 총탄에 쓰러졌던 1980년 5월 18일은 꽤나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이런 매정한 현실 속에서 잊혔던 노래가 이렇게라도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을, 차라리 그들은 고맙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 과연 우리는 그들에 대한 이 시대의 저평가에 마음으로 분노할 준비가 돼 있는가. 노래의 의미는커녕 단 한 구절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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