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사설 ㅣ 기억과 검열, 그리고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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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6.06.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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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그것에 답하기 전에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보자. 아이덴티티(Identity)에 해당하는 이 말을 학계에선 종종 동일성으로 번역한다. 왜 동일성인가? 어떤 존재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그 존재의 본질을 동일한 그 무엇으로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일성의 대표적인 예는 은유이다. 'A는 B이다'의 공식처럼 은유는 원관념 A를 보조관념 B로 대체함으로써 A의 정체를 규정하려는 것이다. 은유에서 원관념을 생략하면 상징이 된다. 그러므로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은 곧 동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상징적인 행위가 된다.

 상징적 행위의 문화적 담론에 '아버지의 이름'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 가부장인 아버지로부터 이름을 받아 호적에 기입이 되고 국적을 획득한다. 이는 곧 상징적으로 사회적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 국가적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름에 새겨진 가문의 역사, 그 동일성의 차이 때문에 사랑을 금지 당한다. 라캉이 인간의 한 영역을 '상징계'라 하고, '아버지의 이름 nom du pere'을 '아버지의 금지 non du pere'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이름'처럼 사회적 상징 또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관리된다. 천안함에서 희생된 46명의 군인은 용사의 이름으로 위령탑에 새겨 추모하는 반면, 세월호에서 희생된 246명의 학생은 그 이름을 학적부에서 제적시키는 행태가 그러하다. 명예졸업생으로 이름을 남기기로 한 유가족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은밀히 그 이름들을 지워버리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름을 지움으로써 세월호라는 상징적 기억을 지우려는 것이다. 역사 연구를 기억 연구로 확장시킨 얀 아스만에 의하면 기억이 곧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의식을 특정 기억으로 정초하려는 지배자들은 문화적 기억에서 뜨거운 기억들은 지우고 차가운 기억들을 주입하고자 한다.

 <다이빙 벨> 상영금지조치 위반을 빌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파행의 위기로 몰고 가는 것도, 광주항쟁 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는 것도,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단일화시키려는 것도 모두 이와 다르지 않다. 검열을 통해 뜨거운 기억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단원고에 보존되어오던 '기억 교실'을 한사코 이전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흔적이 사라지면 기억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교에도 지워진 기억은 있다. 운동장과 교수회관을 잇는 돈학교(敦學橋) 아래의 벽에 그려진 6월항쟁도가 그것이다. 군부독재에 맞서 싸웠던 1987년 6월 항쟁, 그 승리의 기쁨을 새긴 벽화가 무성한 넝쿨에 뒤덮인 지 오래이다. 그와 함께 대학 민주화의 상징으로 전국에서 제일 먼저 발족하였던 교수협의회도 유명무실한 상태가 돼버렸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운동장은 또 어떠한가. 자동차가 점령한 운동장을 보면서 젊음의 활기와 함성을 기억할 이가 그 몇이런가. 역사에 있어 진실의 반대는 망각이다. 그러므로 기어이 기억해야한다. 뜨거운 기억이 잊히는 순간 잘못된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족 한 마디. 학교 진입로에서 관문 역할을 하는 돈학교의 이름은 모쪼록 돈학다리 또는 돈학 지교 등으로 바꾸기 바란다. 이름이 곧 정체성이자 그 상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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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2016-06-07 19:53:37
-역사에 있어 진실의 반대는 망각이다
그러므로 기어이 기억해야 한다-

통제 당할 수 없는 뜨거운 기억의 정체성으로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허락해서는 안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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