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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연극에 활기 불어넣고 싶어요"
박상은  |  eun032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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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7  1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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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부산국제연극제(BIPAF)가 지난달 15일 막을 내렸다. BIPAF 사무국에 따르면 연극제 10일간 총 관객이 3만 545명이다. 이중 초대권을 제외한 유료 관람객은 1,895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열렸던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같은 기간 동안 총 관객 30만 명에 순수 영화 관람객은 22만 7,377명이었던 데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다양한 영상 매체 속 연극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연극을 해 나가고 있을까. 한국어문학과 소속 극문학 시나리오 동아리 '짓'과 연극 중앙동아리 '극예술연구회'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우리 대학교에는 연극영화학과가 없다. 부산 지역 대학 중 연극을 전공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은 경성대 연극영화학부와 부산예술대 연극과가 있다. 이외 동서대 영화과·뮤지컬과·연기과, 동의대 영화학과 등이 있다. 그 외의 다른 대학은 동아리를 통해서 연극 활동이 이뤄진다. 하지만 한국해양대, 신라대 등 몇몇 부산 지역 대학은 연극 동아리마저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대학 연극에도 전성기는 있었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연극의 침체는 있었어요. 그래도 대학연극제가 있어서 대학끼리 똘똘 뭉칠 수 있었어요. 그런 힘을 바탕으로 연극 동아리가 활성화됐던 것 같아요." 우리 대학 중앙동아리 극예술연구회 소속 정승아(미술학 3) 학생은 연극 동아리가 사라지는 원인을 연대 상실로 보고,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부산 지역의 대학 연극은 1970년대가 전성기였다. 1970년 부산대 극예술연구회 주최로 전국대학연극제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우리 대학을 비롯해 수산대(현 부경대), 부산대, 부산교대 등이 참가해 부산 지역만의 연극제로 머물렀다. 1973년 치러진 제4회 전국대학연극제는 참가 대학이 확대됐다. 우리 대학이나 부산대 외에도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의 대학도 참여해 전국적인 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5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 극예술연구회의 창립공연 포스터

전국대학연극제가 사라지자 문교부(현 교육부)는 예산을 지원해 전국대학연극제를 전국대학연극축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어갔다. 부산에서는 전국대학연극축전에 참여하기 위한 예선의 성격으로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연극제가 이어졌다. 1978년 제1회 전국대학연극축전 부산예선에서 우리 대학의 <둥둥 낙랑둥>(연출 박영민)이 본선에 진출했다. 그해 우리 대학은 우수연기상(박영민)과 연기장려상(정혜경)을 받았다. 이후 1981년부터는 다시 순수한 부산지역의 대학연극제로서 재부대학연극제가 부활했으나 1989년 제9회 공연을 끝으로, 현재까지 부산에서는 대학연극제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전국대학연극제나 재부대학연극제는 대학생들이 힘을 모아 자발적으로 만든 연극축제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기성 연극과는 다른 대학 연극의 매력에 대해 우리 대학 극예술연구회 소속 김한나(미술학 2) 학생은 "일반 연극을 보면 굳어진 관례 같은 게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꼭 그렇게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있다"며 "여건이나 실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실험적인 부분이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학과 통폐합, 동아리에도 영향

 연극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춥고 배고프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경 무명 연극배우였던 김운하와 판영진이 세상을 떠났다. 공연에 꾸준히 참여했으나 그들의 생활고도 꾸준했다. 대학로(서울 종로구 동숭동)는 연간 1,200여 편의 연극이 상연되는 공연 예술의 중심지다. 하지만, 이런 대학로에서도 연극만으로는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예술인 5,008명을 대상으로 예술인 장르별 연 수입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연극의 경우 1,285만 원으로 예술인 전체 평균수입인 1,255만 원을 조금 앞섰지만, 계산해보면 한 달에 107만 원 정도다. 연극을 꿈꾸기엔 큰맘 먹어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사회와 대학도 예술과 연극에 냉정하다.

 부산 지역 대학의 연극 동아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다. 우리 대학 연극 동아리도 2005년 잠정 사라졌다가 2014년 부활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승아 학생은 "연극 동아리들이 없어진 가장 큰 이유는 예술 축소 분위기 때문일 것"이라며 "대학 자체의 분위기가 돈이 안 되는 건 폐쇄하고, 취업이 안 된다고 통합했으니까 연극이 활성화되기엔 어려웠던 시기"라고 말했다. 미술학과이자 연극을 하는 학생이라서 더 실감했을 것이다.

 극예술연구회 소속 김명현(정치외교학 3) 학생 또한 "2000년대 초부터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졌던 것 같다"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취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압박이 대학생들이 연극을 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의 연극을 위해서는 보통 3, 4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에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이 일을 함께 진행해나간다. 연극 무대는 라이브고, 영상처럼 편집할 수 없으므로 연습시간 또한 상당하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어떤 과정으로 연극을 무대에 올릴까.

 

   
▲ 극예술연구회 30주년 기념 포스터와 극의 한 장면, 97년은 대우와 삼성이 협찬하는 등 대학연극의 스케일이 컸다.

연극을 쓰고 만드는 사람들

 한국어문학과 소속 극문학 시나리오 동아리 '짓'과 연극 중앙동아리인 '극예술연구회'는 해마다 연극을 상연하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극본 쓰기와 무대 공연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는가이다. '짓'의 경우 극본과 시나리오를 쓰는 학회다. 주 1회 모여 학생들이 쓴 극본을 배역을 정해 읽고, 작품을 합평하는 것이 주된 일정이다.

 짓의 회장인 공지현(문예창작학 3) 학생은 "평소에는 극의 구성이나 문체를 중점적으로 살피다가, 워크숍 기간이 되면 연출이나 연기의 비중이 확 커진다"며 "연기하고 싶어서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극본을 쓰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말했다. 짓은 연극 준비 기간이 되면 공모전을 열어 학회원들의 작품을 받아 그중에서 극본을 선정한다.

 극예술연구회의 경우 공연이 우선이다. 극본을 직접 쓰진 않는 대신 극본을 고르는 일을 신중히 한다. 극본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냐는 질문에 "극본가에게 연락을 드려 허락을 받고 있다"며 "신인 극본가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 극본으로 연극을 하겠다고 하면, 좋아하고 많이 챙겨주신다"고 답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 전은경 기자

대학 연극이 밖으로 나간 까닭

시나리오 학회 '짓'과 중앙동아리 '극예술연구회' 모두 우리 대학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고, 일 년에 한두 번 연극을 한다. 이 두 동아리가 겪는 어려움 역시 비슷하다. 우선 극장 문제다. 연극을 하려면 꼭 필요한 요소지만, 외부 극장을 한 번 빌리려면 대관료가 비싸다. 학회비나 동아리 회비의 상당 부분이 대관료로 나간다.

 '짓'의 경우 대부분 경성대나 남천동 등 부산 지역의 소극장을 빌린다. 공지현 학생은 "대관료가 비싸니까 학교에서 리인홀을 빌려보려고 했는데,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빌리고 기간도 너무 짧다"며 "본 공연에 앞서 조명 점검을 포함해 총연습을 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아서, 돈이 더 들더라도 소극장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극예술연구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체대 소강당이 리인홀로 바뀌면서 거기서 공연하면 좋겠다 싶어서 대관한 적이 있다"며 "공연준비를 장기간 해야 하는데 사정해서 3일을 겨우 얻었다"고 정승아 학생이 말했다. 학교 시설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 대학 학생이라면 요구할 수 있는 권리지만, 공간은 부족한데 사용하려는 사람은 많다보니 시설을 빌리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금은 없어진 구덕캠퍼스 석당홀의 경우 학교에서 따로 관리인을 두지 않고 동아리가 관리를 맡은 적이 있었대요. 그때는 자유롭게 연습과 공연을 할 수 있었죠. 선배들 말로는 96년쯤 학교 관리로 넘어갔다고 해요. 부산대 극예술연구회의 경우도 학교 안에 있는 극장을 사용했는데 이게 학교에서 관리하면서 마음대로 못 쓰게 됐죠." 김명현 학생은 그 후 동아리 방이 없어지면서 갖고 있던 조명시설도 뿔뿔이 흩어졌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학교 시설을 빌렸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극예술연구회 소속 백채영(미술학 2) 학생은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이 아니라 손 대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조명의 경우 색조명이 따로 없어서, 색판지를 붙여 무대에 적합한 조명으로 바꿔야 한다. 연극에 따라 조명 위치를 옮기는 건 기본이고 무대의 크기도 학생들이 준비하는 규모보다 커서 중간에 커튼을 쳐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김명현 학생은 청촌홀을 빌렸던 때를 회상하며 "청촌홀 조명으로 연극을 할 수 없어서 따로 설치하려고 했는데 고장 우려 때문인지 허락을 받지 못했다"며 "밴드부 같은 경우도 스피커를 가져다 달 수 없게 된 것으로 안다"고 공연 예술 동아리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연극이 정작 학생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그들은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묻자 정승아 학생은 "큰 연극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지만, 회원이 자주 바뀌는 대학 동아리 특성상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하면서도 "과거 재부대학연극제와 같은 연극제를 우리 힘으로 부활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산 지역의 7개 대학 연극 동아리 회장들이 대학연극제를 11월로 예정하고 논의 중이다. 대학연극제의 부활로 부산 지역 대학 연극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부산연극사』, 김동규, 예니,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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