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발간된 『감성의 리더십』이란 책에 따르면 성공한 리더들은 권위적이고 낡은 전형을 고집하는 리더들에 비해 훨씬 가치 지향적이며 유연하다고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개방적인 리더일수록 다른 사람이 그의 리더십에 끌려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지위의 힘으로만 조직을 이끌려 하는 구시대적 전형인 낡은 리더십을 고집해서는 더 이상 그 조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대학 총장들이 권위를 버리고 학생 및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모 총장은 해외 교류대학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 대학에서 수학 중인 학생들을 깜짝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학교정책에 반영한다.
또 다른 총장은 기말고사 기간에 주방장 모자를 쓰고 야식을 준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전해준다. 또 다른 총장은 학생들 축제기간에 학생들과 바비큐 파티를 열어 총장과 학생 간의 거리를 좁히고 직접 소통한다.
지난달 1일 취임한 우리 대학 한석정 총장이 취임식에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권위를 보여주는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를 한 것이다. 동아학숙 이사장과 우리 대학 총동문회장은 물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두관·최인호 국회의원도 단상에 오르지 않고 여느 하객과 마찬가지로 객석에 앉아 축하를 하곤 자리를 떠나게 했다.
개학일인 지난 1일에도 노타이셔츠 차림으로 승학캠퍼스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격려를 했다. 보도를 위해 관행적으로 초청하던 기자들도 부르지 말도록 했다. 본부회의나 교무회의 때도 총장의 지정석을 없앴다. 다른 보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회의를 주재한다. 권위와 겉치레를 싫어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하려는 한 총장의 스타일이다. 대외의 정치적인 자리 요청도 모두 마다하고 있다.
권력이 아닌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일수록 우수한 리더라고 한다. 대학이 생각보다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입학정원을 줄이고 학제간 융합을 진행하는 현 시점에 한 총장의 이런 리더십이 그의 임기 동안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역할이 우리 대학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조해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