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사자 택시'를 들어본 적 있는가? 정식등록된 영업용 택시 번호판에는 '바' '사' '아' '자'가 적혀있기 때문에 이를 외우기 쉽게 만든 별칭이다. 한 여성 지인은 택시를 탈 때 뒷자리에 탑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번호판이 '바' '사' '아' '자'가 아니면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에서 약자로, 특히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우리는 여성 안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여성들이 다니기 안전한 거리를 조성하고 어두운 골목길은 밝은 분위기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성안전 정책은 민관단체의 지원 없이는 추진되기 힘들고 실제로 시설 및 장치를 설치하면 예산의 한계에 부딪혀 사후 관리와 사업확장이 어렵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태도이지만 취재 중 바라본 사업의 진행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래된 가로등을 교체하려고 해도 빛 공해로 인해 인근 거주민들의 역민원이 발생했다. 안전벨도 장난이나 실수로 자주 고장이 나고, 오인출동 등으로 관리가 어려워 여러 곳에 설치할 수 없었다. 거울시트지 또한 외관상 보기 좋지 않거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시트지 부착에 난색을 표한 건물 소유주와 주민들이 있었다. 물론 개인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누군가에겐 승낙하기 어려운 부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집, 건물 앞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사건의 피해자는 말로만 자식 같은, 딸과 진배없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여성안전은 단순하게 성별의 차이로 구분되는 안전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출발선이기도 하다. 위험 가능성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소중한 사람을 '아빠사자' 택시에 확인하고 태워 보내듯 가족을 보호하는 아빠사자의 마음으로 남들을 배려한다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범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