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스크 칼럼 ㅣ 아픔 딛고, 다시 '소통의 길'로
ㅣ데스크 칼럼 ㅣ 아픔 딛고, 다시 '소통의 길'로
  • 임정서 기자
  • 승인 2016.09.05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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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서 편집국장

"니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니 마음을 어떻게 아는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이유를 묻지 말고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만 하는 학찬(은지원 분)에게 유정(신소율 분)이 울며 던진 대사다. 하지만 학찬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변명한다. 그렇다. 말을 안 하면, 혹은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면 모든 관계는 악화되기 마련이다.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받아들일 자세, 그 균형이 수평을 이룰 때 비로소 소통은 시작된다.

 대규모 학내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입을 열지 않던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개강이 다가오자 급히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차갑게 돌아선 상태다. 총장은 강당을 점거한 학생들에게 졸업식 축사를 위해 5분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부사정을 모르는 학부모는 진행을 막은 학생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최 총장의 공권력 투입 요청은 과연 5분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낸 결정일까?

 이번 사태를 학교의 정당한 학위수여 제도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단순한 오만과 객기로 치부해버리면 곤란하다. 몇 달 전 있었던 학교 측의 일방적인 프라임 사업 진행 등 연이은 날치기 행정에 그간 썩고 썩은 상처가 곪아터진 결과로 봐야 한다. 대학, 그 중에서도 특히 재단의 입김이 강한 사립대학 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총장은 농성이 시작되고 3주가 지나서야 뿔난 학생들에게 '첫 편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그간 일말의 대화나 협력 의지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군대 얘기는 꺼내지 말아야 할 대화주제라는 웃지 못할 말이 있다. 많은 이들이 군대라고 하면 수많은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 군대가 아무리 밖에서 외쳐대도 바뀌지 않는 폐쇄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의 근본을 찾아 제거하기보다 당장 입 틀어막기 식의 해결만 고집하는 모습에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틀을 정해놓고 거기에 벗어나는 의견은 전부 묵살해버리는 현 사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상하관계 조직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통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이어받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역할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통의 장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스스로가 불통의 집단이었음을 증명한 셈이 됐지만, 지성인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만천하에 알렸지 않은가. 더 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만하다. 지겹도록 소통을 강요해야만 움직이는 세상이다. 하지만 방학도 반납하고 강당을 찾은 저들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뤄냈듯, 지속적인 의제화를 향한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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