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현실에 가상을 더하다
증강현실, 현실에 가상을 더하다
  • 배아현 기자
  • 승인 2016.09.0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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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년 전이다. 일본 관동지방 태초마을에 살며 '포켓몬스터 마스터'가 꿈인 열 살배기 소년 지우. 지우는 포켓몬스터 연구의 권위자인 오 박사로부터 포켓몬 피카츄를 소개받는다. 파트너가 된 둘은 최고의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여행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증강현실을 통해 지우와 함께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떠날 수 있게 됐다.

포켓몬 GO의 탄생
 지난 7월 6일 '포켓몬 GO'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게임이 미국에서 출시됐다. 포켓몬 GO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즐기는 증강현실(AR) 방식의 스마트폰 게임이다.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응용프로그램(앱) 화면을 보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근처에 있는 포켓몬을 잡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5일 만에 포켓몬 GO 다운로드 수는 750만 건을 넘어섰다. 작은 화면 속 세상이 일으킨 엄청난 반향은 주목할 만하다. 과연 무엇이 우릴 그토록 끌리게 했을까.

 포켓몬 GO는 증강현실을 반영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증강현실은 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환경을 융합하는 복합형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과의 차이점은 가상현실이 컴퓨터 안에서 또 다른 현실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증강현실은 현실세계를 보완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가상현실은 쥐라기 시대로 가서 공룡과 놀 수 있는 것이고 증강현실은 갖고 있는 공룡카드에 3차원 공룡 애니메이션을 겹쳐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증강현실이 가상현실에 비해 훨씬 현실감이 뛰어나다.

게임 넘어 강의실까지 'GO!'
 1960년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이반 서덜랜드가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착용형 디스플레이를 처음 개발했다. 첫 상업용 비디오 회의 서비스가 이때 나왔는데,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1990년대에는 주로 데스크톱 환경을 목적으로 한 증강현실 연구가 진행되었다. 2000년대에 모바일 폰 환경에서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모바일 폰의 성능 제약으로 증강현실 응용 분야가 정보 증강 또는 단순 3차원 그래픽 객체를 활용하는 분야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 스마트폰과 안경 형태의 디스플레이 장치가 새롭게 선보이면서 착용형 증강현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증강현실은 아직 병원이나 뷰티계열, 가구회사 등에만 쓰이나 앞으로는 박물관, 학교, 쇼핑 등에서도 증강현실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일까. 가상의 대학생 '나잘남' 씨의 하루를 통해 알아보자.
 오전 9시 한 대학교 강의실. 나잘남 학생은 무거운 전공책 대신 자리에 놓인 디지털 기기를 켠다. 오늘의 강의 내용은 우주 별자리와 행성. 디지털 교과서를 강의실 천장으로 펼치자 강의실이 우주로 바뀐다. 별들이 3차원으로 다가오고 교수님은 우주 속으로 학생들을 데려와 설명한다. 졸리던 눈은 어디가고 어느새 교수님보다 빠른 걸음으로 우주를 헤집고 다닌다.

 오전 11시 어느 대학 병원. 나잘남 학생이 할머니 병문안 차 병원에 왔다. 의사가 가상·증강 수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과적인 수술 계획을 사전에 테스트 해 볼 수 있다고 설명을 한다. 영상 가이드 수술에 증강현실을 적용하면 수술하고자 하는 부위를 단층 촬영한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정확한 시술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에 부모님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다.

 오후 4시 나잘남 학생은 무더운 날씨에 일정을 생략하고 집에 왔다. 그런데 그에게는 다음 주 과팅에 입고 나갈 옷이 없다. 다시 나가려니 집안까지 들어오는 더운 공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순간 책상 위에 놓여진 AR헤드셋이 눈에 들어온다. 나잘남 학생이 AR헤드셋을 착용하자 방 안에서 구입하고 싶은 옷들이 허공에 등장하고 음성으로 명령해 조종한다. 마음에 드는 옷을 몸에 갖다대어보곤 제품을 구입한다.

 오후 7시 저녁식사를 마친 나잘남 학생이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스포츠 경기를 본다. 그가 보는 선수에 대한 정보도 시선을 바꿀 때마다 다양한 각도로 바뀌며 스크린을 통해 알려준다. TV시청이 끝나고 조별과제를 위해 필요한 책, 뉴스 등의 정보를 책장에 붙어있는 모니터를 통해 자유자재로 추가하고 삭제하며 본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우리나라 증강현실의 기술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이 분야에서 저명한 목포대 이영호(컴퓨터공학) 교수는 "우리나라 증강현실 기술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용자 환경(UI/UX)까지 아우르는 모든 기술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어서 하나의 기술만 보고 잘한다 못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덧붙여 "위험한 화학실험이나 의학과 수술연습 등 교육용으로 쓰인다면 대학에도 증강현실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증강현실 기술의 실용화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 이현주(아동가족학 4) 학생은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이 게임을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보편화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관심이 끝이 아니라 정부가 관련 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시장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던 증강현실 기술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퀄컴이 2010년 오스트리아의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회사로 주목받던 이미지네이션을 인수해 연구센터를 설립한 것이 증강현실 도약의 발판이다.

이영호 교수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콘텐츠가 중요한데 포켓몬 GO가 그 예"라며 "여러 언론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증강현실 기술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중에 누군가가 스마트폰 게임과 같이 적절한 응용 분야를 찾아낸다면 우리나라가 증강현실 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자료
'유비쿼터스 가상현실, 눈치 있는 증강현실 그리고 증강휴먼'(KAIST 우운택 교수, 2016)
'가상/증강현실 기반 원격 협업 기술 동향'(목포대 이영호 교수,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신춘성, 2016)

<글 = 배아현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신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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