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을 만나다 〈밀양〉
영화, 원작을 만나다 〈밀양〉
  • 김동빈 기자
  • 승인 2016.10.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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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라고?

 "너의 죄를 사하노라." 2000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가 했던 명대사다. 당신의 죄를 용서했으니 마음고생하지 말고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가 담긴 이 말은 다른 사람을 용서할 때 드라마, 영화, 예능을 가리지 않고 패러디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로맨틱한 용서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용서도 있다.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용서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잘못한 사람이 마치 용서라도 받은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 죄를 사할 수 있을까?

 

▲ <밀양>에서 신애가 범인을 용서하려는 장면이다.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 2007)은 주연배우로 전도연과 송강호가 출연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17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칸 영화제에 출품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런 명작의 뒤를 받쳐준 원작은 바로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이청준, 1985)다. 이청준은 어린이를 유괴하고 살인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의 마지막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형수는 사형 집행 전 '하나님의 자비가 희생자와 가족에게도 베풀어지기를 빌겠다'는 등의 말을 하고 교수대에 올랐다. 사형수는 자신의 장기까지 기부하며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참회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청준은 다르게 생각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을 이 사건에서 따오면서 용서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과 함께 22년 만에 원작을 재탄생시켰다.

 원작에선 '알암이 엄마', 영화에선 신애(전도연 분)의 아들이 유괴당하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아들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아들은 시체로 발견되고 엄마는 실의에 빠진다. 그 뒤 김 집사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며 일상을 되찾고자 한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점점 독실한 신자가 된다. 엄마의 기도가 통했는지 범인이 붙잡혔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엄마는 범인을 직접 만나서 그를 용서하려고 한다. 거기서 엄마는 앞에서 말한 바로 그 사형수의 말을 듣게 된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용서하기도 전에 벌써 용서받은 듯 웃고 있는 것이 너무 괘씸하다며 다시 앓아눕는다. 여기까지가 원작과 영화에 나오는 공통적인 상황이다.

원작과 영화는 전혀 다른 결말을 보인다. 각 작품 주인공들의 행동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알암이 엄마와 신애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알암이 엄마는 분노에 사로잡혀 자살한다. 그에 비해 신애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 신에 대한 원망을 품고 여러 비행을 저지른다. 일부러 교회에서 소란을 피우고, 점원이 보는 앞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훔친다. 동네 교회 부흥회에서 테이프를 바꿔치기 해 찬송가 대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틀어 부흥회를 방해한다. 이런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허공에다 대고 "보여? 보이냐고!"라며 믿음을 배신한 신을 조롱한다.

 김 집사의 역할 또한 대조적이다. 원작과 영화 모두 김 집사가 엄마를 교회로 이끈다. 원작의 김 집사는 범인의 고해성사를 듣고 앓아누운 알암이 엄마에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하라고 하느님이 말씀하셨다며 알암이 엄마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영화의 김 집사는 용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집에 찾아와서 진심으로 기도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종찬(송강호 분)이라는 인물도 신애를 돕는다. 원작에는 알암이 아빠가 있지만 알암이 엄마를 적극적으로 위로하거나 도와주지 않는다. 신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지만 실의에 빠진 신애 옆에 있어주고 교회도 같이 가주는 종찬의 존재는 알암이 아빠와 대비된다.

 자신이 용서해주기 전에 먼저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범인을 만난 상황은 같다. 하지만 알암이 엄마와 신애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이것은 단지 신애라는 인물이 강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애를 무조건 탓하지 않고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김 집사, 신애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종찬과 같은 사람이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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