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그 경계는 어디인가
표현의 자유, 그 경계는 어디인가
  • 조은진
  • 승인 2016.10.04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페이스북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네이팜 소녀' 사진이 "아동 포르노에 해당한다"며 삭제해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았다. '네이팜 소녀' 사진은 1972년 미군이 베트남전 중 정글을 불태우려고 투하한 네이팜탄으로 인해 불이 붙은 옷을 벗어던진 채 알몸으로 뛰쳐나온 소녀의 사진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제22조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팜 소녀' 사진과 같이 표현의 자유 영역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되기도 한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 '모내기' (신학철, 1987)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1989년 발생한 사건으로 지금까지 주인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림이 있다. 화가 신학철이 그린 '모내기'다. 당시 '모내기'는 '북한의 폭력혁명 찬양, 고무'에 해당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작가가 기소됐고, 그림을 몰수당했다. 신학철은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가 1999년 11월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징역 10월형의 선고유예와 그림 몰수 등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시민단체와 예술인 단체가 2000년 4월 다시 유엔 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제소했다. 위원회는 2004년 한국 정부에 작가 유죄 판결 무효화와 그림의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최종판결을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7년 이현세 작가의 만화 '천국의 신화'는 원시 자연 모습으로 음란물 판정을 받고 3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현세 작가는 '터무니없는 심의와 검열에 내가 고개를 숙이면 어느 작가가 이겨 낼 수 있겠나'하는 생각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결국 2005년 무죄 판결을 받아내 창작의 자유를 인정받았다.

 이에 우리 대학교 김대중(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모내기' 유죄판결은 대한민국이 처한 독특한 임시적 상황에서 나온 법"이라며 "법리적 판단에서는 유죄를 받았지만, 헌법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도 음란성이라는 부분은 수용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국가가 개입해 음란성 여부를 판단해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 처벌이 될 경우, 창작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0년 칠레 예술가 마르코 에바리스티는 트라폴트 미술관에서 10개의 믹서기에 'ON'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고 살아있는 금붕어를 넣어 전시했다. 이것으로 미술관의 디렉터가 기소됐다. 그러나 금붕어가 즉사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 예술가인 데미안 허스트는 1991년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상어 한 마리를 넣고 모터와 함께 움직이게 한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라는 작품을 냈다. 1993년에는 소를 반으로 잘라 뼈와 장기가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동물의 사체를 활용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았고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으나 사람들은 동물 학대라고 비난했다. 그 후에도(2012년) 나비를 캔버스에 붙여 넣은 '나는 죽음의 신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의 제작을 위해 9,000마리의 나비를 죽여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9월 서울대에서는 '열렬한 투쟁과 더불어 객관성의 지반'이라는 이름으로 6~7마리의 살아있는 병아리를 전시용으로 사용한 작품이 전시됐다. 이에 대해 서울대 환경동아리 '씨알'은 "어떠한 보호도 없이 병아리를 작품에 사용한 것은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예술이라도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은 학대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우리 대학교 이호영(미술학 2) 학생은 "표현은 인간의 특권 중 하나다. 표현에 따른 파장 또한 본인의 몫"이라며 "표현이 악하지만 않다면 그 자유로운 표현이 다채로운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 2016 돌체앤가바나 S/S캠페인.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노이즈 마케팅?
 상업공간과 문화 콘텐츠 사이에서도 표현의 자유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흑인 비하와 성폭력 미화 등으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던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지난 1월 2016 S/S 시즌 캠페인 광고 화보를 공개했다. 화보 속에는 다인종 모델들 중 동양인 모델만 턱받이를 한 채 스파게티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게 알려졌지만 왜 음식을 손으로 먹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화보로 인해 인종 차별과 동양인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SBS 뉴스에서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동양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해 실제 동양인의 모습과 거리가 먼 '특이한 존재'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맥심코리아에서 지난해 발행한 9월호 표지에는 배우 김병옥이 여성을 납치해 자동차 트렁크에 실은 듯한 장면이 연출돼 있다. 잡지 속에도 성폭력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화보가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이는 미국 맥심과 코스모폴리탄UK에게도 지탄을 받았다.

 아이유의 노래 '제제'의 가사와 앨범 재킷 사진이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포토그래퍼 '로타'의 사진도 성인 모델들이 교복을 입고 섹시한 포즈를 취했다며 로리타 콘셉트라 지적받았다. "예술이냐, 외설이냐"하는 논란도 계속되고 표현의 자유 논란은 성이나 범죄 문제와 만나면 더 극대화 된다. 아동성애를 보여주는 듯한 로타의 사진이나 성범죄를 보여주는 듯한 맥심코리아 화보는 일반 예술 작품들보다도 더 화제가 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윤상우(사회학) 교수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 본다"며 "표현의 자유라고 해서 무조건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외설을 정당화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데 무조건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중 교수는 "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학자로서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며 "상업이나 문화 콘텐츠에서 표현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Napalm girl' (Nick Ut, 1972)

 대학가를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의
 대학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두고 논란이 흔하다. 2010년 2월 우리 대학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댓글 기능과 답글 기능을 없애고 졸업생의 글쓰기를 제한해 논란이 일었다. 학교와 학생회를 비판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면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일부 학생들의 무분별한 비방글로 인해 흐려진 게시판 사용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학생들은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4월 인하대 자유게시판에 박사과정을 수료 중인 학생이 개교기념일에 맞춰 4월 졸업식을 추진하는 학교 측에 항의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최순자 총장이 "박사학위 수여를 재검토하겠다"며 "박사학위는 특히 인간 됨됨이를 본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대학가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은 주로 학교 측과 학생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학교 측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학생들을 상대로 득과 실을 따져 표현의 자유를 제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헌법 제21조 2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허가'나 '검열'의 형태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제4항에서 '타인의 명예'나 '공중도덕' 등을 언급하면서 표현의 자유 한계를 명시해놓았으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인 경우가 다반사다.

 학교가 아닌 경찰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성공회대 학생들은 세월호 추모 집회에 연대하는 과정에서 불법집회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벌금 약 2,6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세월호 투쟁에 연대하는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2명의 총학생회 간부가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다수의 학생에게 채증사진을 근거로 한 소환장이 발부됐다. 그해 8월 당시 사회과학부 이장원 회장 등 10여 명은 "정치적인 지향점과 주장들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며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윤상우 교수는 "시대마다 가치관과 규범이 바뀌니까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획일적으로 결정할수 없다"며 "정부는 검열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토론의 장이나 의견 수렴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교수또한 "국가에 의한 법적인 조치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다른 가치와 충돌 시 나타나는 부작용은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승태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한석정
  • 편집인 : 하승태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