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키친>
해결책 <키친>
  • 유선영
  • 승인 2016.11.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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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잘 받아들이는 세 가지 방법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삶에 활력을 주고 행복한 추억이 된다. 어머니에게 딸의 미소는 삶의 원동력이 되고 마음을 함께 하는 친구와 맞잡은 손은 희망이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사랑했던 시간만큼이나 이별의 순간에 깊은 미련을 가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떠난 이와의 이별을 슬퍼할 여유가 없다. 상을 당하고도 쉴 틈 없는 회사 일로 장례식에 가지 못하거나,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 시간이 발인 시간과 겹쳐 가족의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하는 것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물며 친구나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 옆을 지켜주기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러다보니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시간도 부족하다. '부모님의 사별에 따른 대학생의 상실경험'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님을 떠나보낸 대학생들은 그 상실감을 표현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다. 남은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런 행동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또 한 부모 가정이나 고아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만일 당신에게도 그런 아픔이 있다면, 당신의 이별을 곁에서 도울 세 명의 동반자를 소개한다. 소설 『키친』(요시모토 바나나, 1987)은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아직은 미숙한 세 명의 남녀를 그려낸다. 총 세 편으로 이뤄진 책은 키친과 만월, 그리고 달빛그림자로 구성돼있다. 이 책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나타낸다.

 이별한 이들에게는 충분한 슬픔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그럴 수 없는 경우엔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첫 번째 이야기 '키친'의 미카게도 그랬다. 대학생인 미카게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죽음 이후 미카게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 미카게 역시 할머니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시간이 없다. 집세라는 금전적인 문제가 미카게에게 다가온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 다나베가 도움의 손을 뻗는다. 다나베는 미카게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다나베의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은 미카게에게 가족의 정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노력들은 미카게에게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가질 여유를 준다. 한편으로는 미카게가 스스로 독립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렇듯 주변사람의 따뜻한 손길은 이별을 겪은 사람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슬픔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면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누군가와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제2장 '만월'에서는 유이치가 미카게에게 도움을 받는다. 유이치는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 미카게처럼 고아가 된다. 미카게는 슬픔에 잠긴 유이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냉기가 감돌던 부엌을 청소하고 같이 음식을 해먹는다. 또 어머니를 함께 회상하며 유이치의 마음에 공감해준다. 유이치와 미카게는 함께 슬픔을 극복하며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처럼 떠난 이에 대한 추억을 공감해줄 사람과 함께라면 당신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도움이나 누군가의 공감보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달빛그림자의 주인공인 사츠키는 진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서야 남자친구를 보내줄 수 있었다. 사츠키는 4년을 사귀었던 남자친구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사츠키는 그를 잊지 못하고 매일 밤 그리워한다. 그런 그녀는 신비한 여행자인 우라라의 도움을 받아 떠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전하지 못했던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비로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남자친구를 떠나보낸다.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2010년 한 잡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의미는 '치유'라고 답했다. 그녀의 작품은 많은 독자들에게 내면의 아픔을 천천히 재생시켜 주는 약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이별은 횟수와 크기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아픔을 남긴다. 만약 당신도 누군가와의 이별에 힘들다면, 혹은 누군가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면 『키친』의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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