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을 만나다
영화, 원작을 만나다
  • 유선영
  • 승인 2016.11.14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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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로 남을 수 있게

 

어느 날 당신은 일상을 잃었다. 평소처럼 아홉시 수업에 맞춰 학교에 가던 중 버스를 타기 위해 앞으로 나간 순간 사고가 일어났다. 눈을 뜨니 당신은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되어 있었다. 과연 이런 몸으로도 앞으로의 삶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 <미 비포 유>(Me Before You, 테아 샤록, 2016) 의 주인공인 전신 마비 환자 윌(샘 클라플린 분)은 매일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윌은 부유한 집안의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였다. 만능 스포츠맨이며 사랑하는 여자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출근길 눈치채지 못한 사이 다가온 오토바이에 부딪혀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그는 전신 마비 환자가 됐고 단지 얼굴과 목만 움직일 수 있었다. 1년간의 재활을 통해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엄지와 검지, 단 두 손가락뿐이다. 그는 이 두 손가락으로 전동 휠체어를 움직이며 집 안을 돌아다닌다. 그의 세상은 작은 방 하나로 축소됐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분)는 7년 동안 일해왔던 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는다. 가족들은 생계를 책임지던 루이자가 일자리를 잃자 크게 낙심한다.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던 그때 루이자에게 보수도 나쁘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은 직업이 나타난다. 바로 전신 마비 환자에게 말 상대가 되어주는 일이다. 삶을 포기한 윌에게 다가온 불청객 루이자.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엔 우정으로, 나중엔 애정으로 점점 변한다. 관객들은 윌이 과연 루이자와 사랑에 빠져 마음을 바꿀 것인지 집중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원작의 명성이 높은 만큼 영화는 책의 핵심 장면만을 보여준다. 영화는 원작에 비해 두 사람의 관계에 더 많이 비중을 둔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냉담했던 사이에서 어떻게 죽음의 순간에 함께 할 정도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함께 경마장에 가는 것에서부터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감독은 두 사람에만 집중해 지루해질 수 있는 이런 장면을 아름다운 고성이나 푸른 정원을 배경으로 비춰주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영화는 이런 시각적 요소들을 이용해 원작보다 훨씬 로맨틱한 분위기로 두 사람을 그린다.

 원작 『미 비포 유』(조조 모예스, 2012) 역시 주요 스토리는 두 사람의 관계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영화에서 짧게 보여줬던 윌의 가족과 주변인의 입장을 더욱 자세히 나타낸다. 특히 윌의 어머니 카밀라와 아버지 스티븐,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동생 조지아나의 말다툼은 윌의 존엄사가 단지 윌만의 문제는 아니란 것을 알려준다. 윌의 죽음은 영국에선 엄연히 불법이며 조력자살로 비칠 수 있다. 또 영화에서는 아들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부모의 복잡한 심경만 드러냈다면, 책에서는 아들의 결정을 지지하기까지 어머니의 혼란스러운 마음 변화를 알 수 있다. 아버지 스티븐의 시선에서는 한 때의 윌의 모습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고 싶은 마음을 알 수 있다.

 원작은 루이자와 윌이 함께하는 도중에 겪어야 하는 불편이나 윌을 대하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나타낸다. 세상에는 휠체어가 갈 수 없는 곳이 너무나 많고 사람들은 장애인들에게 쉽게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한다. 윌의 휠체어가 진창에 빠졌음에도 사람들은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윌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못 올 데를 온 것처럼 쳐다본다'고 말한다. 책의 이런 부분은 영화에서 행복해 보였던 윌이 왜 결국에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얼마 전 리우 패럴림픽에서 벨기에 출신의 한 선수가 경기 이후 존엄사를 택하기 위해 자료를 모두 준비해 놓았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그 선수가 당장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존엄사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쟁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나'가 계속 삶을 살아가는 모습인지,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인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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