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넘어선 게임 산업
온라인을 넘어선 게임 산업
  • 최승한 기자
  • 승인 2016.11.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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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항상 게임 팬들에게 볼거리가 풍성한 계절이다. 지난 9월 30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최고 팀을 가리는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2016 시즌 월드 챔피언십'이 4주간 미국에서 개최됐다. 국내 게임 팬들 사이에서 이 대회는 월드컵에 빗대 속칭 '롤드컵'이라 불릴 만큼 인기 있는 대회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유럽에서 열린 대회는 결승전만 3,600만 명이 지켜봤고 누적 시청자 수는 3억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3팀을 포함해 각 지역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평가받는 중국·유럽 등지의 강호들이 출전한 올해 대회는 우리나라의 락스 타이거즈와 삼성 갤럭시 게임단이 각각 4강과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SK텔레콤 게임단은 3회 우승이라는 기록과 함께 20억 원이 넘는 상금을 거머쥐며 성황리에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또한 미국의 유명 게임회사 '블리자드'의 자사 게임 홍보 및 e스포츠 대회를 겸하는 '블리즈컨'이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미국에서 열렸다. 블리즈컨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에서도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이 뛰어난 실력으로 여러 종목을 석권했다. 그리고 오는 17일에서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될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는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게임 산업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스포츠로서, 그리고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산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그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다.

 

게임, 무한한 가능성? or 사회 문제?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도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게임 산업을 제시한다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규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PC게임 시장규모는 5조 6,000억 원, 전체 게임 산업은 10조 5,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소프트파워 확산의 기대주로 밀고 있는 K-POP 산업이 2014년 시장 규모가 4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한다면 놀랄 만한 수치다. 이러한 게임 산업 발전에는 IT기기 보급이 큰 몫을 했는데, 이는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게임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예측된다. 올해 모바일 게임시장은 전년 대비 23.3% 성장한 3조 5,0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할 만큼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렇듯 한국의 게임 산업은 꾸준히 발전해 지금의 수준을 이뤘고, 아직까지도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대회도중 셧다운제를 잊고 있던 선수가 당황하며 채팅을 치고 있다. <출처 = 게임중계방송 트위치 화면 캡쳐>

하지만 커져가는 산업 규모에 비해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 장벽은 높기만 하다.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이 게임을 '4대 중독물'로 간주해 국가적 차원의 관리를 하는 게임중독법과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인터넷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청소년 보호법(셧다운제)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게임은 각종 폭력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돼 종종 사회적으로 골칫덩이가 되기도 한다. 게임 산업의 주된 소비자인 청소년들의 범죄는 물론, 지난 2014년 14명의 사상자를 낸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국가는 피의자인 임 병장의 범행 동기를 그의 게임 이력과 연관 지었다. 당시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은 "(임 병장이) 게임 중독에 빠져 학교도 안 가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등 자신만의 세계에 살다보니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발언을 했다.

 

전자오락이 e스포츠가 되기까지

 게임 산업은 단순한 오락거리에서부터, 함께 소통하며 볼거리도 풍성한 '스포츠'로서 성장해왔다. 이렇게 스포츠화된 게임을 뜻하는 단어가 'e스포츠(e-sports)'다. 정부는 90년대 후반부터 정보화 보급정책의 일환으로 게임 산업 육성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더불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차 좋아졌고,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며 경제적 수익을 얻는 직업인 프로게이머가 등장했다.

 

▲ 스타크래프트 전성기 시절 임요환(왼쪽)과 홍진호(오른쪽)

한국 e스포츠의 역사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방 산업이 부흥하던 90년대 후반 각종 게임들이 속속 보급됐다. 그 중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기존에 없던 실시간전략게임이라는 특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케이블채널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중계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스포츠로서의 게임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이들이 게임전문 방송국 '온게임넷'을 개국했다. 이후 온게임넷을 주축으로 각종 게임 대회들이 개최됐고, 그 과정에서 임요환·홍진호 등 걸출한 e스포츠 스타들이 탄생했다. 당시 이들의 인기를 알 수 있는 일화들이 있다. 임요환 선수의 군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국방부에서 '공군 에이스'라는 게임단을 창단해 주기도 했으며 '워크래프트3'의 'Moon' 장재호 선수는 중국에서의 엄청난 인기로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하기도 했다.

 e스포츠가 마냥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과거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에만 지나치게 집중된 탓에 다른 종목에 대한 지원이 미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해 시장이 크게 침체됐다. 그 여파가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달 18일 14년 동안 이어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규모 축소와 리그 후원사 유치 난항 등의 이유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부진하던 e스포츠의 바통을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어받은 후로는 과거의 영광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한편 우리 대학교에서도 몇몇 단과대 학생회의 주도로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다. 경영대학 학생회 임규한(국제무역학 2) 스포츠문화국장은 "경영대학 소속이라면 누구나 참여가능한 'e 비즈니스 리그'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며 "실력과는 무관하게 게임을 즐기고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는 학우들이 많다"고 전했다. 덧붙여 "매년 선·후배가 함께 참가하고 다음 해에는 그 후배가 선배가 되어 후배들의 참가를 독려하는 연례행사가 됐다"며 "학우들의 단합을 위한 대회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 롤드컵 우승을 기뻐하는 SK텔레콤 T1 선수 및 코치. <사진제공 = 라이엇게임즈>

부산이 진정한 게임 도시가 되기 위해선?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의 '성지(聖地)'는 어딜까. 지금은 각종 게임 대회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의 OGN e스타디움이 공인받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 광안리가 e스포츠 성지로서 게임 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했다. 2004년부터 매년 여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펼쳐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은 2010년까지 이어졌으며, 당시 10만 관객이라는 엄청난 인파를 동원해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그 외 부산이 게임 산업에서 가지는 최고 강점은 바로 '지스타(G-STAR)'다. 지스타는 매년 벡스코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 문화 축제로 온라인, 스마트, VR게임 홍보와 폭 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게임 체험과 이벤트로 구성돼 있다. 지스타의 성공적인 개최로 게임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쌓은 부산시는 지난 2014년 '부산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 사업의 주된 목표는 △글로벌 첨단게임 산업기반 조성 △글로벌 미래게임 창의인력 양성 △부산스타기업육성 및 지역기업 중견화 등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영화제와 지스타를 양대 축으로 영화와 게임을 아우른 '게임 콘텐츠산업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며 "(지스타를) 글로벌 마케팅 게임산업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문화 축제의 장이자 다양한 시민참여 유도 및 동참으로 건전하고 대중적인 축제로 이끌어 '부산을 게임산업 중심도시'로 만드는 데 집중 지원 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지난 5월 블리자드가 자사의 신작게임 '오버워치'를 홍보하기 위해 부산에 방문하기도 했으며 벡스코는 '롤드컵'과 같은 전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이번 17일부터 20일까지 제12회 지스타가 열릴 예정이므로, 현재 부산은 게임 도시로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부산 게임 산업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국회의원 시절 게임 규제 법안을 발의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입장을 바꿔 "지스타를 영구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는 진정성 없는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틈타 성남시가 지스타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웹진 '인벤'에서 3,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성남시에서 지스타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38.3%를 차지해, 17.6%로 3위를 한 부산시를 크게 앞질렀다. 그리고 현재 지스타의 부산 개최는 2016년까지만 확정이 된 상태다.

 그 뿐이 아니다. 지스타는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불참이 늘고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게임전시회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불참 이유는 자사 신작게임 개발로 인해 참여가 어렵고, 부스 가격에 비해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지스타는 메인스폰서인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해 '넥슨',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참가하지만, 국내외 주요 대형게임사인 '엔씨소프트',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등의 불참이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게임 팬들 사이에서는 일부 회사가 모바일 게임 산업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시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불어 게임 관련 볼거리 또한 점차 줄어 지(G)스타가 아닌 (넷마블과 넥슨의) N스타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조운학(수학 3) 학생은 "쿠폰 하나라도 받으려고 친구들과 함께 게임부스를 전전하던 때의 지스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의 지스타는 게임 팬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축제지만 평소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참여해 보고 싶은, 행사 자체만으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문화도시 부산이라는 타이틀과 융합할 수 있는 게임콘텐츠가 지스타에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지스타에 116억원을 지원했으며 지스타를 최초로 유치한 2009년 당시 21개국 198개사의 게임 회사가 참가하는 행사에서 35개국 647개사의 게임 회사가 참가하는 행사로 성장시켰다"며 "불참 게임사 또한 지스타 기간 동안 e스포츠 행사 및 게임 융복합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올해 지스타를) 역대 최고 전시 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며 지금까지의 성공개최 분위기를 몰아 차기 개최지 재선정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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