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학생 투표한 총학생회 선거, 결국 물거품
1만 학생 투표한 총학생회 선거, 결국 물거품
  • 임정서 기자
  • 승인 2016.12.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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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이의신청에 회의 열어 '당선무효' 의결

 유권자 1만 4,697명 중에서 1만 1,060명이 참여해 75.25%의 투표율을 보이며 학생들의 큰 관심을 끈 총학생회 선거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우리 대학교는 총학생회를 비롯해 각 단과대학 학생회 및 자치기구 선거를 했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유독 잡음이 많았다. 사건은 한 여학생이 "특정 선본의 부후보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제대로 사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게시한 것에서 시작됐다. 사건의 당사자인 부후보는 대자보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선거관리위원 또한 대자보를 통해 "여학생은 선거 시기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누군가가 이것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의혹을 제기한 선관위원은 "이런 대자보를 쓰는 것은 중앙선관위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 생각한다"며 위원직을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실관계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입장을 실은 대자보들이 계속해서 게시되는 등 혼선이 일었다.

 곳곳에서 진위여부 논란과 공정성 논란이 일어났지만 총학생회 선거 자체는 예정대로 별 탈 없이 치러졌다. 총학생회 후보에는 두 선본이 출마해 경선으로 진행됐고, 25일 0시부터 실시한 개표 결과 '같이의 가치 총학생회'(정 이종현/부 윤우성)가 5,119표(46.28%)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SNS에 게시한 총학생회 선거 당선공고에는 '확정'이라는 단어가 빠진 상태였다.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45조에 따르면, 당선공고 후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중앙선관위는 당선공고를 당선확정공고로 바꾼다. 이의신청에 대한 사항 역시 선거시행세칙 52조 1항에 명시돼 있다. '선거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는 후보자는 당선공고 후 2일 내에 중앙선관위에 제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당선자의 상대 후보였던 'High-Five 총학생회'(정 정승우/부 권기모)가 이의신청함에 따라, 같은 날 오후 11시 긴급 중앙선관위가 소집됐다. 'High-Five' 선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기간에 '같이'의 가치 선본과 해당 여학생의 관계에 대한 증거가 계속 나왔지만,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므로 개표를 하는 것이 맞다 생각해 일단 개표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이의신청 기간 중 입수한 증거들이 의혹을 더 커지게 해 이의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중앙선관위 위원과 양측 선본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심의 끝에 '같이의 가치 총학생회'의 '당선무효'가 의결됐으나, 해당 선본이 다시 이의신청했다. 이에 이틀 후인 28일 오후 10시 다시 중앙선관위가 소집됐고, 재심의·의결을 거친 결과 '당선무효'가 확정됐다. 중앙선관위는 30일 오후 4시경 입장서를 통해 이를 공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SNS와 대자보로 유포돼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조사결과 악의적 유포와 이를 선거에 이용한 정황이 '같이의 가치' 선본과 연관 있음이 드러나 당선무효를 결정했다"며 "2017년 1월 1일자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황태근 중앙선관위 부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의원총회를 열어 심의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세칙에 명시된 권한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심의·의결했다"고 말했다. 세칙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대의원총회를 열지 않고도 당선무효를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일각에선 중앙선관위가 유권자로서 표를 행사한 학생들에게 이 모든 과정을 즉각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개표 결과가 나온 후 4일이 지난 지난달 29일,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당선이 무효가 된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며 "학생들에게 과정을 알리지 않고 당사자끼리 결정해 통보하는 것은 유권자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당사자끼리 정당하게 결정했는지의 여부를 학생들이 확인할 수 없으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거시행세칙에는 제소가 인정될 때 중앙선관위가 대의원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제소에 대한 모든 사항을 당사자에게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공개에 대한 조항은 따로 나와 있지 않다. 부산대의 경우, 중앙선관위는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28조 2항에 따라 이의신청기간이 종료된 직후에 이의 접수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같이의 가치' 선본은 당선무효 의결에 대해 "중앙선관위 내에서(만) 이뤄질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일지라도 현 사태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선거를 진행하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마주쳐 억울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선거 운동원의) 잘못된 행동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당선무효는 과한 처사라 생각된다"고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High-Five' 선본은 당선무효 의결에 대해 "두 말할 것 없이 당연한 결과"라며 "하지만 어느 선본이든 믿고 투표해준 학생들이 허무함을 느끼는 것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에 열심히 임했지만,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한 우리 대학 선거문화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 공정성 논란에 입 열어
"입장서 대신 공개질의서 택한 것"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앙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헌법상의 합의제 독립기관'이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대학교 학생회의 선거시즌에 구성되는 중앙선관위 또한, 적용대상이 해당 학교 학생이라는 점만 빼면 의미가 동일하다.

 대학 학생회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공고부터 시작해 당선확정공고를 내기까지 사실상 모든 선거 과정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다. 이러한 중앙선관위의 권한은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의 존재 목적은 세칙 위반 및 문란행위에 대해 제재, 경고, 자격박탈 등의 강제력을 행사함으로써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기존의 총학생회장이 중앙선관위원장이 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중앙선관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선거개입 및 부정선거에 휘말려 선거가 파행되고, 이로 인해 유권자인 학생들의 비판과 조롱을 받은 사례는 매년 적지 않은 대학에서 발생했다.

 우리 대학 학생회 선거에서도 중앙선관위는 이러한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중앙선관위가 선거개입 및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High-Five 총학생회' 부후보의 성추행 의혹과 그에 따른 '같이의 가치' 선본 배후설에 대해 직접 질의서를 공개하고부터다. 중앙선관위는 투표 기간이던 지난달 24일 "'같이의 가치' 선거운동본부는 왜 선거를 기만하는가?"라는 제목의 공개질의서를 통해 "사건의 당사자인 여학생과 '같이의 가치' 선거운동본부장(이하 선본장)이 통화를 했고, 선본장이 여학생에게 통화내역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선관위는 해당 선본에게 몇 가지 의문을 제시한 후, "답변을 하지 않으면 해당 선본이 주장한 (자신들이 오히려) 배후설의 피해자라는 말은 신빙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같이의 가치' 선본은 입장서를 통해 "괜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기 위해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저희 선본은 해당 여학생의 배후가 아니며, 피해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적 또한 없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SNS에 공개질의서를 게시한 후, 댓글에는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댓글을 통해 "이런 식의 공식적인 의혹 제기가 중앙선관위가 말한 공정한 선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는 사실만을 알려야 하며, 확인할 수 없는 의혹을 선관위의 이름으로 제기하는 것은 중립성 훼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생은 "중앙선관위가 (성추행 의혹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자고 해놓고, 상대편 선본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앙선관위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선관위 또한 회의 때 공정성 논란이 생길 것을 우려했고, 학생들은 공개질의서만 접했으므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본래는 통화내역 삭제 등의 사실만을 기입한 '입장서'를 붙이기로 했으나, 이러한 제재가 (오히려) '같이의 가치' 선본을 매도하는 것이라 여겨 공개질의서를 통해 해명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석하기 나름'인 선거시행세칙
중앙선관위, "개정 필요성 있다"

선거와 관련한 모든 사항은 선거시행세칙(이하 세칙)에 근거해 이뤄진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혼란 또한 이런 세칙을 해석하는 문제에서 나온다. 세칙은 사실상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정도로 해석의 여지가 많다. 또한 입후보자 최종등록 시 각 선본 대표와 중앙선관위원장은 세칙에 없는 사항에 대해 논의 및 합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매번 바뀔 가능성 또한 크다.

 세칙 4조 2항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원장은 세칙 위반 및 선거 분위기를 문란케 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제재와 경고 및 선거운동 제한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선거 분위기를 문란케 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서는 권한을 가진 중앙선관위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이는 23조 '선거운동제한 및 금지사항'에서도 나타난다. 금지행위로는 금품 수수·허위사실 유포 등이 명시돼 있지만, 제2항에는 "위 금지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우리 대학뿐 아니라 몇몇 대학도 마찬가지다. 부산대는 아예 중앙선관위의 역할에 대해 제6조에 "선거 관련 제반 사안에 대한 해석을 내린다"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중앙선관위는 총학생회칙에 의거해 선거운동규칙을 제·개정하고, 세칙에 없는 사항에 대해 결정·보완할 수 있다. 부산교대 또한 제65조에 "세칙에 명시되지 않은 세부 사항은 선관위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세칙이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세칙에) 모든 경우의 수를 세세하게 표시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기존 총학생회가 자동으로 중앙선관위가 되고 그 중앙선관위가 대부분의 권한을 가짐으로써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칙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므로, 중앙선관위는 가능한 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선거 준비를 하며 모호한 세칙들을 발견해 개정하려고 했으나, 이를 위해서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인준을 받아 세칙개정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불발됐다"며 "다음 총학생회에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일부 모호한 세칙을 보완하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 임정서 기자·최지이 인턴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신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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