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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국계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
배아현 기자  |  00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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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06  14: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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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적 리더십 시대는 끝났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귀에는 오늘도 직장인의 익숙한 불평이 들려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아 야근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유리천장(여성을 조직 내 일정한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함께, 육아휴가도 눈치가 보여서 낼 수 없다는 불평이 허다한 현실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주변의 직장인을 통해 참담한 실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서 아예 목표를 국내기업 너머로 잡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해외로 떠나는 한국 인재들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 회사에 취직해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5년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 유출(Brain Drain) 지수는 10점 만점에 3.98로 나타났다. 두뇌 유출 지수가 10이면 모든 인재가 자기 나라에 남아 있으려 하는 것이고 1이면 모두가 모국을 떠나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경우, 인재 10명 중 6명이 다른 나라를 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한국의 두뇌유출 지수는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44위에 달했다. 또 모국을 떠나 일자리를 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추세가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직장인 1,502명을 대상으로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약 66%가 '기회만 된다면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많은 취준생과 직장인들이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기업 문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남녀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기업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8.7%가 '대한민국 기업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수직적인 기업문화와 성차별, 복지제도의 부족' 등을 꼽았다.

   
 

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으로 층층이 이어지는 수직적인 직급 형태는 서구 기업에는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의 직함만 존재할 뿐이다. 한국의 이러한 수직적 형태가 조직 정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 또한 많다. 지난 10월에 열린 위클리비즈 10주년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경제·경영 전문가들이 내놓은 저성장 시대 기업들의 생존법은 '기업 문화의 변혁'이었다. 이들은 "실험과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위에서 시키는 일에 복종하는 아시아 특유의 기업 문화로는 대변혁에 맞설 힘을 기르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대학교 박호경(화학공학 4) 학생은 "많은 국내 기업들의 수직적 문화가 사회 초년생들이 외국계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기업의 수직적 분위기 속에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두 번째로 꼽히는 문제는 성차별이다. 사단법인 미래포럼과 CEO스코어는 지난5월 30일 발표한 '성별 다양성 지수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의 성차별 정도를 수치화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성차별 정도가 낮음을 의미하는데, 국내 500대 기업의 성 평등 수준은 100점 만점에 52.1점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아직 국내 기업에 성 평등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인식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수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쉽게 발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 페이지에 국가별 남녀 임금 격차 통계를 게시했다. OECD 평균은 15.6%로, 이는 남성이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84만 4,000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임금 격차는 36.7%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도 이래 한국은 남녀 임금 격차 부문에서 1위를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현주(아동가족학 4) 학생은 "취직한 선배의 말을 들어보면 아동 전문기관의 상담사가 대다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일반회사의 남녀 격차와 비슷한 것 같다"며 "많은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 OECD 국가 남녀 임금 격차 통계 (단위 %) <출처=OECD 페이스북>

 세 번째 문제점은 복지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직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도 커졌지만, 여전히 폭넓은 복지를 실현하는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사내 보육시설이나 아이를 데리고 가기 위한 조기퇴근 또는 유연 근무를 바라는 직장인이 많다. 바람과 달리 대부분의 기업은 복지가 있더라도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물질적 복지에 그친다. 이동규(기계공학 3) 학생은 "회사의 사원이기 전에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고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일하고 싶은 회사'는 따로 있다

 구글과 애플은 한국 취업준비생들이 인턴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 1,2위를 다투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글의 복지 정책은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직원들에게 다양한 음악 레슨을 제공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자신의 애완견을 사무실에 데려와 근무할 수 있다. 또 최고 경영진과 회사 내 직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TGIF'라는 금요일 포럼을 자주 개최한다.

 근무 시간에 언제든지 체육관, 배구코트, 볼링장 등 구글 캠퍼스 내 설치된 스포츠 시설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직원의 권리다. 애플 또한 수많은 기업들이 복지정책을 벤치마킹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잘 알려진 정책으로는 '블루 스카이'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회사에서 지정한 업무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일정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회사는 한국에는 없는 것일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외국계 기업들의 복지사례를 보고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회사들이 조금씩 느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판교에 위치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제품개발을 제공하는 IT기업 (주)에프씨아이(FCI)도 다양한 사원 복리후생과 수평적 기업문화를 통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가는 기업 중 하나다. 매달 하루를 '펀데이'로 정해 2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팀·그룹별 PC게임 대회, 연극 및 영화관람 등 개별 취미생활을 통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있다. 에프씨아이 직원들은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여가 활동을 보장받는 '펀데이'가 있어 일에 능률이 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올 여름에는 파격적인 간편 복장 제도까지 도입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7~8월에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정도만을 허용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반바지와 샌들까지 허용하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직원들의 호응을 샀다.

 또 다른 기업으로는 '배달의 민족'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이 있다. 이 회사 김봉진 대표는 "기업이 사라져도 문화는 남아 다음 세대의 기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신념으로 남다른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의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 어린 '관심'을 쏟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돈을 많이 들인 화려한 복지보다 눈을 맞추고 서로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존중과 신뢰가 소통의 밑바탕이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임신한 직원의 건강관리를 위해 임신 확인 시점부터 출산 휴가에 들어가기 전까지 매일 2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단축근무제도가 있다. 또 학부모인 사원들에게 자녀의 입학식이나 운동회, 재롱잔치 등 부모가 함께 해야 하는 행사가 생길 경우, 별도의 연차 사용 없이 특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이러한 기업문화는 2014년 잡플래닛과 포춘코리아의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50'에서 중소기업 부문 대상에 선정되는 등 외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한국 기업,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 내부의 노력 외에 고착된 기업 문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최근에 다양한 단체들이 선진 기업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도록 미래의 기업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가 주최한 '2016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 한국행사'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창업진흥원 공동 주관으로 지난달 14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이 행사는 세계기업가정신 주간을 맞아 청년들에게 도전과 열정, 창의의 기업가정신을 불어넣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뿐 아니라 청년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서 올바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청년리더양성센터에서 주최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후원하는 기업 사랑 서포터즈에서는 기업 문화를 설문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에게 올바른 기업 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알린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곳곳에는 여전히 경직된 기업문화가 남아있다. 한국의 일류 기업마저도 뿌리 깊게 박혀있는 수직적 문화 때문에 위태롭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창의를 위한 자유만큼이나 균형과 질서 또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각 조직의 상황과 성격에 따라 적절하고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조사 회사 갤럽의 짐 클리프턴 회장은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사원은 함께 일하는 상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중간 리더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회사가 혁신을 하더라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며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리더부터 바뀌어야 제도가 바뀌는 것이 의미가 생기고 완벽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가져야 할 방향에 대해서 차윤석(경영학) 교수는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업무 성과를 통해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라며 "국내 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학벌이나 연고를 중시하는 경향을 바꾸고 성과에 중점을 두는 방식을 도입해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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