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예술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다
원도심, 예술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다
  • 최지이 기자
  • 승인 2017.03.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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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계단 근처 중앙동 일대 전경 <사진 = 최지이 기자>

 멈췄던 부산문화가 풀뿌리 예술로 싹을 틔우고 있다. 과거 중구 일대는 부산의 행정 중심지였다. 하지만 시청이 중구 중앙동에서 연제구로 이전한 후 중구 일대는 공동화현상에 직면했다. 부산의 원도심인 중구 일대에서 살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상업기관들만 남았다. 텅 빈 중앙동 일대 거리는 아무도 찾지 않는 듯 적막감만 돌았다. 많은 사람이 왕래하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고 빈 점포와 사무실만이 거리를 지켰다. 부산광역시는 '사람 중심의 창조 도시 구현'을 목표로 중구, 동구, 서구, 부산진구 일대의 원도심 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예술가를 위한 상생 프로그램이었으나, 도심 재생 사업까지 효과를 본 문화 사업 '또따또가'를 소개한다.

 현재 중앙동 일대에서 운영되는 문화 창작 공간 '또따또가'는 관용, 배려, 다양성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에서 '또'를, 예술가와 시민들이 각자 '따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또 같이' 모여 문화를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따또'를, 그리고 열린 공간인 거리를 중심으로 일상의 문화를 나눈다는 뜻에서 한자 '거리 가(街)'를 사용해 만든 이름이다. '또따또가'의 등장으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채 빛을 잃어가던 중앙동 거리에 40계단을 중심으로 새바람이 불었다. '또따또가' 사업으로 문화예술인들은 창작 공간을 지원 받았다. 예술인들은 중앙동 일대의 빈 사무실을 창작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또따또가' 운영팀은 시민들과 소통을 통해 부산의 문화를 활성화하고자한다. 또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건물주와 민간 메세나와의 연대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메세나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속하지 않는 일반 민간인들이 주축이 되어 메세나 사업을 한다는 것이 '또따또가'의 특징이다. 김희진(47)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은 '또따또가'의 방향에 대해 "지역의 예술가들이 원도심의 문화 자원을 활용해 창작활동을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주는 프로젝트"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결과적으로 지역 활성화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따또가'의 입주 작가는 3년에 한 번 재선정된다. 작가에 선정되면 활동 가능한 공간이 제공된다. 현재 또따또가 입주 작가로 '소소나 공작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화 작가는 "또따또가의 가장 큰 지원은 작업 공간이다. 나만의 작업공간을 지원받아서 예전보다 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며 "작업공간을 활용해 체험수업 진행도 가능하다. 수업진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 받기도 한다"고 했다. '또따또가'는 작가들에게 분야별로 필요한 지원을 해준다. 덕분에 작가들은 고유의 작품을 만들고 전시활동과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예술 문화 축전, 거리공연, 프리마켓 등 일상의 문화 기획을 통해 시민들의 부담 없는 참여도 가능하다. 과거 적막했던 중앙동 일대는 현재 지역 예술 작가들의 기반이 됐다.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며 시민들의 여가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또따또가 프리마켓에 참여한 우리 대학교 김동균(전자공학 2) 학생은 "평소 작가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리마켓이 매력적이라 자주 참여한다"며 "특히 또따또가의 프리마켓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니고 정리된 느낌이다. 과거의 중앙동은 특색 없는 공간이었는데 작가들이 모이고 전시, 마켓 등도 진행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시민들의 볼거리가 늘어났고 개인적으로도 여가 생활이 충족돼 만족스럽다"고 했다.

"공동체 의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잠재워야"

'또따또가'로 중앙동 일대가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한편으로 '또따또가'의 새로운 과제다.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다시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면 원도심을 살린 예술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예술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지역을 떠나게 된다. 결국 다시 문화 없는 적막한 공간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역 발전의 중심인 상인들이 높아진 임대료에 의해 다시 밀려나고 그 자리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입점한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 등의 사례가 많다. 지역 상인의 노력으로 이룬 골목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이경화 작가는 "작업실이 있는 건물에 나를 포함해 총 9팀의 작가들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서로의 작품 정보 공유, 근황을 이야기하는 형태의 반상회 같은 모임을 가진다"며 "이런 형태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결속력을 다져 또따또가 입주 작가들의 개성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입주 작가 모임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할 수 있고 독특한 작품으로 그들만의 입지를 쌓아 극복할 수 있다.

 김희진 센터장은 "개인의 재산권 문제이기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뾰족한 대처 방안은 찾기 힘들다"며 "작가들이 활동을 장기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임대료 상승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이익을 조장한다거나, 실제 거주자보다 제3자의 인물이 이득을 보는 등의 경우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공동체 연대감을 가지고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마련해야한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해 인센티브 제도, 건물 매입, 조례 제정 등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 중앙동 초입 부분 또따또가 안내 지도 표지물을 볼 수 있다 <사진 = 최지이 기자>

'지원은 있으나 간섭은 없다'

최근 국정 농단 사태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희진 센터장은 "전반적으로 문화계가 위축되었다"며 "사실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것일 뿐, 여기에 대한 폐해는 과거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이 문화계의 침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들 속에서 '또따또가' 같은 프로젝트는 작게나마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울타리가 된다. 이경화 작가는 "또따또가에서 주최하는 시민 문화 예술 강좌, 문화예술축전, 40계단 근처 예술시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 전시나 수업의 형태로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저의 작품세계를 더 넓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예술계에서 또따또가 작가의 작품들은 시민들에게 언제나 공유된다.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지역 작가의 성장 기반도 커졌고, 지역의 문화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과거 영국 정부가 시행한 문화 정책 중 '팔 길이 원칙'이 있다. 정책의 주체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부산의 대표적인 행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팔 길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부산시가 여러 영화인들과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지나친 간섭은 작가들의 창작을 제한하고, 나아가 문화의 소통을 닫는다.

 '팔 길이 원칙'을 적용한 좋은 사례가 바로 '또따또가'다. '또따또가'는 '지원은 있으나 간섭은 없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성공했다. 김희진 센터장은 "공적 자금을 사용하다 보니 관리는 철저해야 하지만 대신 예술가 중심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부산시의 입장도 자유롭고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길 바란다"며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특별한 간섭은 없다"고 말했다.

도시 재생 전략, 해외에서도 주목

 쇠락한 철강 도시였던 스페인의 '빌바오'는 독특한 디자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문화도시가 됐다. 생명력이 떨어진 도시에서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 전략은 효과적이고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문화 예술 시설이나 작품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도시 재생 방안이다. 이는 원도심 문화를 잘 활용해 지역 재생을 이룬 '또따또가'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성공한 '또따또가'는 해외에도 알려졌다. 장소를 새로 개발하지 않고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는 점 등의 매력적인 모습을 많은 곳에서 흥미롭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와 세계지방정부연합 문화위원회가 주최한 제2회 멕시코시티 국제문화상에서 '또따또가'는 특별상을 받았다. 국내 입주 작가들과 독일 함부르크 문화 복합공간 작가들 사이의 교환 프로그램도 진행되는 등 우리의 지역 문화 개발 사례가 해외로까지 번졌다. 국제적으로 예술 분야의 활발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또따또가'는 문화 공간을 넘어서 소통의 장이다. 예술가에게 지원을 해 준 공간에서 시민들이 직접 감상도 하고, 기획도 한다. 작가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 속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진다. 예술인과 시민들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들이 활동하고 시민들의 참여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 밖으로 나가는 현상도 막아준다. 부산의 예술인에게 자립과 자생 가능한 여건을 지원해주며 부산의 문화로 예술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장기화되면 공간 자체가 특색 있는 지역적 문화예술 환경을 만들어내고 지켜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부산의 '또따또가'는 그런 의미 속에 있다.

 

최지이 기자
jiyeechoi@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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